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 이후 침묵을 이어 온 동아일보·채널A가 자사 전·현직 기자들에 대한 기소, 권경애 변호사의 페이스북글 등을 계기로 '권언유착 의혹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검언유착·취재윤리 위반' 의혹 등으로 '철회권 유보' 조건의 재승인을 받은 채널A가 현 상황을 프레임을 전환할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언유착 의혹은 자사 기자의 입에서 시작됐다. 또한 MBC 검언유착 보도 직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미 사건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권 변호사의 기억에 의존한 증언이 뒤바뀌며 신빙성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8월 7일자 지면 갈무리

동아일보는 7일 <權-MBC 제보 공작 의혹 철저히 수사하라>이라는 사설을 내놨다. 동아일보는 "서울중앙지검이 그제 채널A의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모 전 기자와 백모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지만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 의혹 부분은 공소장에 적시하지 못했다"며 "채널A 경영진이나 보도본부 간부 등 윗선 개입 의혹 역시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채널A는 중립적이고 공신력 높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검증위원회까지 거친 상세한 진상조사 결과를 스스로 내놓았고, 지난 4개월동안 본사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팀의 집요한 강제 수사를 받아 왔다"고 자평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반면 MBC가 이른바 '제보자X' 지모 씨로부터 제보를 받아 '검언유착'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워 보도한 경위와 관련된 고발 사건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MBC가 3월 31일 처음으로 이 사건을 보도한 이후 드러난 정황들은 순수한 동기에서 나온 제보가 아닌 공작과 기획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며 "검찰은 어떤 경로를 통해 MBC에 제보가 들어가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인물들이 관여해 사건을 부풀렸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서울중앙지검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간의 공모 의혹에 대해선 10여 명의 검사를 투입해 총력을 기울인 반면 MBC와 여권 인사 간의 공작 의혹은 시늉만 내다 덮는다면 이는 검찰권 남용이자 법치주의의 근본인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며 "결국엔 수사 지휘부가 스스로 사건을 왜곡한 세력들의 농간에 놀아난 방조범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6일과 7일에 걸쳐 <채널A 前기자 공소장에 '회사차원 개입-검찰과 공모' 내용 없어>, <권경애 "한상혁, 윤석열-한동훈 쫓아내야 한다고 말해' 韓방통위원장 "쫓아낸다는 말이나 윤총장 얘기는 안해">, <권경애 "익명보도인데 어떻게 한동훈 콕 찍나" 한상혁 "그건 다 아는 것">, <주호영 "방통위원장 권언유착… 특검-국조로 밝혀야"> 등의 보도를 내놨다.

같은 기간 채널A는 <4개월 수사했는데…기소 내용에 ‘공모’ ‘윗선 개입’ 없어>, <“한동훈 쫓아내야 한다고 했다”…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의혹 부인>, <한동훈 언급에 의문…권경애 “권언유착 의혹 진실 밝혀달라”>, <4월에도 ‘작전’ 언급…권경애 “‘검사 음모’ 떠벌리기 위한 것”>, <검찰로 간 ‘KBS 신라젠 취재 의혹 오보’…의혹 밝혀질까> 등의 보도를 쏟아냈다.

5일 채널A는 메인뉴스 앵커브리핑을 통해 "채널A는 지난 4개월간 검찰 수사에 미칠 영향 등을 우려해, 관련 보도를 최대한 자제해 왔다. 하지만 기소가 이뤄진 오늘까지도 채널A와 구성원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이 계속되고, 이번 사건을 특정 프레임에 엮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그간 벌어진 일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부당한 공격과 흠집내기에 대해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채널A '뉴스A' 8월 5일 앵커브리핑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4월 채널A는 방통위로부터 '철회권 유보' 조건의 재승인을 받았다. 당시 방통위는 향후 조사‧검증‧수사 등을 통해 방통위가 채널A 경영진으로부터 접수한 의견청취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방송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문제가 확인될 경우 재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는데, 동아일보·채널A는 현 상황이 재승인 취소 위기를 전환할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언유착 의혹의 시발점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입과 그의 증거인멸이다. 채널A 자체 진상조사위 결과에 따르더라도 이 전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취재원에게 가족에 대한 수사 등을 언급하고,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을 내세워 통화 녹음파일을 들려줄 수 있다고 제안하고, 녹취록을 읽어주고, 진상조사 전 본인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초기화하는 등의 과정이 나타나 있다.

윗선개입 여부와 관련해서는 이 전 기자의 보고를 받은 책임자들의 관련 기록이 모두 삭제됐다. 법조팀장, 사회부장 등은 이 전 기자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삭제했다. 이 전 기자는 MBC 취재가 시작되자 '반박 아이디어' 문건을 작성, 한 검사 녹음 문장 일부를 목소리가 비슷한 후배기자가 녹음하게 하고 제보자를 만나 다시 들려주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법조팀장은 한 검사와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통화해 "녹음파일이 없다"고 말했다.

권언유착을 주장하는 측은 2월 13일 부산고검 녹취록 내용에 집중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 간 공모는 없다고 단정하지만 2월 13일 이후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이 전 기자 한 검사 간 통화기록, 카카오톡 보이스톡 흔적 등이 풀어야 할 증거들로 남아있다.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이 전 기자가 후배인 백 기자에게 한 검사와의 통화에서 '수사팀에 말해줄 수 있다', '나를 팔아라' 등의 말을 들었다고 한 사실들이 적시돼 있다.

이 전 기자와 관련한 증거들이 인멸된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한 검사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수사팀은 한 검사 휴대전화에 대해 법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한 검사가 비밀번호 등 협조하지 않으면서 포렌식을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한 검사에 대한 조사는 한 차례 소환조사도 마치지 못했다.

반면 동아일보·채널A 등이 "법치주의의 근본인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한 권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소환조사를 받은 MBC 장인수 기자는 올해 2월부터 3월까지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장 기자는 문자메시지, 텔레그램, 카카오톡 메시지 등 까지 제출하고 있다고 했다. 장 기자에 따르면 장 기자 2번, 제보자X 4번,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3번, 이철 전 대표 법률대리인 이지형 변호사 2번 등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한 측 관련자 4명이 10차례 이상 검찰 조사를 받았다.

권경애 변호사가 기억에 의존해 작성,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한 페이스북 증언은 기존 증언이 하루만에 뒤바뀌며 신빙성 논란이 일고 있다. 권 변호사는 MBC 첫 보도가 이뤄진 3월 31일, 보도 직전 한상혁 위원장으로부터 "한동훈을 반드시 내쫓을 것이고 보도가 곧 나갈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증언했고, 이는 일각에서 권언유착 의혹의 핵심 증언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3월 31일 MBC 보도 1시간 이후인 9시 9분부터 23분간 통화했다는 통신기록을 공개하면서 MBC 보도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증언의 주요 내용이 반박됐다.

"기억에 오류가 있었다"는 권 변호사는 당시 한 검사의 이름이 보도에서 'A검사장'으로 익명처리 돼 있었는데 어떻게 한 위원장이 한 검사의 실명을 거론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떨칠 수 없다며 권언유착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보도에서 이 전 기자 녹취록에 "윤석열 한 칸 띄고 최측근 이렇게 치면 딱 나오는 사람"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A검사장'이 한 검사를 지목한다는 것은 기자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유추할 수 있었다. 한 위원장이 6일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보도를 보고 그게 한 검사라는 걸 몰랐나? 그건 여기 있는 기자들도 다 알았다"고 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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