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코로나19 국면에서 콘텐츠 기업의 수익모델에 따른 명암이 드러나고 있다. 웹툰·게임 등 구독자 기반 산업은 큰 타격이 없는 반면 광고 기반의 방송사는 존폐 위기를 고민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1일 <코로나19 이후, “콘텐츠”를 말하다> 포럼을 개최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콘텐츠 산업의 상황과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다. 웹툰·게임·음악 산업계는 “코로나19에도 산업적으로 큰 타격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서현철 레진엔터테인먼트 총괄PD는 “웹툰 업계는 코로나19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면서 “산업 자체가 온라인 위주여서 시대에 적응할 수 있었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2월부터 현재까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PD는 “업무상 효율이나 웹툰 창작에서도 큰 타격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남영선 펍지 본부장은 “펍지의 경우 게임 개발 단계에서 해외 개발자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한 바 있다”면서 “코로나19로 큰 영향은 없으며 게임산업을 즐기려는 연령층이 늘어난 효과가 있다. 현재는 큰 타격이 없고, 향후 게임 업계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남 본부장은 “펍지와 같은 대형 게임 개발사에 대한 정부 지원은 불필요하다”면서 “다만 인디게임사 등 중소 규모 회사를 위한 벤처 투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동춘 SM엔터테인먼트 실장은 “음악산업은 2000년대 초반 온라인 음원 기술이 발전하면서 산업 구조 개편을 경험한 바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앞으로 언텍트 공연 등을 기획해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웹툰·게임·음악 등 온라인 구독 기반 산업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향후 발전을 모색하는 것과 달리, 방송사 관계자들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광고가 줄어 기업 생존에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임석봉 JTBC 팀장은 “코로나19로 TV 시청이 늘어나면서 방송 성적표는 좋았다”면서 “다만 시청률 성적과 경영 결과가 매칭되지는 않는다.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해온 방송사인데, 방송광고매출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 팀장은 “방송사가 광고에만 의존하면 안 되는데, 프로그램의 타겟은 여전히 2049세대”라고 지적했다. 김현수 CJ ENM 국장은 “코로나19로 콘텐츠 매출은 증가했지만, 광고와 관련된 매출은 둔화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방송산업이 고사하지 않도록 디지털 사업 전략에 대한 정부 차원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정부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코로나19로 방송 콘텐츠 제작비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제작비는 상승하지만, 광고 단가가 하락하면 프로그램 제작이 위축될 수 있다. 제작 중인 프로그램도 같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 팀장은 “CJ ENM은 그룹 차원에서 자본이동을 할 수 있지만 지상파·종편은 규제 때문에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다”면서 “현재 미디어렙 규제 때문에 방송·온라인 광고판매 통로가 이원화돼 있다”고 했다.

임 팀장은 OTT 서비스와 관련해 “정부는 콘텐츠 산업 활성화 정책에 대한 결과가 한국 미디어 생태계 선순환으로 이어질지, 저쪽(글로벌OTT)이 공고해지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CJ ENM 국장은 “영상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3% 수준인데 끊임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제조업 중심의 R&D를 탈피해 문화산업에 특화된 R&D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해돈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정책과장은 “방송 콘텐츠 제작 투자 수요와 정부 지원 공급 사이의 간극이 큰 상황”이라면서 “민간과의 콘텐츠 투자 결합을 늘려가겠다”고 답했다. 이 과장은 CJ ENM의 세액공제 확대 요구에 “세액공제 제도가 제조업·IT기업에 편중된 건 맞다. 기획재정부에 관련 내용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OTT 정책과 관련해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OTT를 국산과 글로벌로 구분한다는 자체가 환경에 맞지 않는다”면서 “다만 국산OTT를 조금 더 진흥하고 콘텐츠 발전 동력으로 활용해야 할 측면은 있다. 국산OTT 경쟁력 향상을 위해 콘텐츠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포럼에선 미디어 관련 정부 부처가 통일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미디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로 나뉘어져 있다. 임 팀장은 “정부가 미디어 삼권분립을 지키려는 것 같다”면서 “미디어 관련 정부 기구가 분할된 게 산업 성장에 필요한 건가”라고 꼬집었다.

이해돈 문화부 과장은 “뼈아픈 지적”이라면서 “정부 정책 거버넌스가 콘텐츠 산업 환경에 맞는 구조인지 고민하고 있다. 각 부처가 법령개선·제도개선을 하려 하는데, 산업 진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열린 <코로나19 이후, “콘텐츠”를 말하다> 포럼. 왼쪽부터 남영선 본부장, 서현철 총괄PD, 임석봉 팀장, 조동춘 실장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코로나19 이후, “콘텐츠”를 말하다> 포럼은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21일 온라인에서 개최됐다. 발제자는 이양환 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장, 김현수 CJ ENM 국장, 김용우 구글코리아 매니저다. 토론자는 남영선 펍지 본부장, 서현철 레진엔터테인먼트 총괄PD, 임석봉 JTBC 팀장, 조동춘 SM엔터네인먼트 실장, 이해돈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과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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