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영삼]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인종차별이 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비판했다가 역풍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지적당한 쪽이 조심하겠다는 입장을 내면 끝날 일인데,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이들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양쪽 모두 곤란한 상태.

이는 시대의 사회상을 볼 수 있는 패러디를 즐기는 경기도 의정부 고등학생들의 패러디 때문에 생긴 논란이다. 한참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된 일명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하며 생긴 논란.

샘 오취리는 ‘패러디는 좋으나 굳이 피부색 분장까지 따라 해야 했느냐’는 지적을 하며 불쾌함을 내비쳤다. 그가 지적하는 건 국제적인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는 기회로 삼을 만해 격하게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관짝소년단’ 리더가 논란 이후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며 샘 오취리의 입장이 우습게 됐다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샘 오취리의 비판이 잘못된 건 아니다.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과거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수시로 표현되던 건데 왜 지금 문제냐라는 반응도 본질을 훼손하는 쉴드이다. 과거 인종차별적 표현이 문제가 안 되던 시절과 이 시대는 다르기에 이는 통하지 않는다.

미성년자들의 패러디에 과한 비판이 필요한 것이냐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그 정도 차별적 메시지를 판단하지 못할 거란 추측은 역으로 그들을 비하하는 것이기에 잘못 대응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제대로 된 지적에 쿨하게 대응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빼앗은 것은 대중이고 언론이다. 미처 대응하기 전 그들의 선택권을 빼앗은 것도 역시 대중이고 언론이다.

샘 오취리가 비판을 하며 한글과 영어로 달리 표현한 것을 두고 문제라 지적하는 것도 지나친 트집이다. 비판을 하며 고운 말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건 아프게 받아들여야지, 꿀을 발라 말을 해달라는 건 오버다. 그가 말한 비판 메시지 중 ‘다른 문화를 조롱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교육해야 한다. 이런 무지가 계속돼선 안 된다’란 글은 뼈아프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뜻을 이해한다면 그 강도가 어느 정도여도 받아들여야 한다.

비판을 받아들이려는 노력 없이, 그가 한 과거 행동과 발언을 트집 잡아 이번 메시지 자체를 틀린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황당할 정도로 이어졌다. 과거 방송이었던 <비정상회담>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모습이 문제였다며, 그가 이제 와서 인종차별적 표현을 하지 말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인데 이런 지적 자체가 난맥상일 수밖에 없다.

그가 출연했던 과거 <비정상회담> 전체 출연분 중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크게 없었다. 그와 출연한 외국인 모두가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하고 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주로 내왔지 그런 표현을 즐기지 않았다.

샘 오취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언론은 또 그가 과거 방송에서 한 말을 트집 잡아 성희롱성 멘트를 했다며 공격을 부추기기도 했다. <라디오스타> 출연 당시 배우 최여진에게 호감을 보이며 ‘정말 예쁘다’며 몸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위아래 훑어봤다며 이번 논란과는 다른 방향의 공격을 유도했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자성의 계기를 빼앗았단 점이다. 국제적 의식에 맞춰 살아가야 할 한국인 스스로 그리고 언론이 나서 눈을 가려 수준을 낮추는 현상은 답답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인종차별적 표현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기본 에티켓임에도 그 성찰의 계기를 막아 버리는 모습은 어떻게 바라봐도 안타깝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인종차별을 겪는 건 한인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유색인종의 공통적 차별이기에 같은 접근에서 반기를 들어야 하지만, 정작 흑인 인종차별 사건에서도 ‘흑인도 한인을 차별하니 당해도 된다는 식’의 인식이 드러나기도 해 이번 샘 오취리 논란도 씁쓸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마땅히 철폐되어야 할 인종차별적 표현이라면 곱게 받아들여 변화하자고 하면 될 일이다. 시시콜콜 다른 이유를 가져다 대며 본질을 덮어버릴 일이 아니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면 쿨하게 잘못했다 인정하면 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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