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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아 "제보자X=윤지오", 순수성이 문제라는 것인가"검언유착 의혹, 윤지오 사건 기시감 떠오른다"…장자연 사건, 윤지오의 주요 증언 흔들린 적 없었다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7.23 10:19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이 채널A 기자가 현직 검사와 공모해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X' 지 모 씨를 고 장자연 사건 증인 윤지오 씨에 빗댔다. "신원이 불분명한 자의 얘기를 받아 쓴 언론 때문에 국민들이 농락을 당했다"는 취지로 윤지오 씨를 덧씌워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고 불리는 고 장자연 사건, 협박성 취재가 이미 드러나 검사와의 공모와 회사차원의 개입 여부에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채널A 기자 사건에 대해 허 의원이 '제보자X'의 제보와 윤 씨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단정하고, 이 두 사람을 동일 선상에 올렸다. 

허 의원은 지난 2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최근 KBS의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 기사를 언급, KBS가 사과한 데 대해 "이걸 보니까 지난해 윤지오 씨에 대한 사건이 떠오른다. 기시감이 든다"고 말했다. 

KBS는 이 보도에서 지난 2월 13일 의혹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후배 백 모 기자, 한동훈 검사가 모여 대화를 나눈 이른바 '부산고검 녹취록' 내용을 재구성해 보도했다. KBS는 이 전 기자가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며 유시민 이사장 취재 필요성을 언급하고, 한 검사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을 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또 한 검사가 "유시민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다.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 자리에서 총선을 앞두고 보도시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보도했다. 녹취록에 없는 내용으로 KBS는 19일 해당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허 의원은 "윤지오씨 사건 때문에 국민들이 얼마나 농락을 당했나"라면서 "(KBS·MBC로부터)국민이 농락당하는데 그것을 방조하겠다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의원은 이 같은 발언 직전에 '검언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지 씨는 전과 5범의 범죄자라며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의 주장을 토대로 명확한 근거 없는 일방주장을 여과없이 방송에 내보냈다. MBC 보도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방통위의 공식 입장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방통위는 콘텐츠 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해 판단할 권한도, 의무도 없다"고 답했다.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이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동재 전 기자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지 않으면 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취지의 협박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표 대리인 '제보자X' 지 모 씨는 이 전 기자가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한 검사와의 통화 녹음을 들려주며 협박성 취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인 한 검사와 협박을 공모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전 기자는 지난 3월 31일 MBC 보도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을 초기화했다. 법원은 이 전 기자와 관련자들이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해 수사를 방해, 향후 계속적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높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고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윤지오 씨의 '증언자' 지위를 둘러싼 논란은 '장자연 리스트' 등 증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증언하는 자는 순수해야 한다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윤 씨의 과거 행적(학력·직업 등)과 후원금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적으로 증언 신빙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윤 씨의 주요 증언이 흔들린 적은 없다. 

'장자연 사건'은 배우 장자연 씨가 언론사 대표·대기업 회장·금융회사 관계자·PD 등 사회 유력인사들에게 술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친필 유서를 남기고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이 유서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로 불리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유력인사들은 경찰수사 결과 모두 무혐의 처리가 되었고 당시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에게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지난해 10년만의 재조사에서는 당시 검찰, 경찰 수사가 부실했고 조선일보 사주 일가가 장 씨와 만난 적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법무부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장 씨를 만난 사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가 2008년 10월 장 씨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사실, 조선일보가 당시 경찰 수사에 외압을 가한 정황,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와 검찰의 소극적 수사로 인해 수사기록에서 빠진 통화기록 등을 확인했다. 다만 검찰과거사위는 '장자연 리스트'로 불거진 성접대 강요 의혹 등과 관련한 증거가 남아있지 않은 점 때문에 성범죄에 대한 재수사 권고를 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검찰과거사위가 유일하게 성범죄 관련 재수사를 권고한 것은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희천 씨의 성추행 사건이다. 조 씨는 2008년 8월 5일 소속사 대표 김종승 씨 생일파티에서 장 씨에 대해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았다. 윤 씨는 이 자리에 장 씨와 함께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로, 2009년 경찰·검찰 조사에서 조 씨 혐의를 구체적으로 증언한 바 있다. 당시 수사에서는 윤 씨가 성추행을 한 사람의 인상착의에 대한 진술을 3회 번복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윤 씨 진술조서에 따르면 진술변경은 윤 씨가 가지고 있던 명함 등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수사기관이 사진과 영상 등을 제시하자 윤 씨는 조 씨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검찰이 재수사 권고에 따라 조 씨를 불구속 기소한 사건은 지난해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지난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2009년과 같은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조 씨가 경찰조사 당시 진술을 번복한 정황을 봤을 때 조 씨가 장 씨를 추행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조 씨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인 윤 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 즉 피의자 인상착의와 관련한 진술번복이 문제가 있어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이들 재판 과정에서 "윤 씨 증언 중 인적 사항을 빼고 보면 진술이 일관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조 씨는 2009년 조사에서 강제추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추행을 했다고 진술했는데, 조 씨가 지목한 사람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판결 직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서를 내어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사건이 되어버렸다"고 사법부를 규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유일하게 기소된 조선일보 전 기자에 대해 '직원들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 곳에서의 강제추행은 가능하기 어렵다', '성추행이 있었으면 생일파티 분위기는 안 좋았을 것'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내린 1, 2심의 무죄 선고에 대법원은 손을 들어주었다"며 "고 장자연 배우가 죽음으로 고발한 성착취 사건에 대해 사법부는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윤 씨가 봤다고 증언한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배우 이미숙 씨의 매니저였던 유장호 씨는 자신이 본 '장자연 리스트'를 윤 씨도 봤다고 인정했다. 유 씨는 2009년 '장자연 리스트'를 장자연 씨 유족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수사기록에 편철된 문건 외에 피해사실과 관련해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명단'이 기재된 문건, 즉 '리스트'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문건을 추가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결론냈다. 

허 의원은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각각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허 의원의 윤지오 발언은 순수하지도 않을뿐더러 증언하는 자는 순수해야 한다는 논리를 되새기게 한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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