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미래통합당 새 강령에 5·18 광주민주호운동과 세월호 참사는 명기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간 통합당은 당 내에서 '세월호 막말', '5·18 망언'이 나와도 솜방망이 징계와 당 지도부 사과 정도로 사태를 수습해왔고, 망언은 반복됐다. 당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5·18 정신' 등 '민주화'를 강화하는 방향의 새 강령을 만들겠다고 밝혀온 통합당이 일부 지지층 눈치를 살펴 방향을 전환한 모양새다.

14일 경향신문은 통합당이 새 정강·정책에 '5·18 정신'과 '세월호 참사'를 명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 등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종 논의가 남았지만 5·18민주화운동은 명기하지 않기로 했고, 세월호 참사 명기는 애초부터 주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내용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8일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정강정책개정특위 첫 회의를 열고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다. 개혁의 첫 걸음은 강령 개정이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변화 없이는 당 생존이 불가하다. 보수나 자유우파를 강조하지 말라"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 당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에서는 '민주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5.18 정신' 등을 담은 강령을 검토했다. 김병민 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위원장은 언론에 "민주화운동 역사 중 큰 의미가 있는 역사들에 대한 존중의 정신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며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포용하는 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강정책개정특위 논의 10여일만에 '5·18 정신'을 강령에 포함하는 안은 잠정보류됐다. 당 내 반대여론과 핵심 지지층 반발 우려 때문이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발의 당시 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 의원 다수는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는 것을 반대한 바 있다.

왼쪽부터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전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5·18 망언'과 '세월호 막말'은 통합당에 붙은 꼬리표다. 김순례, 이종명, 김진태, 차명진 등 통합당 정치인들의 행태가 대표적 사례다. 정치인들의 막말과 솜방망이 징계가 반복되면서 망언은 반복됐다.

지난해 2월 이른바 '5.18 망언 3인방'인 김순례·이종명·김진태 의원은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는 극우인사 지만원 씨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고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 "5.18 폭동" 등의 망언을 했다. 통합당 윤리위원회는 김순례 의원에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가 종료되고 김 의원은 당 최고위원으로 복귀했다. 행사를 주최한 김진태 의원에 대해서는 '경고', 이종명 의원에는 '제명' 징계가 내려졌다. 그러나 이종명 의원에 대한 실제 제명은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2월, 이 의원의 미래한국당 이적과 함께 이뤄졌다. '솜방망이 징계', '꼼수 제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 4·15 총선에서 통합당은 세월호 막말 인사인 차명진 전 의원을 경기 부천병 후보로 내세웠다. 차 후보는 지역구 후보자 토론회에서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수위 높은 막말을 했다. 김종인 당시 통합당 총괄선거관리대책위원장은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통합당 윤리위는 그런 차 의원에게 제명이 아닌 '탈당 권유'를 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제명,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차 전 의원은 2019년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유족들을 향해 "징하게 해 쳐먹는다"고 발언에 논란을 불러 일으킨 인사였다. 당시 한국당은 그를 윤리위에 제소했으나, 당 윤리위에서 내려진 징계는 당원권 3개월 정지 처분에 불과했다. 징계 수위가 현저히 낮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가 사과하는 것으로 상황을 넘겼다. 같은 시기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어라. 징글징글하다"고 한 정진석 의원은 '경고' 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받은 차 전 의원은 SNS, 방송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2개월여 만에 다시 "꽥 소리라도 하고 죽겠다"며 재차 "내가 세월호 괴담 피해 당사자", "슬픔을 무기삼아 절대권력으로 군림", "세월호를 좌파의 예리한 무기로 활용" 등의 세월호 막말을 내뱉었다. 통합당이 차 전 의원 공천을 결정하자 곧장 차 씨는 으름장을 놨다. 그는 "제가 후보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젠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막말 딱지를 붙이고 저주를 퍼부은 자들, 지금부터는 가만두지 않겠다"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 '차명진을 기른 것이 바로 통합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4월 9일 4·15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1980년 무슨 사태" 발언과 이에 대한 한국당 대응이 도마위에 올랐다. 황 대표의 '사태' 발언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가 규정한 '소요사태'를 연상케 했고, 비판여론이 빗발쳤다. 또한 한국당은 비판여론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이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5·18, 세월호' 강령에서 뺀 통합당, 그래도 혁신 외칠건가>에서 "합리적 보수로 환골탈태하겠다는 통합당이 퇴행적 수구보수와의 절연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려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아쉬운 결정"이라며 "통합당이 진정 혁신을 원한다면 당 강령에 5·18과 세월호를 제대로 반영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망언이 나올 때마다 통합당은 홍역을 앓았지만 늘 미봉에 그쳤다. 비판 여론이 비등할 때는 발언 당사자를 강하게 징계할 것처럼 하다가 솜방망이 징계로 적당히 넘기는 행태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5·18정신과 세월호를 정강·정책에 반영한다는 것은 그에 역행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해당행위로 규정한다는 의미이다. 망언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진정 어린 조치로, 보수혁신과 국민통합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했다"며 "그런데 통합당이 문턱에서 다시 뒷걸음질 치고 있다. 낡은 것과 과감히 단절하지 않으면 미래는 열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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