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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리는 알고 있다’, 한 여성의 죽음 이면에 드러난 '인간 군상의 그림자'[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7.17 12:39

[미디어스=이정희] 단막극의 장벽은 높았다? 4부작 <미쓰리는 알고 있다>가 첫 회 야심차게 4.2%로 출발했지만 2,3%대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2회 3.2%, 3회 2.4%) 하지만, 단막극의 장벽이라기엔 kbs2 <출사표>가 2.7%, jtbc의 <우리, 사랑했을까>가 2.084%(닐슨 코리아 7.15 기준)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볼 때 수목극 전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시청자 주도형의 콘텐츠가 융성하면서 불가피하게 받아들 수 밖에 없는 결과물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쓰리는 알고 있다>는 mbc 극본 공모 당선작답게 신선한 플롯의 전개를 3,4부에 걸쳐 선사했다. 지난 1,2회 방영된 드라마에서는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한 양수진(박신아 분)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혐의점을 풀어나간다.

MBC 수목드라마 <미쓰리는 알고 있다>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양수진, 하지만 알고 보니 그녀의 사망 원인은 목이 졸려 죽은 질식사였다. 5년 전 뺑소니 사고로 어머니가 전신마비가 된 후 필리핀으로 도망가 버린 아버지 대신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한편 피팅 모델까지 해가며 병수발을 들어온 양수진은 집요하게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했었다.

그녀가 죽은 건 5년 전 뺑소니 사건과 관련이 있을까? 아니면 피팅 모델로 일하며 살아왔던 그녀의 이력 때문이었을까? 그렇지 않으면 그녀를 누나라 부르며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을 정도로 추근댄 서태화(김도완 분)? 그가 죽이려고 덤벼드는 양수진의 애인으로 추정되는 병운 건설의 사위 이명원(이기혁 분)일까?

사건 전후 cctv는 의도적으로 삭제되었고, 양수진이 사는 아파트는 오랫동안 재개발 문제로 시끄러운 상태였다. 재개발을 좌지우지하는 미쓰 리는 양수진네와는 언니 동생 하며 친했지만 서태화를 자식처럼 보살피며 서태화의 일이라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보호자'이다. 양수진이 떨어져 죽은 동의 104호에 사는 재개발 조합장 부부는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하고, 관리소장(우지원 분)은 총무(김예원 분)의 부탁으로 cctv를 지웠다. 이렇게 양수진의 이웃에 사는 모두가 범인의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1,2회가 진행되었다.

형과 동생, 엄마와 아들? 뜻밖의 관계들
하지만, 2회의 마지막 서태화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그 집을 수색하기 위해 아파트로 온 인호철 형사(조한선 분)는 양수진의 집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감지하고 조용히 그 집으로 들어선다. 그때 인호철의 눈에 띈 건 정신없이 양수진의 집을 뒤지고 있던 이명원, 그런데 이명원이 자신을 발견한 인호철에게 형이라 부른다!

바로 이렇게 양수진의 주변 인물 모두에게 혐의를 두고 진행되던 사건은 2회 엔딩에서 이명원이 인호철에게 형이라 부르며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된다. 양수진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밝히려고 했던 어머니 뺑소니 범은 알고 보니 이명원이었고, 이명원의 범죄 사실을 당시 사건 수사관이었던 인호철이 무마해 준 것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어린 동생이던 이명원, 그 뒷바라지에 모든 것을 희생했던 인호철은 검사로 임용되어 성공 가도를 달릴 동생의 앞길을 차마 막을 수 없었던 것.

그래서 그는 자신의 동생 이명원 대신 양수진을 친누나처럼 따르다 사랑해 버린 서태화를 범인으로 몰고 가려 한다. 하지만 서태화에게는 자신의 차로 인호철의 차를 밀어서라도 서태화를 보호하려 하는 미쓰 리, 이궁복(강성연 분)이 있었다. 대놓고 미쓰 리하며 무시를 하는데도 보모라기에는 과할 정도로 서태화를 위해 애쓰는 미쓰 리, 인호철은 그런 미쓰 리가 서태화를 낳은 미혼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MBC 수목드라마 <미쓰리는 알고 있다>

형과 동생, 엄마와 아들, 스릴러였던 드라마는 이제 숨겨진 가족 관계들이 드러나며 새로운 전개가 펼쳐진다. 뿐만 아니다. 의뭉스럽게 무언가를 숨기던 봉만래 조합장의 사연은 치매 걸린 아내가 양수진을 죽였다는 오해로부터 시작되어, 사업을 하느라 가산을 탕진한 아들에, 원치 않는 결혼으로 생활비를 대줘야 하는 딸까지 등장하며 비장한 노부부의 자살 시도로 이어진다.

숨겨진 사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결국은 드러나고만 양수진의 사망 사건, 거기엔 복수를 다짐하며 접근했다 그만 그 사람을 사랑해버리고 말아버린 양수진의 비극적 딜레마가 숨겨져 있다. 자살에 가까운 도발은 결국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양수진을 이명원이 10층에서 추락시키게 만드는 '비극'의 도화선이 되고 만다.

하지만, <미쓰리는 알고 있다>가 '요건 몰랐지'하고 최종적으로 내민 카드는 인호철도, 이명원도, 그리고 양수진도 모두가 병운 건설이라는 '자본'이 벌인 장기판의 '말'이었다는 진짜 비극이었다.

자신의 동생이 저지른 사건인 줄 알고 무마해 버린 그 5년 전 교통사고의 실제 범인은 이명원이 아니라, 이명원과 결혼한 병운 건설의 딸 한유라(김규선 분)였던 것이다. 병운 건설은 현장의 증거를 말소하고, 술에 취한 채 기억을 못하는 이명원에게 사건의 기억을 뒤집어씌우고 인호철마저 이용한 것이다.

비록 '거악'은 모두를 '장기판의 말'처럼 가지고 논 '자본'이었지만,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인호철이 벌인 한 번의 눈감음이 결국 토네이도를 발생시킨 나비의 날갯짓처럼 양수진을 처절한 죽음에 이르게 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인간 군상들의 그림자'라는 지점에 방점을 찍으며 인호철과 그의 동생이 벌인 '탈도덕적 행위'를 자신의 이해관계와 핏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궁복과 다르지 않게 군상들의 스케치처럼 그려낸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제법 괜찮은 형사가 그 직위를 해제당한 것만으로 충분히 '처벌'받았다는 것일까? 이명원 역시 마찬가지다. 양수진을 직접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지 못했지만 10층 추락사에 책임이 있는 그가 병운 건설의 비리를 고발하고 검사실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으로 어쩐지 '면죄부'를 받는 듯 보이는 상황은 마찬가지로 씁쓸하다. 마치 병운 건설의 사위 자리를 잃은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단죄'를 받은 것처럼 보인다.

스릴러로 시작했던 드라마가 3,4부에 이르러 드라마의 톤이 바뀌어 '휴먼 드라마'의 톤이 되며 '스릴러'가 가져야 할 '냉정한 시선'은 방향을 잃고 '사람 사는 이야기'의 '페이소스'가 곁들여지며 캐릭터들은 급 '휴머니스트'들이 되어간다. 인호철은 '회개'하며 사건을 잘 마무리하고 멋지게 퇴장한다. 재개발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이궁복은 양수진의 죽음에 대해 급 반성하며 '재개발' 따위 그래봐야 돌과 콘크리트 덩어리라며 가진 재물 모두에서 손을 뗀다. 재개발의 부질없음을 논하고 싶었던 것일까. 부동산 신화의 물거품 같음을 사족처럼 덧붙이고 싶었던 것일까.

한 여성의 죽음 이면에 얽히고설킨 인간 군상들의 혈연과 이해관계를 그려내고 싶었던 의도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들이 '스릴러'의 미덕이랄 수 있는 '인간미'의 경계에서 누그러뜨려지지 않는 제대로 된 해결을 기대하며 짧은 4부작이나마 정주행해온 스릴러의 시청자들에게는 양수진의 안타까운 죽음만큼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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