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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제 식구 감싸기' 감추는 조·중·동'독립 수사 보장하라' 법무장관 지휘, 대검 마지못해 수용… 보수언론 "정권이 수사개입한 나쁜 선례"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7.10 11:45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수사팀의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논란 끝에 따르기로 결정하자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정권이 검찰 수사에 직접 개입할 나쁜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식의 비판을 내놨다. 이들 보도에서 윤 총장이 자신의 측근이 연루된 사건을 '감찰 회피' '전문수사자문단' 등의 방식으로 다뤄온 맥락은 지워져 있다. 

9일 대검찰청은 '뒤끝'을 남기며 추 장관 수사지휘를 사실상 수용하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은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 간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기존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하도록 결정했다. '윤 총장은 수사 결과만 보고받으라'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법적 근거에 따라 발동된 시점부터 윤 총장 수사지휘권은 상실됐고,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독립적 수사를 하게됐다는 게 대검 설명이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지 일주일만에 나온 윤 총장 답변으로 이 시기 동안 윤 총장은 전국검사장회의 소집과 법조계 원로 자문을 통해 '독립수사본부'를 꾸리자는 역제안을 냈고 추 장관이 이를 단칼에 거절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이날 대검 입장 곳곳에는 추 장관 수사지휘가 부당하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대검은 입장문에서 "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이 2013년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수사지휘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국정원 사건 수사 팀장 당시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맞받았다.

대검은 '독립수사본부' 구성 역제안에 대해서도 애초 법무부 요청에 따라 진행한 것이었다며 추 장관이 돌연 합의를 뒤집었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검은 법무부 검찰국장과의 협상을 마무리 한 뒤 역제안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대검 측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법무부는 "대검 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고 했다. 

10일 보수언론은 정권이 검찰 수사 사건에 개입하는 '나쁜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폈다.

조선일보는 사설 <정권이 검찰 사건 수사 직접 개입할 선례 만들어졌다>에서 "최악의 선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법무총장' 시대가 열렸다"고 총평했다. 조선일보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명시한 검찰청법 제8조에 대해 "법무장관은 개별적인 수사에 간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라며 "장관이 이렇게 막 나갈 수 있는 것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대통령의 지시를 등에 업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추미애 뜻대로 봉합된 검찰-법무부 갈등, 나쁜 선례 되나>에서 "수사지휘권 발동부터 수용까지 일련의 과정은 윤 총장이 2103년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다가 배제됐던 것과 유사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추 장관의 이런 태도는 공정한 수사에 대한 보장보다는 자신의 지시를 단 한 글자도 훼손하지 말고 문자 그대로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고집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검찰총장의 지휘권에 상처를 줘 식물 상태로 만들거나 아예 사퇴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고 했다. 

'검언유착' 의혹 관계사인 동아일보의 이기홍 논설실장은 칼럼 <거침없는 독주와 뻔뻔함, 그 속의 장기집권욕>에서 추 장관이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공(公)과 사(私)는 함께 갈 수 없다. 정(正)과 사(邪)는 함께 갈 수 없다"는 글을 비판했다. 이 논설실장은 "권력의 검찰 장악 시계를 되돌려 놓으려 한 장관으로 기록될 게 자명한 인물이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바를 正, 공평할 公자를 쓴 것도 어이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7월 10일 사회 10면

이들 신문에서는 자신의 측근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다루는 그간의 윤 총장 행적이 지워져 있다. 추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배경에는 이 사건 수사 초기부터 불거진 윤 총장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있다. 의혹의 당사자로 윤 총장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지목되면서 윤 총장은 대검 감찰부 진상조사 반려,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의 결정을 내려왔다. 윤 총장은 자신의 측근 인사가 연루된 사건인만큼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 결정을 맡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청공무원 행동강령 제5조는 '학연, 지연, 종교, 직연 또는 채용 동기 등 지속적인 친분관계가 있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자가 직무관련자인 경우'를 직무 회피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인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건의하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결정을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검 예규상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 권한이 없는 이 전 기자측의 이례적 '진정'을 검찰이 수용한 결과였다. 윤 검찰총장은 대검 부장들을 '패싱'하고 과장들과 수사자문단 소집, 구성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이 소집한 전국검사장회의 역시 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추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윤 총장이 역제안 한 '독립수사본부' 구성 건의는 기존 수사팀의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라는 수사지휘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는 '독립수사본부'는 "특임검사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특임검사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임검사는 검찰총장에게 임명권한이 있다. 그런데 지난 1월 28일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수사를 위한 임시조직 설립은 법무부 장관 승인을 받게 됐다. 윤 총장의 역제안은 법무부 장관 승인 절차를 피하기 위한 '사실상의 특임검사'라는 게 김 위원장의 평가다. 또 김 위원장은 "현재까지 드러난 사안은 간단하다. 몇 안 되는 것만 수사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라며 "이런 대규모 수사팀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독립수사본부'와 같은 검찰 특수본은 역대 삼성, 최순실 관련 사건 수사 당시 구성됐을 정도로 사안이 복잡한 대형 사건에 한해 구성됐다. 

10일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사설을 통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공정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사설 <장관 지휘권 관철, '검찰 민주적 통제' 전례 남겼다>에서 "검찰의 독립성은 사심 없고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과 수용은 검찰권의 오남용을 민주적 통제를 통해 바로잡은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한겨레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검언유착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라며 "독립성을 부여받은 수사팀은 또다른 공정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모범적인 수사로 답하기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일단락 된 법·검 갈등, 공정한 수사로 진상 밝혀야>에서 "15년 만에 발동된 법무장관 수사지휘는 윤 총장이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기자 간 유착 의혹 수사에 개입하며 자초했다"며 "전권을 부여받은 수사팀의 책임은 더 커졌다"며 "수사팀은 엄정한 수사로 '강압취재'와 '검언공모'가 있었는지 시시비비를 가리고 공명정대하게 사건을 매듭짓기 바란다"고 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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