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을 방조·묵인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시 관계자들이 연달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피해자 측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인정하지 않는 행태를 개탄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또한 과거 이들에게 고충을 토로하며 전보요청을 했던 SNS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17일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경찰에 출석해 두 번째 피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오 전 실장은 이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고소인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된 피해 호소나 인사이동을 요청받거나, 제3자로부터 그러한 피해호소 사실을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고소인 측으로부터 성추행 방조 혐의자로 지목당해 최근까지 경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은 20명에 달하는 비서실 직원들 누구도 이러한 피해호소를 전달받은 사례가 있다는 것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오 전 실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고소인 측의 주장만 있을 뿐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객관적 근거를 통해 확인된 바가 없다"며 “모르고 침묵하는 것도 2차 가해라는 전체주의적 논리로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실장은 2018년 7월 2일부터 지난 4월 6일까지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변호인단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가 고충을 호소한 서울시청 6층 사람들 중 일부가 피해자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내용 전체를 삭제하는 행위, 텔레그램에서 탈퇴하는 행위를 통해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음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상사, 담당과장, 인사담당 주임 등에게 고충을 토로했던 SNS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피해자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6월 15일 피해자의 인사고충을 들은 담당 과장은 피해자에게 “본인이 쫓겨나더라도 다음 인사 때에는 실장님, 시장님을 설득해서 다른 곳으로 전보해 주겠다”고 얘기했다.

또한 피해자가 담당과장에게 성 고충 관련 면담을 잡는 텔레그램 대화 내용, 담당과장과의 면담 후 상사에게 “1월까지는 있게 될 거 같아요, 무슨 일 있어도 시장님 설득시켜 꼭 인력개발과 보내주신다세요”라고 말한 대화 내용 등이 공개됐다.

2017년 6월 15일 담당과장과의 면담 이후 상사와 나눈 문자 포렌식 자료 (위), 2019년 6월 28일 피해자가 비서실을 나가는 것으로 결정된 당시 5급인 상사와의 텔레그램 대화 화면 (아래) (자료제공=피해자)

지난해 6월 당시 5급이었던 상사는 피해자가 비서실을 나가는 것으로 결정되자 피해자에게 “이번엔 꼭 탈출하실 수 있기를”이라는 응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이번에‘는’, ‘꼭’, ‘탈출’이라는 문장을 통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인사이동을 요청했음과 탈출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그동안 비서실 근무가 강요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앞서 언론을 통해 알려진 2018년 11월 2일자 비서실 인사검토 보고서 역시 피해자의 인사요청이 묵살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비서실 인사검토 보고서는 오성규 전 비서실장이 시장에게 보고했으나 시장이 피해자에 대한 전보요청만 불승인했고, 이에 오 실장이 시장실 밖으로 나와 인사담당 직원에게 ‘시장님 의중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란 말이야’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시청 6층 관계자들이 본 동 문건을 마치 자신들이 먼저 피해자를 인사이동시키기 위해 작성한 문건인 것처럼 언론에 공표한 바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당시 8급 직원에 대한 인사검토보고서까지 작성됐으나 시장의 거부로 피해자는 인사이동을 하지 못했고, 피해자는 지난해 7월까지 시장실에서 근무했다.

2017년 10월 25일, 인사담당 주임과 피해자의 텔레그램 대화 화면 (자료제공=피해자)

이밖에 피해자는 2017년 10월 25일 인사담당 주임과 나눈 대화를 공개하며 "인사담당 과장이 피해자의 전보요청에 대해 비서실장에게 말한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결과 비서실장이 피해자에게 전보하지 말고 남아달라고 직접 말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수많은 비서실 근무자들이 피해자의 성고충 관련 호소와 전보 요청 관련 대화에 연결되어 있음에도 역대 비서실장이 나서서 ‘몰랐다’며 이를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몰랐다는 것은 책임을 방조한 것이며, 몰랐다 하더라도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해서 주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측은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이미 수사기관 및 국가인권위에 제출한 자료이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하는 인터넷상의 허위사실유포행위에 여성가족부와 서울시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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