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가 모호할 뿐더러 행정부가 언론사에 직접 시정명령을 가할 수 있도록 한 법안으로 언론·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직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내용과 일치한다.

정 의원은 지난 7일 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으며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회부됐다.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김승원, 김용민, 박영순, 송재호, 윤미향, 이상직, 이성만, 이수진, 임오경 등 10명의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해당 법안의 골자는 언론보도에 대한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반론보도 청구 기한을 연장하는 것이다. 현행 언론중재법상 정정·반론보도 청구는 청구인이 해당 언론보도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 언론보도가 있은 날부터 6개월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각각 1년, 2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다. 정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악의적이고 진실하지 못한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은 자가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나치게 짧아 해당 청구 기한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문체부 장관에게 언론사에 대한 시정명령 권한을 부여했다. '중재위원회는 국가적 법익, 사회적 법익 또는 타인의 법익 침해사항을 심의하여 언론사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의 사실에 대한 언론보도 등을 했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문화부 장관에게 해당 언론사 등에 그 시정을 명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문화부 장관은 중재위원회의 요청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해당 언론사등에 시정을 명하여야 한다' 등의 조항이 신설된다. 언론사가 문체부 장관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언론중재위 조정, 법원 재판 등 기존 언론보도 피해자 구제 과정과는 별개로 한 정부부처 기관의 장이 언론사를 산하기관의 요청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 점은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자유 침해소지가 있다. 또 정 의원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의 사실에 대한 언론보도 등을 했음이 명백한 경우', '악의적이고 진실하지 못한 언론보도'라고 시정명령의 대상이 되는 '가짜뉴스'를 정의했지만 '고의', '악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거나 규정하지 않았다. 앞서 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 법안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법안의 내용은 20대 국회에서 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이른바 '가짜뉴스방지법'과 궤를 같이 한다. 현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017년 4월 당시 분쟁소지가 있는 기사에 별도 표시를 하고, 문체부 장관이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7년 8월 당시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허위·왜곡보도 근절을 위한 언론의 사회적 책무 규정 신설 ▲언론사 내 고충처리인 제도 내실화 ▲정정·추후보도 청구기간 6개월로 연장 ▲언론사 허위·왜곡보도 시 언론중재위 요청에 따른 문체부 장관 시정명령 근거 규정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 의원 발의 법안은 21대 국회 민주당 내에서 발의된 허위조작정보 방지법(정필모 의원 발의)이나 정부 정책 방향과도 내용이 충돌한다. 정필모 의원은 지난 6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업적 또는 정치적으로 정보를 매개로 타자를 속이려는 기만적 의도성을 가진 행위로 수용자가 허구임을 오인하도록 언론보도의 양식을 띤 정보 또는 사실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능이 배제된 가운데 검증된 사실로 포장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즉 허위조작정보 규정에서 언론보도를 제외한 것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구성한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전문가 회의'(이하 전문가회의)는 '허위사실임을 알면서 정치·경제적 이익 등을 얻을 목적으로 다른 정보이용자들이 사실로 오인하도록 생산·유포한 모든 정보'를 허위조작정보 개념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중재법에 의거한 언론 기사와 패러디·풍자는 허위조작정보에 포함하지 않았다. 전문가회의는 이 같은 정의를 '제언' 형태로 내놓으면서 법적 규제 등에 활용하기에 범위가 넓고, 규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규제를 위해선 별도 논의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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