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12일 오전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강 기자를 지지하는 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예고된 가운데, 박재동 화백으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이모 작가 측이 입장을 밝혔다.

이 모 작가의 법률대리인 하희봉 변호사는 11일 저녁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앞두고'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부디 경향신문 징계위에서 적절한 조치를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 변호사는 강 기자의 기사가 허위사실을 포함하고 있으며, 성폭력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원에서 판단이 내려진 사안에 대한 가해자 측의 의혹제기를 무분별하게 기사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실었고,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2018년 2월 26일 SBS '8뉴스' <[단독] 만화계도 '미투'…"시사만화 거장 박재동 화백이 성추행"> 보도화면

경향신문은 7월 29일 아침 6시 30분경 인터넷판에 <[단독] 박재동 화백 ‘치마 밑으로 손 넣은 사람에 또 주례 부탁하나’ 미투 반박> 제하의 기사를 내어 박 화백 측이 피해자 이 모 작가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강진구 기자는 ‘성평등시민연대’와 ‘만화계성폭력 진상규명위원회’가 28일 낸 성명서, 박 화백이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SBS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소송 과정에서 제출된 2017년 5월 녹취록, ‘미투’ 직후 이 작가가 동료작가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바탕으로 관련 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해당 기사를 수시간 만에 삭제 처리했다. 강 기자가 별도의 상부보고 없이 인터넷에 기사를 송고했으며 보도내용이 성폭력 보도준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이 작가 측은 강진구 기자의 기사에 4가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 하 변호사는 "강진구 기자가 의혹 제기한 내용들은 모두 박 화백이 SBS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다루어졌던 것으로, 법원은 이미 판결문에서 박재동 측의 의혹제기에 대해 상세히 반박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강 기자에게 판결문을 제공했지만 강 기자는 법원이 각각의 의혹들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내렸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하 변호사는 “해당 기사는 가해자측의 의혹제기를 무분별하게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기사에는 “이 작가는 ‘이미 1심 재판결과 저의 성추행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라며(후략)”라는 부분 외에는 제1심 판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법원에서 가해자 측 의혹에 대해 각각 어떠한 판단을 내렸는지 다루지 않았다"며 “피해자인 이 작가의 반론은 피상적인 수준에서 언급하고 있어 작가가 보내준 판결문을 읽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했다.

하 변호사는 강 기자가 인용한 카카오톡 내용을 지적했다. 인용된 내용은 연속적인 대화내용이 아니며 대화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인데도 마치 연속적인 대화인 것처럼 기재해 독자로 하여금 오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이로 인해 대화의 맥락이 제거되었고, 특정 내용의 경우 박재동 씨를 상대로 한 말이 아님에도 그런 것처럼 설명했다"며 “강 기자의 기사는 피해자를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것으로 작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 측이 지적한 네 번째는 녹취록 유출 문제이다. 하 변호사는 “박재동 씨는 이 작가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본인이 녹취록을 공유할 경우 응분의 처벌을 받기로 약속했고, 이에 이 작가는 2차 피해가 없을 것이란 안심에 제출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녹취록은 ’만화계성폭력 진상규명위원회‘에 유출됐고, 언론에 공개되며 강 기자 역시 해당 자료를 기사에 일부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2일 오전 10시 30분 인사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인사위에서는 해당 기사가 편집국 보고·기사 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출고된 경위, 출고된 기사가 성범죄 보도준칙을 위반했는지 여부, SNS 활동 등을 통해 경향신문 구성원 명예훼손 여부 등을 다룬다.

인사위에 앞서 강 기자를 지지하는 시민사회 단체, 성평등시민연대, 만화계 성폭력 진상규명위원회 등은 경향신문 앞에 모여 '진실규명 탄압하는 경향신문 자성 촉구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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