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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입니다’- 가부장적 사랑이란 족쇄, 그리고 가족이란 구심력[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7.08 21:38

[미디어스=이정희]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모래알처럼 스르르 빠져나갔다. 언제 우리가 가족이었나 싶게 모두가 흩어져갔다. 가족이었지만 서로가 이제 더는 '가족'이기를 주저하자 원심력은 빠르게 가족을 흔들어 놓았다. 이제 중반을 넘어선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의 처지이다. 

하지만 서로의 민낯을 확인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무언가가 서로를 끌어당긴다. 서로가 확인한 민낯이, 서로가 던졌던 속에 담아두었던 한 마디가, 상처였다고 고통이었다고 생각한 것들이 이제 다른 의미로 서로를 붙잡는다. 

가부장적 사랑, 그 족쇄를 풀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김상식(정진영 분) 씨와 이진숙(원미경 분) 씨의 결혼은 한평생 기울어진 시소와 같았다. 그런데 그 기울어짐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랐다. 김상식 씨는 가진 거라고는 방 한 칸에 배운 것 없는 자신을 선택해준, 대학생이었던 더구나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진 진숙 씨에 대한 열등감에 평생 시달렸다. 그리고 여전히 은주의 아빠를 잊지 못했을지도 모를 아내에 대한 김상식 씨의 마음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드러났다. 

결혼식장에 온 어떤 남자를 은주 아버지라 오해하고, 아내가 밑줄 쳐 놓은 소설책 속 한 문장이 아내의 잊지 못하는 사랑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고 난폭해졌다. 그는 아내에게 묻지 않은 채 스스로 쳐놓은 오해의 덫에 갇혀 아내를 밀어냈다. 22살로 잠시 돌아간 청년 김상식 씨는 그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했지만, 그가 아내를 사랑하는 방식은 냉정한 은주의 지적처럼 어설픈 '책임감'뿐이었다. 

아내를 부양했지만, 자신에게 버거운 그녀를 늘 오해하고 의심하며 한평생을 보냈다. 상처 입은 새와 같던 그녀를 품었지만 그녀를 진심으로 품기에 그가 가진 마음의 그릇은 그의 생각만큼 넓지 않았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아내가 낳은, 하지만 자신의 자식이 아닌 은주를 사랑하는 방식도 결국 마찬가지다. 그는 은주를 식구들이 편애라고 할 만큼 예뻐했지만, 결국 은주에게 내민 통장과 같은 마음이었다. 아버지의 책임이라고 하며 내민 통장에 은주는 은희라도 그랬겠냐며 울음을 터트린다. 그가 은주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며 돈을 모으는 대신, 그 돈을 당시 아내에게 주었다면 아내는, 그리고 가족들은 조금 더 편안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김상식 씨는 자신의 책임에 집착하느라 가족을 소외시킨 것이다. 

그의 그런 일방적인 방식은 스스로가 저지른 교통사고 처리 방법에서도 드러났다. 사고 당시만 해도 그 보상금과 법적 처벌을 감수를 피하고 싶었던 김상식 씨는 식구들 몰래 피해자 소년의 가족을 책임져왔다. 그리고 그 책임의 시간 동안 가족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렸고, 아버지의 부재를 감당해야 했다. 그는 가부장으로서 홀로 책임졌다고 하지만, 그 책임의 그림자는 온전히 가족이 감당했다. 

그런데 사고로 머리를 다쳐 잠시 22살로 돌아간 김상식 씨로 인해 김상식 씨를 눌러왔던 과거의 족쇄가 하나둘 풀리기 시작했다. 은주 출생의 비밀이 온 가족에게 알려지고, 자신이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내고, 아내와 오래도록 쌓인 오해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결자해지, 의도야 어떻든 가족 내에서 고군분투하던 가장 김상식 씨는 이제 자신을 똘똘 감쌌던 성벽과도 같은 것들을 하나둘씩 풀어내기 시작한다. 16부에 완결돼야 하는 드라마의 서사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굳이 드라마 속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김상식 씨 또래 많은 가장들이 가장이라는 이유로 홀로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외롭게 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터무니없는 오해로, 때로는 어쩌지 못하는 책임감으로, 혹은 치기 어린 마음으로 말이다. 

드라마는 말한다. 알고 보면 어처구니없기까지 한, 홀로 짊어진 마음을 스스로 풀어내야 한다고 당부한다. 졸혼까지 선언했음에도 김상식 씨가 하나둘씩 자신을 둘러싼 갑옷과도 같은 오해와 고집을 털어내자 아내 진숙 씨가 그런 상식 씨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가 건네는 한 송이 꽃에, 한 잔의 커피에 진숙 씨의 미소가 돌아온다. 사랑이 별건가 가족이 별건가. 그 사소한 마음들이 모여 사랑이 되고, 가족이 되는 것이다. 대학교정에서 울던 진숙 씨를 차에 태웠던 상식 씨의 그 배려심처럼 말이다. 

민낯이 되니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자신은 그러지도 못하면서 아버지는 은주에게 따숩게 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어마어마한 집에 살면서도 은주네 부부에게 온기는 없었다. 그런데 은주를 다시 만난 막내 지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은주네 부부가 편안해 보인다고 한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서로 떨어진 방, 그 방의 거리만큼이나 멀고 서먹서먹하던 두 사람이 더는 견딜 수 없었던 남편 태형(김태훈 분)의 커밍아웃으로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결국 이혼을 하자고 하는 은주. 그렇게 이혼으로 가려는 와중에 은주 출생에 대한 뜻밖의 진실이 드러났다. 늘 거리감을 가지고 대했던 남편 태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으로 은주를 걱정한다. 그리고 자신은 몇십 년 동안 친아버지와 말 한마디 섞지 않았는데, 이제 와 생물학적 아버지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되려 위로를 한다.

그런가 하면 안 바리스타가 태형이 사랑했던 사람이 있는 뉴질랜드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전한 건 바로 아내 은주였다. 아내 은주 곁에서 태형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술에 취했다. 그렇게 돌아온 날 여전히 아들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엄마는 태형의 방 앞에서 닦달하고, 그런 시어머니에게 은주는 차분하게 말한다. 나도 그 사람이 받아들여지니 이해가 되는데 어머니는 왜 그게 안 되냐고. 

공식적인 부부의 정의에 따르면 앞으로 이 두 사람이 부부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방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태형과 그 방문 앞을 지켜주는 은주는 그 어느 때보다 '가족' 같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애인에게 성폭행을 당해 괴로워하는 서영은 그런 자신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하는, 파렴치한 애인의 어머니를 달래는 듯한 자신의 어머니가 더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서영에게 찬혁(김지석 분)은 때론 가족이 '비겁한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것도 가족이니까, 들쑤셔 더 아플까봐 그러는 거라고. 

사실 정답은 없다. 사람이 저마다 다르듯 어떻게 정답이 있을 수 있을까.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는 건 마음이 아닐까. 마음만 있다면, 서로가 가족이기를 바라는 마음만 있다면, 비겁하더라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상식 씨의 더 늦지 않은 고백이, 태형과 은주의 민낯이 그래서 아직은 ‘가족’이란 구심력으로 서로를 끌어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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