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4대강 보를 안 했으면 이번 비로 나라 절반이 물에 잠겼을 것"이라는 이재오 전 의원 주장 등 보수야권의 '4대강 옹호론'이 언론을 타고 번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4대강'을 취재 중인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그들이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이 그들의 거짓 주장을 검증하지 않고 퍼뜨리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 인사인 이재오 전 의원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4대강 보는 물흐름을 방해하는 기능은 없다"며 "보는 물길을 막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실패를 4대강으로 호도하지 말라"고 했다. 이어 "이번 비에 4대강 16개 보를 안했으면 나라의 절반이 물에 잠겼을 것"이라며 "신문·방송들도 현장을 다녀보고 보도해달라. 나라에 재난이 덮쳤는데 소모적인 논쟁으로 국력을 낭비하고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고 주장했다.

친이계 권성동 무소속 의원도 10일 자신의 SNS에 "4대강 사업 이전에는 매년 그 유역에서 홍수가 났지만, 그 후로는 금년의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그 주변에서 홍수가 나지 않았다"며 "이미 4대강 사업의 효용성이 입증됐는데 대통령의 폄훼발언을 보면서 진영논리에 갇힌 문 대통령이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전날인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4대강 보의 홍수 조절 기능을 전문가들과 함께 실증적으로 평가해보라고 지시를 내리고, 민주당이 이번 수해와 관련해 4대강 보를 비판한 데 대한 반박성 글처럼 보인다.

그러나 4대강 논쟁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한 정진석 통합당 의원의 SNS글 '문재인 정부, 이래도 4대강보 부술 겁니까'에서 촉발됐다. 정 의원을 비롯한 통합당 측이 "4대강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뻔 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4대강 사업 끝낸 후 지류 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이에 대한 민주당과 문 대통령 반박이 나온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 같은 상황을 여야 정치권의 '4대강 공방 프레임'으로 보도했다. 이 전 의원, 권 의원 말을 따옴표로 옮기거나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는 식이다. 주요보수언론은 '폭우 피해도 4대강 사업 탓, 전 정권 핑계 댈 건가'(11일 조선일보 사설), '4대강 논쟁하되 단정하진 말라', '전국이 수해로 시름하는데 4대강 정쟁 할 때인가'(12일 중앙일보 칼럼·사설), '10년째 이어지는 4대강 논란 피로감, 도대체 언제까지…'(12일 동아일보 사설) 등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최승호 PD는 11일 자신의 SNS에 "'4대강 보는 물흐름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물이 많이 흐르면 보는 저절로 수문이 열려 물을 흘려보낸다'는 이재오 전 장관의 페북 글이 오늘 많은 언론에 의해 기사화됐다"며 "지금까지 저는 이 황당한 주장을 검증한 기사를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PD는 "그들이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은 언론이 그들의 거짓 주장을 검증하지 않고 퍼뜨리기 때문"이라며 "정치적으로 나뉘어 있는 양쪽의 입장을 다 전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팩트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언론이 항상 검증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언론이 검증하지 않으면 정치인들은 자꾸 자극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래야 언론이 쓴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도 자극적인 말을 하면 많은 언론이 받아쓴다. 클릭수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PD는 "그런 언론에 의해 우리 국민은 또 두 갈래로 나뉘어버린다. 언론이 객관적으로 검증해서 4대강사업의 문제를 알렸다면 낙동강 유역의 국민들도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었을 것"이라며 "낙동강이 얼마나 깊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정서를 간직한 강인데, 그 유역의 국민들이 제대로 안다면 이렇게 낙동강을 낙동저수지로 만든 것을 좋아할 리가 있겠나"라고 질타했다.

PD가 이 전 의원의 주장을 현장의 4대강 보 운영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4대강 보는 센서에 의해 자동운영되고 있지 않았다. 최 PD는 "결론적으로 보를 운영하고 있는 분들은 이재오 전 장관의 주장이 근거 없다고 확인해줬다. 보는 자동문처럼 센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운영주체들의 의사결정에 의해 여닫는 것이고, 그 의사결정은 홍수통제소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물이 많이 오면 센서가 작동해 갑자기 수문이 열려버린다면 수량 관리가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PD는 "제가 알기로는 홍수가 오는 상황이 되면 홍수통제소에서 보를 열라는 지시를 내리고 그 통제에 따라 각 보들은 수문을 연다"며 "그리 복잡한 얘기도 아닌데 MB정권의 2인자이자 4대강사업에 가장 많이 관여한 이재오 전 장관이 이렇게 말하다니"라고 한탄했다.

PD는 최근 뉴스타파 '문재인정부의 4대강' 보도에서 "감사원은 그동안 많은 의문을 낳았던 ‘수심 6미터의 비밀'을 밝혀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착수했고 낙동강을 최저 수심 6미터로 준설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마치 대단한 비밀을 밝혀낸 것 같지만 사실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일 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그를 옹위한 공무원, 어용 학자들의 주장처럼 홍수를 예방하고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강의 한 복판을 최저수심 6미터가 되도록 깊게 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적인 하천전문가 한스 베른하르트 독일 칼스루에대 교수는 뉴스타파에 "4대강 보는 아무런 이익도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비와 보수비만 드는 인공구조물"이라고 총평했다.

뉴스타파 <문재인정부의 4대강>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이 전 의원은 12일 JTBC뉴스룸 긴급토론에서 자신의 '보 없었으면 나라 절반 침수' 주장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주장이 아니라는 것을 자인했다. 이 전 의원은 "과학적인 주장은 아니지만 대개 4대강이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전 국토의 한 반쯤 된다"며 "그런데 그중에 산악지대를 빼고 평야 지대는 이번 비가 이대로 4대강을 하지 않고 옛날 강 그대로 뒀다면 다 범람했다고 봐야한다. 그러면 평야 지대는 거의 물에 다 잠겼다고 봐야 된다"고 주장했다.

함께 자리한 박창근 카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하천에 물이 흐르는데 보가 있으면 물이 위로 흐를 것 아닌가. 보 위로 올라가니까 보는 어떠한 형태로 있더라도 하천의 물 흐름을 가로막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보 주변에서는 홍수위가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것(보)이 제방 붕괴로 이어진 사례가 많은데,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방 붕괴가 보 부근에서 많이 발생했다. 보를 홍수를 저감시키는 시설이라고 말하는 것은 교과서에도 없는 얘기고, 전 세계적으로도 보는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는 하천 구조물이라고 돼 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한 말이 아니라고 했는데,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분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국민들은 그냥 믿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환경부가 구성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의 금강·영산강 보 5곳 홍수처리 능력 분석결과에 따르면, 보 철거 시 홍수 발생 빈도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한강과 낙동강에 대해서도 분석을 진행 중이다. 2018년 7월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 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감사 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 홍수 피해 예방 가치는 '0원' 이었다. 홍수예방을 위해서는 홍수가 발생하는 지류·지천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은 홍수 위험이 없는 본류를 '6m'로 깊게 파내는데 몰두, 추후 운하 추진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는 게 박근혜 정부 감사에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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