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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고소인측 "전형적인 권력에 의한 성추행"[현장] 피해자 색출 등 '2차 가해자' 고소…피해자 도움 요청에 서울시 내부 "그럴 사람 아니다"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7.13 16:40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A씨 측이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사실과 함께 2차 가해에 대한 대응을 전했다. A씨 변호를 맡은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는 “인터넷에 고소장이라고 떠돌아다니는 문건은 수사기관에 제출한 문건이 아니다”라며 오늘 오전 해당 문건을 유포하고 피해자 색출에 나선 '2차 가해자'들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2시에 피해자 A씨의 변호인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한 입장문에서 A씨는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 용서하고 싶었다”며 “용기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제 존엄성을 가져간 이께서 스스로 존엄을 내려놓았다”고 밝혔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연합뉴스)

A씨는 “많이 망설였지만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한다”며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인터넷 상에 퍼진 피해자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았다. 피해자는 현재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서울시장 비서직으로 자원한 일이 없었다. 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다른 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서울시청의 전화를 받고 시장실 면접을 통해, 비서실 근무를 통보받게 됐다. 그날 이후부터 서울시장 근무실에서 4년여 동안 비서로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이 전한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따르면, 성추행은 비서직을 수행한 4년 동안 이뤄졌다. 범행 장소는 시장 집무실, 시장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 김 변호사는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즐겁게 일하기 위해 셀카 촬영을 하자고 했고, 신체적인 밀착을 했다. 피해자의 무릎에 있는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입술을 접촉했고, 집무실 내에 있는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A씨는 박 시장이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 문자를 보내고 본인이 속옷 입은 사진 등을 전송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추행은 지난 2월 다른 부서로 전보 발령난 뒤에도 지속됐다고 했다.

김재련 변호사가 피해자로부터 제공받은 '박원순 시장의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초대 증거' 자료 (사진=미디어스)

A씨는 지난 5월 12일 김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 1차 상담을 받고, 26일 2차 상담을 받았다. 27일부터 김 변호사는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 변호사 측은 피해자가 사용했던 핸드폰을 포렌식해 이 중 일부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A씨 측은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경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혐의는 성폭력특례법(통신매체이용음란, 엄무상위력추행)위반, 형법상의 강제추행 등이었다. A씨는 9일 오전 2시 30분 경 1차 진술 조사를 마쳤고, 그 날 오후 박 시장이 실종·사망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죽음으로 사건이 무마되거나 피해 사실을 말하기가 금지될 수 없다”며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이다.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의 목소리가 없어지지 않기 위해서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사장은 “본 사건은 4년 동안 지속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이라며 “제가 접한 피해사실은 비서가 시장에 대해 절대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 시간뿐 아니라 퇴근 이후에도 사생활을 언급하고 사진을 전송하는 등 전형적인 권력에 의한 성추행이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곧바로 고소하지 못한 이유는,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시장의 실수로 받아들이라’,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일’이라는 등의 피해 사실을 사수하는 반응으로 이어져 피해가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국회는 인간이길 원했던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달라”고 했다. 또한 경찰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서울시에는 조사단을 구성해 성추행 피해 진상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회’ 측은 기자들에게 피해자 기자회견을 재고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를 전해 들은 기자회견 주최 측은 “지난 며칠간 피해자 신상을 색출하고 피해자 책임을 묻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일어났기에 확산되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중단을 말씀드리고자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피해자의 시간에서 기획한 기자회견”이라고 말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발인을 마치고 나서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저희 나름대로 최대한의 대우를 했다”고 덧붙였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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