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등록금이 해마다 뛴다. 학자금 대출이자도 따라 오른다. 등록금 1천만원 시대란다. 자녀를 둘 뒀다면 학자금만도 한해 2천만원이 든다. 웬만한 봉급생활자는 너무나 버겁다. 졸업장은 취직을 위한 자격증이다. 어머니는 허드렛일 나서고 아들, 딸은 아르바이트를 뛴다. 발바닥이 붓도록 숨 가쁘게 돌아가지만 학자금 대기가 정말 벅차다. 휴학, 복학을 되풀이하다 아들은 군대에 간다. 그 모습을 보는 부모의 가슴은 매어질듯 하다.

부모세대에는 우골탑이란 말이 있었다. 남은 재산인 소까지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냈더니 대학은 소뼈를 벽돌삼아 지은 웅장한 건물을 자랑한다는 말이다. 그 시절에는 입주과외라고 해서 넉넉한 집에 들어가 애들을 가르치면 숙식은 해결됐다. 그 때 있던 하숙집 풍속도는 거의 사라졌다. 지방출신 학생이라면 학기마다 싼 방을 찾아 변두리로 변두리로 헤맨다. 대학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대학 다니기가 더 어려운 세상이다. 나와도 일자리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교육도 산업이란다. 시장에 맡겨야한다는 소리가 시끄럽더니 등록금이 해마다 무섭게 뛴다. 올해도 인상률이 사립대 6~9%, 국·공립 8~14%로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다. 몇 년째 값이 오르지 않는 상품이 수두룩한데 유독 대학등록금만은 연례행사처럼 그것도 크게 오른다. 등록금에서 5~6%나 차지하는 입학금을 따로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 수업료가 큰 몫일텐데 그것은 고작 13~14% 수준이다. 나머지 80~82%는 학교운영비와 시설유지비로 쓰는 기성회비다.

▲ 국민일보 3월 7일자
대학은 저마다 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전국의 모든 대학은 건축 중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155개 사립대학의 누적적립금이 2006년 현재 6조8천503억원이다. 2003~2006년 4년간 누적적립금 증가율이 31.9%나 된다. 등록금 인상률이 얼마나 가파랐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등록금을 올린 만큼 교육품질이 향상됐는지 의문이다. 대부분 대학이 수업의 3분의 1 내지 절반 가량을 강사에게 맡기니 하는 말이다. 한 과목을 맡아봤자 한 달에 40만원쯤 준다. 이런 착취구조에서 대학이 발전하기 어렵다. 왜 세계 100대 대학에 끼는 대학이 없는지 알만하다.

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 해인 1996년 중간소득층이 전체가구의 55.5%였다. 그 후 중산층이 급속하게 붕괴되어 43.7%로 줄었다. 정규직에 비해 급료를 절반 밖에 못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570만명으로 추산된다. 돈벌이가 적어 근로소득세를 안내는 노동자가 2000년 507만명이었는데 2005년에는 687만명으로 늘어났다. 면세자가 전체임금노동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1년 43.7%에서 2005년에는 52.9%로 증가했다. 양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저소득층이 양산됐다는 뜻이다. 갈수록 자식 대학 보내기 어려운 현실을 말하고도 남는다.

역대정권은 교육복지국가라고 자랑해 왔다. 그런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작년 2월 펴낸 고등교육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대학등록금에 대한 정부부담은 적고 고소득층에 유리하며 저소득층에게 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보증 학자금대출만 봐도 옳은 말이다. 올해는 대출규모를 1천000억원이나 삼감하고 대출금리도 1% 인상했다. 이자율이 영세민생업자금대출보다 2배 이상 높은 7.65%이다. 그 까닭에 저소득층은 기피하고 중산층이 주로 혜택을 본다. 잘못 이용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만다. 지난 2월말 현재 이 대출금을 갚지 못한 금융채무불이행자가 1만816명이나 된다.

이명박 정부는 시장주의를 신봉한다니 돈 없는 부모의 눈앞이 정말 캄캄하다. 교육은 산업이라는 논리가 더 득세할 테니 말이다. 그 이전에 국민이라면 누구나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정신을 생각하라.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는 공부할 뜻만 있으면 누구나 대학교육을 받는다. 이 나라 지도층이 그토록 좋아하는 시장주의 국가인 미국에서도 등록금 후불제나 소득에 따른 차등부과제를 실시한다. 아파트 값이 폭등하자 분양가 상한제, 부분적인 원가공개제가 도입됐다. 대학등록금도 적정성과 타당성을 따져야 한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척박한 나라에 인적자원이나마 풍부하다. 부강한 나라로 가는 길은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지 않고는 희망이 없다. 어느 대학 캠퍼스에 나붙은 현수막이 부모의 가슴을 찢는다.

"어머니, 아버지! 대학 다녀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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