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는 현재의 대통령 직속 방송통신위원회 체제를 원천적으로 반대함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 사이비 위원회이며, 사실상의 대통령 직속·국가 정책기구로 규정한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 자신의 ‘멘토’를 위원장에 ‘내정’하는 과정을 오만하고 폭력적인 사태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와중에 소위 ‘야권’에서 말로는 반대라고 하면서 김상균 광주문화방송 사장과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 등 자신의 입맛에 맞는 위원들을 ‘내정’했다는 것에 관해서도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시민의 이익, 사회적 이익, 미디어 공공성의 이익을 위반한 일방주의, 밀실주의, 위선주의를 분명하게 고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사실상 대통령 직속 관할 체제로 두는 것은 명백한 방송장악 의도임을 알고 있다. 방송을 국가가 통제코자 하는 의도적 계산의 결과이고, 공영방송을 국가가 자유롭게 관리․폐기코자 하는 전략의 산물이며, 수구신문과 재벌 주도의 교차소유를 부추기기 위한 정책의 출발임을 정확히 알고 있다. ‘무늬’만 위원회인 이러한 구조는 방송의 공익성, 미디어 공공성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며, 국가와 재벌의 이중권력에 의한 20년 동안의 투쟁을 통해 구축된 공적영역 즉 민주주의 말살의 조처라고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반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혹은 우리의 노력이 부족해 이 부실하고 반사회적이며 반민주적인 방통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사실을 통탄해 마지않는다. 문화연대는 사회와 역사, 민주의 이름으로 머리 숙인다. 그러면서 우리는 새롭게 미디어 공공성 투쟁의 깃발을 내세우며, 우선 최시중씨의 방통위원장 내정에 대해 분명한 반대와 강력한 경고의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최시중씨의 내정이 바로 앞서 지적한 국가권력과 재벌권력, 미디어권력의 방송 지배, 방송 장악, 방송 사유화의 구체적 포석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시중씨는 자신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기 때문에 방송의 공영성, 정치적 중립성, 보도의 객관성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궤변이다.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적 소신이 없고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이념적 확신이 없는 그의 선택이 공영방송, 미디어 공공성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은 소나 웃을 소리다. 우리는 오히려 그의 선발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고 대통령과 생각에 따른 것이며, 대통령의 코드를 드러낸 것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지난 정권의 코드 인사에 반발하고, ‘언론자유’와 방송의 중립성을 그렇게 강변했던 수구신문은 왜 지금 침묵하는가?

우리는 최시중씨의 선발이 단순히 대통령과의 관계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훨씬 더 큰 목표를 위한 포석이다. 그래서 위험하다. 최시중씨는 소위 ‘여론’조사기관 회장이 되기 전에 <동아일보>에 오랫동안 근무했다. 그 내밀한 관계가 청산되었다는 그 어떠한 증거도 없다. 오히려 <동아일보>와 최시중씨, 그리고 현 정권의 동맹적 관계는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시작해 대선 과정, 그리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씨의 위원장 내정은 그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내용, 결과에 있어 실로 노골적이고 의미심장한 결정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수구매체들이 신문․방송 교차소유 의도가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최시중씨의 내정이 위기의 공영방송, 위험한 미디어 공공성, 위협받는 언론·표현 자유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KBS 장악, MBC ‘사유화’를 주도할 게 명백하다. 미디어·재벌에게 길을 터주고, 초국적 자본에게 더 많은 개방 조치를 취할 게 분명하다. 미디어 시장의 독점화·거대화·집중화가 폭발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대세가 굳혀지고, 탈규제라는 요상한 논리가 획정하며, 자발적 사유화의 선택들이 마구 강요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볼 때, 문화연대는 현 상황을 언론자유, 공영방송, 미디어 공공성 위기의 중대한 시국 사태로 규정한다. 국가와 재벌, 수구매체의 삼각동맹에 맞서는 시민사회와 언론 노동자, 시청자 주권 사이의 최후의 격돌이 불가피함을 느끼게 된다. 독점 권력 대 시민 역능, 선전 권력 대 언론 역능 간 피할 수 없는 한판 싸움의 시작이다. 우리는 온갖 기만과 궤변, 거짓에 단호히 맞서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과정과 위원장 ‘내정’ 과정, 그리고 여타 위원들의 논의 과정에 심대한 반민주·반사회·반언론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고발한다.

그리고 그 시정과 극복을 위해 여타 시민·사회·노동 단체들과 연대해 지속적이고 강렬하게 투쟁할 것을 밝히는 바이다. 이는 결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며, 모두가 동의하는 언론 자유, 방송 독립, 미디어 공공성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다. 시민과 사회의 힘으로 공영방송 장악, 미디어 재벌 지배의 코드에 맞서고자 하는 것이다. 시민의 주권을 배제한 정치권의 야합, 밀실 행정에 경고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다. 방통위원회를 시민의 것, 시청자의 것, 사회의 것으로 환수코자 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투쟁 원칙, 요구 조건을 분명히 한다.

첫째, 방송통신위원회를 실질적 위원회 형태로 바꾸기 위한 논의를 새롭게 시작할 것이 며, 그럼으로써 방통위를 국가가 아닌 사회에 돌려주라!

둘째, 정부는 일방적 최시중씨 안을 철회하고, 위원장을 ‘대통령의 사람’이 아닌 ‘국민’의 사람 중에서 민주적으로 임명하라!

셋째, 방송위원 선임을 정치적 야합이 아닌, 시청자와 시민의 이익을 반영한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민주적인 과정에 따라 할 것이다!

3월 3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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