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최근 KBS는 부산·울산·전주·제주·청주 총국의 어린이합창단에 대해 해단 통지를 내렸다. 지난해 서울 본사 KBS어린이합창단이 해산됐다. 경영 악화로 인해 어린이합창단 운영이 더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어린이합창단원과 학부모들은 본사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합창단이 없어지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KBS시청자권익센터와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난달 26일 “KBS어린이합창단 해단을 막아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현재 KBS시청자청원에 550여 명이, 청와대 청원에 1,900여명이 동의했다.

2019년 울산KBS '사랑의 음악회'에 출연한 울산KBS어린이합창단 (사진=울산KBS)

청원인은 “‘2020 KBS 경영혁신안’ 관련 뉴스를 접한 날, 저희 아이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KBS방송총국으로부터 어린이합창단의 해단 조치가 내려졌다고 통보받았다”며 “서울의 KBS어린이합창단도 작년에 해단 수순을 밟았고, 지금 전국에 남아있는 5개의 합창단이 동시에 이 통보를 받았다고 하니 울분을 감출 수가 없다”고 했다.

청원인은, 몇 해 전에도 비슷한 해단 조치가 나왔지만, 학부모들이 힘을 모아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조건으로 합창단을 유지하고 있다며 KBS에 전혀 의존하지 않았는데 ‘해단’ 조처를 내린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제주, 부산, 전주총국 어린이합창단은 학부모 회비 등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청주, 울산은 KBS로부터 일부 예산 지원을 받았다.

청원인은 “어른들의 사랑, 이별, 그리고 다소 선정적인 내용이 담긴 트로트를 어린 유치원 아이들까지 흥겹게 부르는 것을 편성하면서 정작 어린이를 위한 합창, 동요는 아예 없애 버리려고 하는 것이 과연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하는 KBS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나”고 물었다.

본사 KBS어린이합창단은 1947년 창단됐다. 성악가 조수미(서울), 황수미(안동), 신영옥(본사) 등이 활동했던 합창단으로 2년마다 단원을 선발해왔다. 어린이합창단은 초등학교 3, 4학년 재학생 30여 명을 모집, 활동기간 2년 동안 주 2, 3회 노래연습을 한 뒤 라디오, TV프로그램 제작 및 행사 등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KBS어린이합창단 단원 공모가 잠정 유예됐다. KBS본사는 2019년 3월 ‘어린이합창단 단원 공모 유예’ 공지를 통해 “변화된 환경에 따라 요즘 어린이들의 음악과 문화도 많이 바뀌었고 새로운 어린이 문화에 부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 26기 단원 공모에도 30명 모집에 50명이 지원하는 등 지원자가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는 이와 별개로 <누가누가 잘하나>, <국악동요제>, <창작동요제> 등과 같은 어린이 동요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계속 제작된다고 했다. 현재 KBS어린이합창단이 출연하는 방송프로그램은 없다.

KBS측은 “이미 이전부터 어린이합창단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시행해왔던 배경에는 한정된 자원을 양질의 어린이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서”라며 “KBS는 문화사업의 일환이었던 어린이합창단 운영을 불가피하게 중단하는 것일뿐, 아이들의 노래와 합창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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