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중인 기안84(본명 김희민)가 그린 웹툰 <복학왕>이 또 한번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무능한 여성이 남자 상사와 성관계를 가져 정직원 채용에 성공했다는 내용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 게시판에는 하차 요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웹툰 연재 중단’을 촉구하는 글이 등장했다.

문제가 된 네이버 웹툰은 지난 4일과 11일 공개된 <복학왕>의 303, 304화다. 여자 주인공 봉지은은 대학 선배 우기명이 다니는 한 대기업 아쿠아리움 사업부 인턴으로 입사한다. 봉지은은 가습기를 바닥이 축축하도록 틀어놓고, 일명 독수리타법으로 보고서 한 장을 못 쓰고, 사무실에서 핸드폰 게임을 하는 등 무능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네이버 웹툰 <복학왕> 303, 304화에서 문제가 된 장면들.

회사 직원들은 그를 보고 “회사 급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팀장의 보고서 재촉에 봉지은은 갑자기 드러누우며 “죄송해요~!!♡”라고 말하고 “봉지은의 생존 전략은...애교(愛嬌)?!”라고 표현된다. 인턴 채용 과정에서 떨어질 것으로 비쳤던 봉지은에게 반전이 찾아온다. 회식자리다.

‘조개구이’집에서 봉지은은 조개를 배에 올리고 벽돌로 내리친다. 이를 40대 팀장이 마음에 들어 하고 ‘봉지은, 기안그룹 최종 합격’이란 설명이 나온다. 정직원이 된 봉지은은 팀원들과 함께 제주도를 가게 되고, 팀장은 봉지은과 사귀는 사이라고 말한다. 팀장은 우기명에게 “회식날~~ 술 취해서 키스해 버렸지 뭐야~~~”라고 말하고 이에 “잤어요?”라고 묻자 팀장은 “ㅋ!!”하고 웃는다.

논란이 일자 12일 기안84는 조개를 대게로 대체, “잤어요?”라는 대사를 “같이 있었어요?”라고 수정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며 귀여운 수달로 그려봤고,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는 것을 표현해보고자 식당 의자를 제끼고 조개를 깨는 등 수달로 겹쳐지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웹툰 연재 중지를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은 하루 만에 6만 8천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본인보다 나이가 20살이나 많은 대기업 팀장과 성관계를 하여 대기업에 입사한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희화화하며 그린 장면을 보게 됐다”며 “여자는 성관계를 하여 취업을 한다는 내용이 사회를 풍자하는 것이라는 댓글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기안84가 출연하는 MBC <나 혼자 산다> 게시판에는 12일부터 기안84 하차와 관련된 글이 2700여 건 올라왔다. "공영방송 제작진으로서 올바르지 못한 젠더 의식을 가진 기안84의 하차를 결단해달라", "기안84 논란 감싸주기만 하는 제작진 태도에 지쳐 타방송으로 갈아탑니다" 등 기안84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80%를 차지했다.

시청자들은 반복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안84를 출연시키는 MBC에 책임을 묻고 있다. 기안84가 그린 웹툰에 여성 혐오표현이 등장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2017년 <복학왕>에는 여성이 “나이 30살, 아무리 화장을 해도 아무리 좋은 걸 발라도 나이를 숨길 수 없다”고 한탄하고, “누나는 늙어서 맛 없다”는 표현이 쓰였다. 인기 있는 남성을 바라보는 여대생의 가방에 두 줄이 선명한 임신테스트기를 그려 이를 수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웹툰에서는 여성 장애인을 비하하고 이주 노동자를 비하하는 장면을 넣어 사과한 바 있다.

2018년에는 기안84라는 필명과 관련해 “논두렁이 아름답고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 화성시 기안동에 살던 84년생”이라고 소개했던 글이 알려져 <나 혼자 산다> 하차 요구를 받았다.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 출연진들의 이름을 활용해 그린 웹툰 속 인물 설정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회춘>이라는 제목의 웹툰에서 전헌무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화사라는 이름의 캐릭터에게 “오빠가 돈 벌어서 여기 일 관두게 해줄게~”라는 장면을 그려 비판이 일자 이를 수정했다.

MBC <나 혼자 산다> 출연중인 기안84의 모습 (사진=MBC)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기안84를 공적 영역인 방송으로 데려온 MBC가 그의 문제(소수자 혐오)등을 캐릭터로 품어주고 있고 이를 통해 기안84란 인물이 미화되고 있다”며 MBC의 책임을 지적했다.

권 활동가는 “기안84가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고 MBC는 그의 ‘무례함’을 하나의 캐릭터로, 웃음의 포인트로 만들어갔다”며 “그의 무례함은 만화를 그리느라 사회생활을 안 해봤기에 발생하는 실수 내지는 순진으로 포장됐다”고 했다.

권 활동가는 그가 그린 만화에 표현되는 여성 혐오적인 표현을 꼽으며 “기안84가 평소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기안84를 계속 출연시키는 MBC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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