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이사회가 12일 검언유착 오보와 관련해 경영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이사들은 “권언유착 의혹, 청부보도 등 듣기도 민망한 상황”(김영근 이사), “있어서는 안 될 민감한 사안에서의 실수”(류일형 이사) “KBS 존재 자체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황우섭 이사)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황우섭 이사의 이사회 참석 논란이 불거졌다. 황 이사는 검언유착 오보 취재 기자들과 양승동 사장을 고발한 미디어연대의 공동대표다. 황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취재원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뉴스9>의 7월 18일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보도.

이날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오보 경위를 보고했다. KBS는 지난달 18일 <뉴스9>에서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보도를 방송했으며 다음 날 취재 과정에 허술함이 있었고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문제가 노출됐다고 사과했다.

김종명 본부장은 “녹취록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복수의 취재원을 취재한 내용을 종합 구성해 작성했다. 다음 날 녹취록과 비교해보니 유시민 이사장과 연루된 대화가 오갔다는 점, 독려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점, 이동재 기자가 유시민 이사장과 관련된 취재 필요성을 언급하는 점 등은 KBS 보도 내용과 일치했다. 다만 ‘야당이 승리할 경우 윤석열에 힘이 쏠릴 거다’, ‘보도 시점과 관련한 내용이 있었다’는 것은 녹취록에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 보도본부장은 “녹취록에 들어있지 않은 내용, 단정적 표현에 대해 신속히 사과방송을 하자는 차원에서 <뉴스9>에서 사과를 했다”며 “공교롭게도 주말에 보도돼 게이트키핑 단계가 건너뛰며 걸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KBS는 곧바로 경위파악에 착수했으며 27일 심의지적평정위원회를 열어 보도 관련자 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30일에는 노사공정방송위원회를 열어 보도 경위를 설명했다.

보도본부장의 경과보고 이후 황우섭 이사는 첫 발언으로 청부보도 의혹을 제기했다. 황 이사는 “당초 이 리포트는 ‘KBS 기자와 제3의 인물의 권언유착 조작사건’으로 볼 수 있다. 제3의 인물은 검찰 고위인사로 보이는데 KBS 기자에게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주면서 검찰총장을 공격하는데 이 기사가 악용됐다는 게 핵심”이라며 “KBS가 있지도 않은 내용을 가공해서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 자체가 충격”이라고 말했다.

황 이사는 “하명이나 청부보도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럴만한 의혹이 있어 KBS는 누구에게 허위 내용을 제보받아 쓴 것인지, 취재원이 누구인지, 어떤 의도로 KBS 기자에게 불확실한 정보를 줬는지, 게이트키핑은 누가 했는지 등이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 바로 다음 날 이뤄진 사과방송, 인사위원회 회부 등에 대해 황 이사는 “실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서둘러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의혹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황 이사가 내외부 인사로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조사할 계획인지 묻자, 양승동 사장은 “KBS 내부에는 심의실 산하에 심의지적평정위원회, 감사실, 보도편성위원회, 공정방송위원회 등 절차가 있다. 이를 밟아왔고 이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남아있다”며 “굳이 외부인이 참여해 정치적 공방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사회 논의가 의혹 제기에 머무르자 문건영 이사는 황우섭 이사의 이사회 참석 적절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황 이사는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로, 미디어연대는 지난 3일 KBS소수노조와 함께 김상근 이사장, 양승동 사장, 보도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한 단체다. 이에 대해 황 이사는 “미디어연대에는 공동대표 3명이 있는데 고발한 이는 내가 아니다”라며 “KBS 이사회 직무 수행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황 이사는 계속해서 “취재원을 보호해야하는 건 맞지만 모든 이를 보호할 수는 없다”, “녹취 메모 전체를 밝히고 취재한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밝혀야 한다” 등의 취재원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이사회에 이 사안과 관련한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이에 강형철 이사는 “고발인(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과 특정 관계인(황우섭 이사)이 여기에 와서 피고발인인 사장, 보도본부장에게 청부보도가 의심된다고 말하는데 이사로서인지 고발 관련자로서 질문하는 건지, 지금 이런 이사회의 모습에서 KBS의 현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형철 이사는 “정파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잘못을 고칠 기회가 없어진다”며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사건인데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정파적 논쟁으로 풀어가면 KBS가 발전할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KBS노동조합, KBS공영노조와 미디어연대는 KBS이사장, 사장, 보도본부장 및 보도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KBS노동조합)

이날 이사들은 재발방지책 마련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강형철 이사는 “KBS는 공정성이 문제 될 때마다 가이드라인을 정비한다는 얘기를 해왔다"면서 "이번에는 제발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이런 문장을 쓰지 말아라’, ‘쓰지 말아야하는 문제적 사례’ 등까지 넣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박옥희 이사는 “지난번 김경록PB건이 나온 뒤 취재 단계를 정비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중간에 데스킹에서 잘못이 있다고 한다. 주말이라서 놓쳤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영근 이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보도과정이 허술해서 믿기 힘든 의혹이 제기됐다”며 “사장은 책임져야 할 보직에 있는 이들을 구성할 때 능력있는 분들로 구성 해야하고, 보도 이후 서로를 고발하는 내부 반발, 저항의 목소리를 집행부에서는 같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동 사장은 “질책과 의견, 조언 잘 새겨들었다”라며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다만, 심의실 보고를 살펴본 결과, 다음 날 사과할 정도로 보도 내용이 틀린 건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했고,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과 KBS 기자의 취재행태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합당하게 인사위원회를 열어 책임을 묻겠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한다. 빌미를 제공한 부분이 있기에 설명 책임이 있다. 공개적으로 어느 자리에서든 설명하겠지만 정치적으로 왜곡, 과장해서 활용하는 측면에는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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