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의 신정아씨 누드 사진 게재 파문을 ‘객관적으로’ 보도한다면? 가치판단에 따라 조금씩 뉘앙스가 다르겠지만 몇 가지로 분류가 가능할 것이다. 14일자 아침신문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은 정도로 나뉘지 않을까.

<신정아 누드사진 게재 비난 ‘봇물’> (서울신문 4면)
<신정아씨 ‘누드 사진’ 논란> (조선일보 12면)
<알몸사진이 알권리? 발가벗은 ‘황색언론’> (한겨레 3면)

경향과 국민의 ‘본질 못가리는’ 오버

‘변양균-신정아’ 파문의 핵심이 무엇일까. “변양균으로 상징되는 ‘권력’이 교수임용과정과 예술감독 임명과정에 개입했는지” 그리고 신정아씨의 미술품 구입과 관련해 변 실장이 ‘불법적인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 경향신문 9월14일자 3면
그런 점에서 경향의 오늘자(14일) <다채로운 남성편력…“잠 못드는 유력인사 많을 것”>(3면)이라는 기사와 국민일보의 사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신정아 스캔들>은 본질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특히 경향신문은 신정아씨 누드 파문 기사를 다룬 5면 기사에서 ‘문제’의 문화일보 사진을 모자이크로 처리해 내보내기도 했다. 인권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각설하고. 문화일보의 신정아씨 누드사진 게재를 다룬 언론의 보도태도가 못마땅하긴 하지만 보도를 했다는 자체를 두고 비난할 수는 없다. ‘정론’을 표방하는 언론사가 개인의 누드 사진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성 로비 의혹에 갖다 붙이면서 보도를 했는데 이걸 언론이 다루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 국민일보 9월14일자 사설.
문제는 ‘문화일보의 신정아 누드사진 게재 파문’을 어떤 식으로라도 다루고 있는 대다수 언론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여성비하 파문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여성비하 발언 침묵하는 이유

발언 수위가 용납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와 14일자 한겨레신문 등에 따르면 이 후보의 발언수위는 문화일보의 ‘누드 사진 게재’ 못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문제의 발언이 주요 일간지 편집국장 10여명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온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 가운데 일부를 인용한다.

“만찬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후보는 현대건설 재직 때 타이에서 근무한 이야기를 하면서 ‘현지에서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가장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을 받았겠지만 예쁘지 않은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준 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한다고 하더라. 일종의 지혜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자리에는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도 함께 있었다. 한 참석자는 ‘여성 대변인까지 있는데 그런 발언을 해 듣는 사람이 몹시 민망했다’고 전했다.”

▲ 한겨레 9월14일자 4면.
발언 내용이 알려진 이후 여성계와 정치권이 일제히 이 후보와 한나라당을 비판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문화일보의 누드사진 게재 파문이 불거진 이후 ‘재빨리’ 여성계의 성명서를 인용한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상대가 유력한 대선 후보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혹시 '지지후보'이기 때문?

백번을 양보해서 ‘식사 자리에서 편하게 말했기 때문’이라는 이 후보 쪽의 해명이 ‘용인’이 돼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면, ‘개인의 누드사진’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성 의혹과 연결시켜 보도한 것을 왜 ‘논란’ ‘파문’으로 보도하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해야 한다. '답'을 한번 해보기 바란다.

정론지라면 ‘개인’ 신정아씨보다는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여성관을 오히려 문제 삼는 것이 온당한 태도다. 그런 점에서 문화일보의 누드사진 게재 파문과 이명박 후보의 여성비하 문제는 한국 언론 가운데 정론지와 ‘옐로페이퍼’의 기준을 명확하게 긋고 있는 셈이다. 독자들이 언론의 보도태도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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