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법원이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모욕한 혐의로 약식기소돼 100만 원 벌금형을 받은 송일준 광주MBC 사장에게 ‘50만 원 벌금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다. 모욕죄는 인정하되 벌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일준 사장은 “항소해서 판례를 남기겠다”며 “끝까지 싸워 공인에 대한 비판은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내겠다”고 밝혔다.

7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윤혜정 판사는 모욕죄 혐의를 받는 송 사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벌금 50만 원의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윤 판사는 “철면피나 파렴치, 양두구육 등 표현이 비속어는 아니나 상대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는 인신공격”이라며 “사회적 평판을 저하하는 경멸적인 표현으로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 글에서 연달아 해당 표현을 사용해 강조했고 비중이 적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아니다”라며 “MBC 노조원들이 장기간 어려움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은 있다”고 했다.

2017년 MBC PD협회장 당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모욕한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받은 뒤 정식 재판을 청구한 송일준 광주 MBC 사장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 이후 송 사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유죄 판단을 했기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끝까지 다투려 한다”며 “우리 사회의 모욕죄에 대한 정확한 판단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판례를 남기려 한다”고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모욕죄는 너무 들쑥날쑥 판결이 나온다. 더군다나 일반인에 대한 모욕과 공인에 대한 모욕에 구분이 없다”며 “(고영주는) 방문진 이사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있던 사람으로 MBC 붕괴·파괴에 책임있는 사람이다. 그런 공인에 대한 비판에 당사자가 불쾌하게 느꼈다 하더라도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한국PD연합회장이자 MBC PD협회장이던 2017년 7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고영주 이사장을 고발한 기사를 링크하며 고 이사장에 대해 "간첩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 매카시스트.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이라고 적었다.

이에 고 전 이사장은 송 사장을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했고 검찰은 지난해 9월 9일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명예훼손죄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일부 표현은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불복한 송 사장은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지난 2월부터 재판이 진행됐다. (▶관련기사 : 송일준, '고영주 모욕죄' 벌금형에 "이 정도 표현이 모욕인가")

앞서 지난 2월 피고인으로 출석한 송일준 사장과 변호인은 공적 인물내지 공적 사안에 관해서는 비판적 표현의 범위가 넓어야 하며 공소사실에서 문제 삼는 표현인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은 고사성어이자 비유적으로 쓰이는 말로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적 인물이나 공적 사안에 관한 비판적 표현에 관해서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취지에서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후 4월에 열린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고영주 전 이사장은 “방송 공정성이 근로조건이 된다면 우리나라 방송은 노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공정방송은 방송노동자의 근로조건’이란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고 전 이사장은 ‘방송 자율성’은 방송사 경영진 뜻에 맡기는 것을 뜻하며 MBC본부 조합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들이) 업무를 처리할 수 없게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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