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8일 오전 시청역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성폭력 근절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의 의미를 지닌 보라색 옷에 연보라색 우산을 든 100여 명의 여성들은 이날 인권위에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직권조사’를 촉구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와 함께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 전화를 포함한 8개의 여성시민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조사 발동 촉구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서울시에서 발생한 성추행·성희롱·성차별 문제에 대해 인권위에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공동행진을 진행했다.

시청역 4번 출구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연대행진 및 기자회견' 모습 (사진=한국여성의전화)

시청역 4번 출구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보랏빛 행진'은 중구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이어졌다. 연보라색 우산을 든 100여 명의 여성들은 줄지어 행진을 이어갔다. 인원은 점점 늘었다.

각자의 손에는 ‘우리는 피해자가 바라왔던 대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그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당신이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올 그날까지, 분노하고 목소리 내며 함께 사우겠습니다’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 전화 상임대표는 인권위 앞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서울시의 시민이고, 공무원으로서 사회에 기여하고자 했던 한 여성은 2020년 서울시청에서 겪었던 성차별과 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며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한국사회의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성폭력 실상의 참담함을 목격했으며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는 인권과 정의를 말하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편견 가득한 행위를 하고 있음을 처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고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에 따라 인권위가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가 인권위에 진정하는 방식이 아닌, 인권위 직권조사 발동 촉구를 요청했다. 이유는 피해자의 피해 상황에 대한 조사를 넘어 서울시가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포괄해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재련 변호사는 “인권위에는 인권차별이 발생했을 시 피해자의 진정 여부와 무관하게 직권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다”며 “직권조사는 피해자의 조사 범위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포괄할 수 있어서 저희가 정리한 8가지 사안을 바탕으로 제도개선까지 촉구하는 의미에서 직권조사를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서울시에 인권을, 여성노동자에게 노동을' 기자회견 모습 (사진제공=한국여성의전화)

행진을 주최한 여성 인권단체 대표 8인은 인권위에 제출할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의 8가지 요지 내용을 낭독했다. ▲서울시 및 관계자들의 성차별적 직원 채용(비서직) 및 업무 강요 ▲박원순 전 시장의 성적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 정도 조사 ▲서울시 및 관계자들의 직장 내 성희롱 및 성범죄 피해에 관한 방조 ▲직장 내 성폭력, 성희롱 피해에 대한 미흡한 피해구제절차 보안 등이다.

또한 ▲7월 8일자 고소사실이 박원순 전 시장에게 누설된 경위에 대한 조사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적극적 조치 이행 여부 ▲선출직 공무원 성폭력에 대한 징계 조치 등 제도적 견제장치 마련 요청 ▲직장 내 성폭력 예방 교육의무의 이행 여부 등이다.

여성단체들은 11시부터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전달하고 면담을 갖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