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김봉곤 작가의 사적 대화 무단인용 논란과 관련해 출판사 창작과 비평(창비)·문학동네 책임론이 불거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는 21일 “두 출판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무책임하고 불성실했다”면서 “출판사는 피해자 상황을 보살피고,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곤 작가는 단편소설 ‘그런 생활’, ‘여름, 스피드’에서 지인과 나눈 사적 대화를 동의 없이 인용했다. 자신이 ‘그런 누나’ 등장인물이라고 밝힌 A씨는 “김봉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소설에 그대로 인용됐다”, B씨는 “과거 김봉곤에게 보낸 메시지가 동의 없이 ‘여름, 스피드’에 인용됐다”고 폭로했다.

김봉곤 작가의 '시절과 기분', '여름, 스피드' (사진=창작과 비평, 문학동네)

이와관련해 언론노조 출판지부는 21일 <어떠한 예술도 실재하는 인간의 존엄을 짓밟고 올라설 수 없다> 성명에서 “창비·문학동네가 이번 사건을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폭로가 나오자 일부 독자는 두 출판사의 책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작가들은 기고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출판지부는 “이번 창비·문학동네의 대응 방식은 비슷한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출판사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이중성과 안일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형적”이라면서 “두 출판사가 한국 사회의 지적·문화적 주류 담론을 형성하는 장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들이 그러한 자격을 유지하는 게 맞는지 회의해야 할 만큼 무책임하고 불성실했다”고 밝혔다.

출판지부는 “두 출판사는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관련 도서를 리콜해 판매를 중지한다고 공표했다”면서 “하지만 결코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아니었다. 피해자들과 함께하려는 연대 행동이 있었기에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판지부는 “두 출판사가 미적지근하게 대처한 건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잦아든다’는 기회주의적 논리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창비는 2015년 신경숙 작가 표절 논란 당시 ‘표절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전방위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출판지부는 피해자 A씨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출판지부는 “A씨는 경력 10년의 출판노동자”라면서 “A씨는 ‘문단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대표적 출판사’라는 중층적인 권력 관계와 위계 속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이며 고통을 겪었다. 김 작가가 스타성을 뽐내며 홍보와 매출에 매달리는 동안 과거 동료였던 피해자의 존엄은 처참하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어 출판지부는 “어떠한 예술도 실재하는 인간의 존엄을 짓밟고 올라설 수 없다”면서 “최대 책임 주체인 출판사가 응답하고 조치해야 할 차례다. 아무리 경영 논리가 강하게 지배하는 조직이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파악하고 합당하게 조치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출판지부는 “피해자는 출판생태계의 막중한 역할을 도맡는 출판노동자로서 보호받지 못했다”면서 “출판노동자는 출판사나 저자의 하위 계급이 아니라, 엄연한 동반자라는 외침을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제대로 인식할 것인가. 두 출판사는 피해자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보살피고 피해자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봉곤 작가는 21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그간의 모든 일에 대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부주의한 글쓰기가 가져온 폭력과 피해에 대해 사죄드린다”면서 “단편 '그런 생활'로 받은 제1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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