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침묵하던 더불어민주당에서 진상규명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여성의원 전원은 14일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여성의원 전원은 이날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비방, 모욕과 위협이 있었던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당사자의 인권 보호는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해 서울시 차원의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시정에 차질을 빚고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성의원인 권인숙 의원은 “반복되는 성 문제에 피해자들의 용감함이나 절박함은 크게 부각되는 반면 우리들의 대응은 굉장히 부족하다”면서 “첫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성 관련 문제에 대한 강의나 토론은 한 마디도 없었다”고 밝혔다.

국회 여성가족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로 선임된 권인숙 의원이 6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권인숙 의원은 박원순 시장과의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중지를 모아 성추행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판단에 전원이 성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로 당시 박원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다.

권 의원은 여성의원 성명 발표와 관련해 “피해자의 호소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과정이 있었고 그 과정에 대해 정확하게 진상규명이 돼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을 다 같이 가지고 있었다”며 “서울시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고 이것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기 위한 구조를 갖추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서울시 진상조사위 구성과 관련해 “위원장은 객관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분이 맡아야 하고 가능하다면 여성가족부나 국가인권위원회, 아니면 여성인권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냉정하고 정확하게 이 과정의 문제들을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피해 고소인 측의 참여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 범위에 대해 권 의원은 “성추행 사실 여부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척시킬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단 고소인이 피해를 호소했는데 구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데 대해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권 의원은 “경찰 2차 피해 조사, 서울시 조사를 지켜본 뒤 사회적 논의를 더 해보고 현실성을 판단한 다음, 당 차원에서 대응을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광역단체장의 잇따른 성추행 사건에 대해 권 의원은 “고위층에 있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권력이 주변에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위력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성평등 문화에 대해 회피하거나 거리를 두는 의원들의 자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민주당 경우에도 국회의원들 모여서 워크숍할 때 이런 문제에 대한 강의나 토론이 한 마디도 없었다"면서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고, 권력을 가진 이들이 성평등 문제를 회피하고 거부하려는 마음이 조직 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반성해야 될 지점"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통해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를 향한 보복을 증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고, 피해자 보호도 어려운 상황에서 신변보호 등 적당한 보호 조치가 법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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