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광훈 목사를 필두로 한 '아스팔트 우파'의 주말 광복절 집회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정부여당의 정치적 공세' 프레임을 내세웠다. 반면 상당수 언론에서는 전 목사 행위의 부적절성을 지적함과 동시에 극우세력과 선을 긋지 못하는 미래통합당의 태도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8일 <與 "종교 빙자해 反국가 활동, 전광훈 엄벌하라" 연일 공세>, <전광훈측 "확진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全 목사 행태나 與의 정치적 비난 모두 방역에 도움 안 돼> 등의 기사와 사설을 통해 여권이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적 비난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전날(17일)에도 <대통령의 '엄벌' 발언 3시간 만에… 정부, 전광훈 고발>, <文대통령 "광화문집회 용서못해"> 기사를 통해 정부여당이 광화문 집회에 '집중포화'를 퍼부었고, 전 목사측은 집회에 초청받아 연설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8월 17~18일 지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18일 사설에서 "일부 여권 인사들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교인 등을 향해 '반사회적' '반국가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비난과 낙인찍기는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구 사태에서 신천지교회 교인들에 대한 방역 당국의 추적 조사가 늦어졌던 이유 중 하나가 사회적 비난이 커지면서 잠적한 교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교회 측을 적대시하고 범죄인 취급하는 태도로 윽박지르면 잠재 감염자들이 숨어든다"며 "방역을 걱정하는 척하는 이런 정치적 언행이 방역을 망치는 주범"이라고 강조했다.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면 현장 방역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방역당국의 사전 경고를 무시한 채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 '8·15 태극기 집회' 등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정치적 목적 집회에 대한 비판을 '특정종교세력에 대한 비난' 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조선일보는 신천지 집단감염 사례를 두고 '대구 사태'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감염병 확산의 책임을 특정 지역에 돌리는 혐오 발언으로 당시 방송인 김어준 씨가 이 같은 발언을 하자 조선일보는 '대구 울리는 망언', '親與 세력의 대구 때리기'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반면 상당수 언론에서는 국우 아스팔트 세력을 끊어내지 못하는 통합당의 애매한 태도에 주목하고 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16일 구두 논평에서 "광화문 인근에서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정부여당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모든 국민은 정부의 방역 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집회에는 홍문표 의원, 민경욱 전 의원, 김진태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 등 통합당 전·현직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향신문은 기사 <선 긋기도, 대응 안 하기도… 통합당 '전광훈 딜레마'>에서 "통합당이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행태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우리 편'이라는 인식 때문"이라며 "전 목사 등을 따라 광화문집회에 나온 참가자들은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라고 풀이했다. 경향신문은 "'김종인 비대위'체제는 중도층을 향해 뱃머리를 돌렸지만, 그렇다고 대여 투쟁 과정에서 전통적 우군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다는 것"이라며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장외집회 참가는 당 차원에서는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도 '개별 참석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8월 18일 <선 긋기도, 대응 안 하기도… 통합당 '전광훈 딜레마'>

한겨레는 기사 <'중도층 껴안기' 통합당, 전광훈 딜레마>에서 "통합당의 이런 태도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중도층 공략에 주력하면서도, 당의 핵심 지지층인 강경보수에 완전히 등을 돌리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침묵이 길어질수록, 전 목사를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힘겹게 끌어안은 중도층이 다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통합당 의원은 한겨레에 "중도층에게 무대응은 동조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가장 잘하는 게 '선 긋기' 아니냐. 이번에는 전 목사와 절연해, 황교안 전 대표와는 다르다는 것을 꼭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16일 기사 <광화문 집회, 이러지도 저러지도… 통합당 '태극기 딜레마'>에서 "공식적으론 강경파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물밑에선 당 주요 인사가 강성 지지층을 이끄는 김진태·민경욱·이언주 전 의원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며 원외 전략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익명을 요구한 당 핵심관계자는 '인지도가 높고 당에 필요한 사람들이라 의견을 묻고 있는데, ‘태극기 부대’와 가깝다는 점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18일 사설 <'신천지 복사판' 전광훈 교회 방역이 정치 탄압인가>에서 "감염병 확산 우려에도 광복절인 15일 광화문 집회 참가를 독려하고 연단에 올라 거꾸로 '교회가 바이러스 테러를 당했다'고 말한 이 교회 전광훈 담임목사의 행태는 이미 상식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통합당도 전 목사가 현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이번 사태에 침묵하거나 '대통령이 특정 교회, 특정 종교인을 공격한다'는 식으로 두둔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전 목사의 행태는 감염병 차단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방역 당국이 방역 방해 혐의로 전 목사를 고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동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상식 이하의 행위는 정치가 아니라 방역 차원에서 접근해야 옳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지지율 역전 이룬 통합당, 극우세력과 거리 둬야>에서 "코로나19 전염 우려 속에 지난 15일 열린 광화문 집회에 통합당에서 홍문표 의원과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이 참석한 것은 벌써 민주당에 반격의 빌미를 주고 있다"며 "비상식적 주장을 일삼고 공동체의 안전을 위험에 빠트리는 세력과 절연하지 못한다면 중도층 민심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음을 통합당은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