[미디어스=장영] 지난 경기에 이어 류현진이 두 경기 연속 호투를 하며 승리 투수가 되었다. 첫 경기의 당혹스러운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류현진은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다시 괴물 본능을 되찾았다. 구속이 올라오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구질이 효과를 얻고 있다.

류현진이 2승째를 올린 팀은 볼티모어다. 지난 시즌까지 보면 당연히 이겨야 하는 팀 정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올 시즌 가장 타격이 뜨거운 팀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방이 있고, 안타를 생산해낼 수 있는 타자들이 즐비하다는 점에서 모든 것이 부담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경기 전 류현진은 볼넷을 내주지 않겠다는 다짐을 공개적으로 했다. 류현진의 장점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사사구가 적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초반 두 경기에서 구속이 떨어지며 제구도 흔들렸던 류현진은 많은 볼넷으로 팬들을 당황하게 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AFP=연합뉴스]

오늘 경기에서 비록 1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볼넷은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자신의 말을 실력으로 지킬 수 있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류현진은 진정 괴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말뿐이 아닌, 그만큼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1회 2번 산탄테르에게 안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불안은 존재하지 않았다. 구속과 함께 제구가 살아나며 볼티모어가 최근까지 불방망이를 휘둘렀다고 하지만 류현진을 압도할 수는 없었다. 메이저에서 좌완 투수 공을 가장 잘 친다는 알베르토를 상대한 류현진의 모습은 최고였다.

류현진이 호투를 하자 타선이 터졌다. 3회 내야 안타만으로 1점을 뽑은 토론토는 운이 좋았다. 물론 볼티모어의 유격수 발라이카의 수비 폭이 넓었기 때문에 착시가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기는 했지만, 1루 송구에서 아웃을 잡지 못한 타구가 연이어 나왔으니 말이다.

투수 앞 빗맞은 타구가 타점이 되는 것도 행운이다. 이런 상황에서 볼티모어 선발 콥에게 강했던 그리척이 3점 홈런을 날리며 승리를 굳혔다. 이 대량 득점이 류현진에게 든든함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은 3회 투구에서 잘 드러났다.

3회 처음으로 삼진이 나왔고, 둘 다 모두 루킹 삼진이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괴물 같은 본능을 보였던 알베르토를 몸쪽 꽉 찬 공으로 루킹 삼진으로 잡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몸쪽 공을 잘 때리는 선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4회 1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이후 류현진의 투구가 좋았다. 안타를 내주며 1 실점을 한 직후 내야 땅볼을 유도해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한 류현진은 진정 최고였다. 흔들림 없이 자신의 투구를 하며 메이저 최고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볼티모어 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AFP=연합뉴스]

6이닝이 끝난 후에도 80여 개의 투구로 충분히 7이닝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7회가 길어지며 토론토 감독은 교체를 선택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팀의 에이스가 최상의 조건에서 투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규칙적인 상황이 아니면 자칫 리듬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을 수도 있어 보인다. 더욱 팀이 7회에도 점수를 뽑으며 5-1까지 앞선 상황에서 에이스를 아끼려는 마음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류현진에게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류현진의 호투에 토론토는 볼티모어를 상대로 7-2로 승리했다. 여전히 변화해야 할 사안이 많은 토론토라는 점에서 불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류현진의 오늘 투구를 생각해보면 왜 토론토가 그토록 그를 에이스로 데려오기 원했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어린 투수들에게 류현진의 투구는 그 자체가 교과서다.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고 승리를 만들어내는지, 이를 직접 보면서 함께 연습해서 체득해 나가는 과정. 그건 그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점에서 토론토의 선택은 현명했다.

144km가 160km 이상의 효과를 거두는 마술을 부리는 류현진. 탁월한 체인지업으로 메이저 타자들을 농락하는 류현진이 다시 돌아왔다. 괴물 본능을 되찾은 그의 행보는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토론토의 큰형님으로서 류현진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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