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로 따지면 ‘죄질’이 좀 무겁다.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언론사 관계자가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를 ‘위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 로비공개 명단을 막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지칭해 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들 언론사 관계자들’은 김 내정자의 ‘메신저’ 역할을 자임했다는 말이 된다. 의혹이 제기된 공직자들에 대한 검증 역할을 맡은 언론인들이 오히려 ‘그들’을 위해 메신저 역할을 한다?

중앙일보 기자들이 사주를 위해 ‘경호원 노릇’을 자임하더니 이젠 언론인들이 ‘메신저 역할’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이제 기자들도 ‘멀티 플레이어’가 되는 것인가. 이 두 가지 ‘사건’은 2008년 한국 언론의 슬픈 자화상을 참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를 위해 ‘뛴’ 언론인들 명단 공개해야

대체 무슨 말인가 하고 의아해 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그런 분들을 위해 오늘자(6일) 한겨레에 보도된 내용 가운데 일부를 인용한다.

▲ 한겨레 3월6일자 4면.
“국가정보원과 언론사 관계자 등이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가 포함된 삼성 로비대상 명단의 공개를 막으려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을 직·간접으로 접촉하며 안간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 한 방송사 관계자는 최근 김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 내정자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김 변호사가 응하지 않았다고 사제단 관계자는 전했다. 김 내정자는 이 방송사 관계자를 통해 ‘대학 동문끼리 서로 도와주지 못할망정 해코지를 해서야 되겠느냐. 국정원의 발전을 위해 국정원장을 맡은 것이니 도와달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 방송사 관계자 외에도 중앙일간지 간부 두 명이 최근 김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 내정자 쪽의 메시지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사 관계자와 중앙일간지 간부 두 명이라고 한다. 이들의 역할은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고, 그 메시지는 대략 ‘일단 만나서 한번 얘기해보자. 대학 동문끼리 서로 도와주지 못할망정 해코지를 해서야 되겠느냐’인 것 같다. 유추해 보건데 ‘한 방송사 관계자와 중앙일간지 간부 두 명’은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와 같은 학교를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김성호 내정자와 이들 언론인들은, ‘언론인과 공직후보자’라는 공적인 측면보다 대학 동문이나 선후배 관계와 같은 ‘사적 인연’에 따라 움직인 셈이 된다. 이 말은 ‘공사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공직후보자와 언론기관의 간부급으로 있다는 말도 되는데 어느 쪽이 됐든 ‘처신과 행태’가 부적절한 것은 분명하다. 부적절한 처신과 행태를 보인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정리했는지는 아마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치권으로 간 언론인들은 ‘솔직한’ 편 … ‘보이지 않는 폴리널리스트’ 퇴출시켜야

▲ 서울신문 2월12일자 24면.
사실 청와대를 비롯해 정치권으로 간 언론인들은 차라리 ‘솔직한’ 편이다. 이들 ‘폴리널리스트’의 행태를 두둔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아직도 언론계에서 ‘암암리에’ 활약하고 있는 ‘폴리널리스트’에 비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겉으로는 언론인인 척 하면서 속내는 정치인 ‘뺨치는 수준’을 보이고 있는 언론인들을 과연 ‘저널리스트’라 부를 수 있을까. 좀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이들은 ‘정치인 신분’으로 언론계에 ‘위장취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인 입장에서 보면 영역확대라고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언론인 입장에서 보면 이런 행태는 ‘간첩 또는 스파이 행위’나 마찬가지다. 이들 ‘위장취업자들’을 걸러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한 방송사 관계자와 중앙일간지 간부 두 명’을 이런 ‘악질 폴리널리스트’와 단순비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의 행태가 언론인으로서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들의 명단을 ‘익명’에서 ‘실명’으로 바꾸고, 이들이 지금까지 써온 기사나 칼럼 등을 면밀히 검증해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바야흐로 언론계 자정운동이 다시 한번 거세게 일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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