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경향신문이 ‘박재동 미투 반박’ 기사를 올린 강진구 기자에 대해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경향신문은 12일 오전 인사위원회를 열고 강진구 기자가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을 손상’하고, ‘정당한 회사명령의 불복’했으며 ‘기타 회사의 제반규정(복무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12일 경향신문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 경향신문 본사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강진구 기자 (사진=미디어스)

경향신문이 강 기자에게 보낸 징계통보서에 따르면 강 기자는 ‘신문 제작 및 편집 등 회사의 기존 방침을 침해하는 행위’, ‘회사의 승인 없이 회사 직무와 관련되는 내용에 관해 기고, 출연 등을 하는 행위’를 했다고 적시됐다. 또한 ‘직원은 소속 상사의 직무상의 명령에 신의를 갖고 복종해야한다’는 ‘신의와협력’ 규정을 어겼다고 밝혔다.

강 기자는 인사위원회에서 편집국장의 기사 삭제 지시가 부당했다며, SNS 등 일련의 외부활동은 이에 불복해 행한 행위로 정당한 방어권 차원의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기사 무단 송고 관련해서는 그동안 데스킹 없이 출고했기에 징계 사유가 성립되지 않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기자총회를 개최해 회사 구성원들에게 소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인사위원회에 참석한 3명의 이사들은 기사 삭제가 정당했는지 여부에 대해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편집국장의 고유 권한이라고 했다. 한 이사는 “구체적 말보다는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편집국장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구체적 표현을 떠나 편집권 행사라고 한다면 편집권자가 정당한 편집권을 행사한 것이기에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사 무단 송고에 대해 이사들은 “디지털 퍼스트 기조를 바탕으로 하더라도 아침 보고 등 사실상 데스크 승인 상태에서 이뤄지는 일”이라면서 “이 정도 파급력이나 민감한 기사에 허락된 게 아니다”고 봤다. 기자총회를 열어 소명할 기회를 달라는 강 기자의 요청에는 이사 모두가 아쉽다면서도 인사위원회가 기자총회를 열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사들은 강 기자의 행동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논의한 결과, 강 기자가 경향신문을 비정상적인 조직으로 인식하게 하는 발언과 표현을 많이해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을 훼손했다는 데 동의했다.

성범죄 보도준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치마 밑’과 같은 선정적 표현만으로도 준칙을 위반했다고 본다”, “경향신문 성범죄보도준칙은 굉장히 합리적인 기준으로 강 기자 기사의 제목과 내용은 이 준칙에서 벗어나 있다“, “준칙들은 진실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제목의 선정성 및 취재 과정, 기사 내용은 성범죄보도준칙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사들은 징계가 불가피하다며 정직 1개월을 결정했다.

징계 결정에 대해 강진구 기자는 이날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워 기사를 삭제했기에 피해자 중심주의가 뭐냐고 물었고 ’우리가 원칙을 그리 정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다음 날 SNS에 ’닥치고 피해자 중심주의‘를 적은 것"이라며 "이 원칙이 적정한지 판단해달라고 했는데 ’편집국장의 편집권 행사‘로 피해가고 있다. 편집국장에게 절대 권력이 있는 게 아니며 편집국장이 지시하면 정당한 지시권인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강 기자는 “회사의 논리를 보면, 편집국장의 기사 삭제가 정당하다는 전제 아래 기사 무단 송고, 회사 명예실추를 물어 징계를 내렸는데, 전제 자체가 틀렸다”며 “재심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박재동 화백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이 모 작가는 “경향신문에서 강 기자의 기사 문제를 인정하고 징계를 확정했다는 사실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강 기자의 기사를 토대로 한 2차 피해물들은 현재에도 다른 언론사 기사로, 수십만 유튜브 채널의 동영상으로, SNS로 빠르고도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직 1개월이 끝나면 강 기자는 기사를 다시 쓸 것이고 정직 상태에서도 페북 등을 통해 2차 피해 발언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에 정확한 사태규명과 공식사과, 재발방지책 등 경향 측의 지속적인 책임 있는 대응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7월 29일 아침 6시 30분경 인터넷판에 <[단독] 박재동 화백 '치마 밑으로 손 넣은 사람에 또 주례 부탁하나' 미투 반박> 제하의 기사를 냈다가 수 시간 뒤 삭제했다. 기사를 작성한 강진구 기자가 별도의 상부 보고 없이 인터넷에 기사를 송고했으며 보도 내용이 성폭력보도준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해서다. 이후 강 기자는 기사 삭제가 부당하다며 SNS,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해 의견을 개진했고, 박 화백 피해자 이 작가는 '2차 가해'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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