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한 의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비판하면서 2차 가해를 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통합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박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지적하며 악성 댓글 등 인터넷 게시글을 그대로 읽고,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사진을 준비자료로 띄웠다.

20일 오후 9시 24분 경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성중 의원이 준비한 자료. 사진은 본지에서 한 번 더 모자이크 처리함. (사진제공=제보)

박성중 의원은 “피해자가 실존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극성 지지자들로 인해서 2차 피해가 심각하다”며 준비해온 질의 내용이 담긴 PPT를 화면에 띄웠다. PPT에는 피해자의 신상정보로 추정되는 인터넷 게시글과 함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된 게시글이 담겼다. 박 의원은 “비서실에서 누가 근무하는지 다 찾을 수 있다”며 “참교육시키겠다는 내용부터 사진까지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며 화면을 가리켰다.

박 의원은 2차 가해성 댓글을 하나씩 읊었다. 고 박원순 시장을 옹호하는 발언, 여비서 업무를 비하하는 발언, 성추행을 정당화하는 발언 등 노골적인 댓글 6개를 줄줄이 언급했다.

박 의원은 “이런 사례들이 넘쳐난다”며 “올 초 문재인 대통령이 가짜뉴스 때려잡겠다고 한마디 하니까 코로나 가짜뉴스 잡겠다고 뛰어다니더니만 이 사안은 왜 안 나서냐”며 한상혁 후보자를 편향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제가 아니어도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느냐”며 “부적절한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내용심의로 걸러지며 이에 대해 방통위 위원장이 구체적인 콘텐츠 내용에 간섭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이후 여러 차례 설전이 오간 뒤 한 후보자는 “제 표현이 과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 말씀드린다”고 했다.

질의 과정에서 박 의원은 “극성 지지자들에 의한 2차 피해가 심각하다”며 방통위가 피해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인터넷 게시글을 읊었지만, 이는 또 하나의 2차 가해로 지적될 소지가 있다.

2차 피해를 우려해 언론에서는 2차 가해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보도를 경계한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성폭력범죄 보도 세부 권고기준’을 보면 “언론은 성범죄를 보도할 때 피해자와 그 가족 인권을 존중해 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 생중계되는 인사청문회에서 2차 가해 게시글 등 자세한 내용을 언급할 경우, 대중의 관심을 불러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 호기심에 글을 찾아보거나 검색하는 등의 행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박성중 의원은 지난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후보자 아내의 민족문제연구소 후원 내역을 문제 삼으며 “아내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수십조 원 예산을 다루는 과기정통부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느냐”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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