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검·언유착' 의혹 사건 심의, 한동훈 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언론 등지에서는 '수사심의위' 제도 정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 검사에 대한 1차 조사가 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중단·불기소 권고가 이뤄지면서 수사심의위 구성, 소집시기, 심의 기간, 심의 대상 사건 기준 등 전반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검찰수사심의위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 계속'과 '공소제기'를, 한 검사에 대해서는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이 사건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수사심의위 권고에 한 검사에 대한 1차 소환조사도 마무리하지 못한 점, 한 검사 휴대전화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검사는 수사심의위가 열리기 3일 전인 지난 21일 첫 소환조사를 받았다. 수사팀은 지난달 16일 한 검사 휴대전화를 압수했지만 한 검사가 비밀번호 해제에 협조하지 않아 포렌식을 하지 못했다.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 주재를 위해 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전 기자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지 않으면 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취지의 협박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기자는 '강요미수'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됐다. 법원은 이 전 기자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피의자가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며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한국일보는 27일 사설 <檢수사심의위, 제도 개선 필요하다>에서 "피의자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검찰권 남용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한 검사장도 불기소 권고를 받자 수사심의위가 힘 있는 사람들이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그렇다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으로만 규정한 수사심의위 대상 사건을 좀 더 세분화해 불필요한 사건을 걸러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일보는 "심의위원 구성 때 각 분야의 대표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기소권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검찰이 2018년 1월 자체 개혁방안으로 도입한 제도로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각 분야로부터 추천받아 검찰총장이 위촉한 전문가 150명~250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무작위로 선정된 15명이 개별 사건을 심의한다.

한국일보는 "일반인 상식 및 법 감정과 동떨어진 결정이 나온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라며 "반대로 위원회 구성을 검찰이 주도해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고 했다.

또한 한국일보는 "삼성 분식회계 같은 복잡한 사건을 반나절 심의 끝에 결론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 이번 검·언 유착 사건의 경우 한 검사장 휴대폰 포렌식도 하기 전에 수사심의위가 열렸다는 수사팀 반발에 부닥친 상태"라며 "검찰이 매번 수사심의위 결정에 불복하는 모양새도 보기 안 좋지만, 수사심의위가 검찰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지장을 초래해서도 안 된다"고 우려했다.

서울신문은 같은 날 사설 <사사건건 발목 잡는 검찰수사심의위 운영방식 바꿔라>에서 "심의위 설치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이 부회장과 한 검사장 사건에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다는 점에서 수사심의위 운영방식을 점검해 볼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이는 특정 사건 관계인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길을 열어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수사팀도 불복하고, 다수 여론도 싸늘한 수사심의위 판단은 심의위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단시간의 회의, 그리고 다수결 의결이라는 복합적 요소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본다"며 "이래서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수사심의위 구성과 운영방식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겨레 7월 27일 사설 <한동훈 검사장 수사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

한겨레는 사설 <한동훈 검사장 수사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에서 "'수사 계속 여부' 심의는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 판단 근거가 생겨야 가능하다"면서 "이 사건의 성격상 휴대전화 포렌식은 수사의 기초다. 이조차 막혀 있는 상황에서 한 검사장 수사를 중단하라는 건 사건의 실체도 파악하지 말고 덮으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위원 구성과 논의 내용도 여전히 '깜깜이'"라며 "이런 수사심의위가 한 줄짜리 심의 의견으로 주요 사건의 향방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대검과 수사팀이 맞부딪친 이번 사건을 대검 주도의 수사심의위에서 다룬 것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기사 <무리한 수사일까, 과도한 제동일까… 수사심의위 잇단 논란>에서 "수사심의위 제도는 최근 잇따라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번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는 수사심의위의 결정이 법원 판단과 배치되면서 논란이 됐다"며 "앞서 지난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에서도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의결을 하면서 전문성·공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이후 한 달째 이 부회장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7월 27일 <이재용 이어 검언유착까지… 윤석열·이성윤의 ‘기소 딜레마’>

한편, 한국일보는 이날 기사 <이재용 이어 검언유착까지… 윤석열·이성윤의 '기소 딜레마'>에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가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수사에 반대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민은 오히려 커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밀어붙인 삼성 불법승계 의혹 사건과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 '측근 지키기' 논란이 일었던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모두 수사심의위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윤 총장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일보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과 한 검사장 모두 기소하고 싶겠지만, 심의위 결론을 두 번 연속 무시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며 "심의위 결정 이후 검찰 권력 넘버 1·2가 똑같이 딜레마에 처한 상황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심의위 제도 도입이 검찰의 발목을 잡은 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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