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한 의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비판하면서 2차 가해를 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통합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박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지적하며 악성 댓글 등 인터넷 게시글을 그대로 읽고,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사진을 준비자료로 띄웠다.
박성중 의원은 “피해자가 실존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극성 지지자들로 인해서 2차 피해가 심각하다”며 준비해온 질의 내용이 담긴 PPT를 화면에 띄웠다. PPT에는 피해자의 신상정보로 추정되는 인터넷 게시글과 함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된 게시글이 담겼다. 박 의원은 “비서실에서 누가 근무하는지 다 찾을 수 있다”며 “참교육시키겠다는 내용부터 사진까지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며 화면을 가리켰다.
박 의원은 2차 가해성 댓글을 하나씩 읊었다. 고 박원순 시장을 옹호하는 발언, 여비서 업무를 비하하는 발언, 성추행을 정당화하는 발언 등 노골적인 댓글 6개를 줄줄이 언급했다.
박 의원은 “이런 사례들이 넘쳐난다”며 “올 초 문재인 대통령이 가짜뉴스 때려잡겠다고 한마디 하니까 코로나 가짜뉴스 잡겠다고 뛰어다니더니만 이 사안은 왜 안 나서냐”며 한상혁 후보자를 편향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제가 아니어도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느냐”며 “부적절한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내용심의로 걸러지며 이에 대해 방통위 위원장이 구체적인 콘텐츠 내용에 간섭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이후 여러 차례 설전이 오간 뒤 한 후보자는 “제 표현이 과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 말씀드린다”고 했다.
질의 과정에서 박 의원은 “극성 지지자들에 의한 2차 피해가 심각하다”며 방통위가 피해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인터넷 게시글을 읊었지만, 이는 또 하나의 2차 가해로 지적될 소지가 있다.
2차 피해를 우려해 언론에서는 2차 가해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보도를 경계한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성폭력범죄 보도 세부 권고기준’을 보면 “언론은 성범죄를 보도할 때 피해자와 그 가족 인권을 존중해 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 생중계되는 인사청문회에서 2차 가해 게시글 등 자세한 내용을 언급할 경우, 대중의 관심을 불러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 호기심에 글을 찾아보거나 검색하는 등의 행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박성중 의원은 지난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후보자 아내의 민족문제연구소 후원 내역을 문제 삼으며 “아내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수십조 원 예산을 다루는 과기정통부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느냐”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