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대전MBC 경영진과 MBC본사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을 조속히 수용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이 나서달라는 내용이다.

공대위는 8일 다음날 예정된 방문진 제12차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채용성차별 해소 권고안을 즉시 이행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라'는 요지의 공개서한을 김상균 방문진 이사장 앞으로 보냈다.

공대위는 공개서한에서 "그동안 시청자, 시민단체, 전문가 등 각계의 줄기찬 요청을 외면해온 대전MBC가 이젠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조차 무시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대주주 MBC는 손 놓고 있는 현실에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며 "국민을 대표해 두 방송사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는 방문진 이사회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8일 상암 MBC본사 앞에서 대전MBC아나운서채용 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가인권위의 대전MBC 여성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인정 환영한다. 공영방송 MBC는 국가인권위 권고안 조속히 이행하라'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인권위가 대전MBC와 MBC본사에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관행을 시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지 3주가 지났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달 17일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가 채용성차별로 피해를 봤다고 제기한 진정에 대해 실제 채용성차별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채용성차별로 피해를 본 유지은 아나운서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하고 업무상 불이익을 준 것에 대해 위로금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대전MBC, MBC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대전MBC는 사실상 권고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 결정 직후, 대전MBC는 유 아나운서의 정규직 임용 관련해서는 “순응하기 어렵다”며 “무기계약직 전환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위로금 500만 원 지급 판결과 관련해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MBC본사 역시 “인권위 결정에 대해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했다.

공대위는 “시청자, 시민단체, 전문가 등 각계의 줄기찬 요청을 외면해온 대전MBC가 이젠 인권위 권고조차 무시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대주주 MBC는 손 놓고 있는 현실에 깊은 실망을 느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 채용성차별 문제를 감시하고 지적해야 할 언론이 내부 채용성차별 문제에 대해 쉬쉬하고 감춰오다 정작 실태가 드러나자 ‘우리는 공정했다’고 궤변을 늘어놓고, 막상 인권위 권고가 나오자 사법 판단까지 가겠다고 버티고 있어 MBC는 과연 공영방송이 맞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와 역할을 강조한 박성제 MBC사장의 최근 발언을 두고 “MBC와 대전MBC는 공영방송 이념과 위상에 걸맞게 경영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는 방송내용의 공영성뿐 아니라 방송사를 공정하고 정의롭게 운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더이상 대전MBC와 MBC 경영진에 기대할 게 없다며 방문진 이사회의 역할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대전MBC 채용성차별 문제는 채용단계부터 임금 및 승진 등 노동시장에 뿌리 깊은 성차별 관행을 현직에 있는 당사자가 직접 공론화하여 인권위 권고 결정까지 받은 한국 최초의 사례”라며 “방문진 이사회가 나서서 대전MBC의 채용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동 성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고 했다.

공대위는 지난해 6월부터 아나운서 성차별 문제를 공론화한 유지은 아나운서의 투쟁을 지지하며 올해 1월 결성됐다. 70여개의 여성·노동·언론 단체들이 모여 공영방송 MBC의 제대로 된 해결을 거듭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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