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가 열렸다. 당초 최 선수 폭행을 부인한 김도환 선수는 이날 청문회에서 “최 선수를 폭행한 적 있다”고 시인했다. 최 선수 신고내용을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에게 알려 비판을 받은 대한철인3종협회는 “경솔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는 팀 내 가학행위로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선수는 2월부터 경주시청, 철인3종협회, 대한체육회 산하 클린스포츠센터, 경찰,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도움을 청했지만 모두 묵살됐다.

고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김도환 선수 (사진=미디어스)

문체위는 22일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핵심 가해자는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규봉 감독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안주현 운동처방사는 우울증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청문회 참석을 거부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장윤정 선수는 연락 두절 상태다. 문체위는 이들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김도환 선수는 최숙현 선수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김 선수는 6일 국회에서 “최 선수를 폭행한 적 없고, 죄송한 마음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선수는 이날 청문회에서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최 선수가 앞을 가로막아 뒤통수를 때린 적 있다”면서 “언론의 질타를 받는 게 두려워 ‘폭행한 적 없다’고 거짓으로 증언했다”고 밝혔다.

김 선수는 “김규봉 감독의 폭행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있었다”면서 “안주현 처방사는 치료를 명목으로 (최 선수를) 마사지했었다. (최 선수가 안 처방사에게 매달 물리치료비 80~100만원을 줬는데) 나도 그에게 치료비를 줬다”고 밝혔다. 김 선수는 “김 감독에게 폭행당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담배 피우다가 걸려서 방망이로 백여 대 맞았다”고 답했다.

문체위는 “대한철인3종협회가 최숙현 선수 제보내용을 가해자에게 알렸다”고 지적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기우경 철인3종협회 부장에게 “최 선수 신고내용을 김규봉 감독에게 알린 건 무슨 의미인가. 가해자에게 전화해 사건을 종결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기 부장은 “경솔했다”고 밝혔다.

전용기 의원은 철인3종협회가 직원들에게 입막음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최근 협회 지도부가 직원들에게 ‘답변 매뉴얼’을 보냈다”면서 “철인3종협회가 직원들에게 은폐를 요구한 것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현재 위기만 넘겨보자는 태도를 보이니 체육계가 발전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직 민주당 의원은 “경주시 체육회에서 2019년 선수 면담을 했는데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당시 주낙영 경주시장이 체육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문제가 이렇게 큰데 경주시는 불감증이 있다”고 말했다. 주 시장은 “시장으로 포괄적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국회 문체위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체육계 폭력 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했다”면서 “6일 문체위 현안 질의 때도 ‘문제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체육회는 이번 사건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배현진 통합당 의원은 “인권위는 지난해 2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만들었다”면서 “최숙현 선수가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특별조사단이 제 역할을 못 한 것 같다”고 질타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동의한다.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현재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가 감사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추가 피해 선수를 만나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하겠다. 경찰 인력 파견을 요청하는 등 협조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체육계 전체에 대한 인권실태를 파악하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실업팀 소속 선수 8천 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인권침해 사례가 나오면 즉각 조치하겠다”면서 “인권침해가 발생할 시 가해자를 영구히 퇴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여러 업종 중 스포츠계의 인권침해가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현재의 제도만으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문제지적에 공감한다"면서 "대한체육회의 책임과 의무, 역할을 분명하게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