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지난 3월 12일 서울 용산구 이촌파출소 폐쇄를 보도한 언론사들이 무더기 정정보도를 게재했다. 별도 검증 없이 경찰발 정보를 사실처럼 보도하고, 다른 언론사 기사를 인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지난 2007년 고승덕 변호사 아내 이무경 씨가 운영하는 ‘마켓데이유한회사’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이촌파출소가 있는 꿈나무소공원·이촌소공원을 42억 원에 매입했다. 이후 마켓데이유한회사는 고승덕 변호사를 선임하고 부지 사용료 지급 청구·파출소 철거·공원 결정 무효 확인·부당이득금 반환 등 4개 소송을 진행했다. 법원은 마켓데이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마켓데이유한회사가 이촌파출소 부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하고, 7월 1일부터 구청의 허가를 받아 공원 용도 설정을 해제하라고 판결했다.

이촌파출소 (사진=연합뉴스)

3월 12일 다수 언론은 ‘고승덕 부부가 구매했던 이촌파출소가 폐쇄된다’고 보도했다. 정보 출처는 ‘경찰 관계자’였다. 언론은 경찰 관계자 말을 인용해 “용산구와 마켓데이 사이에 임대차 계약 연장 협상이 결렬됐다”면서 “임대차 계약은 다음 달 30일까지라 이촌파출소 문을 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언론은 이촌파출소 부지를 ‘고승덕 부부 소유’라고 표현하고, “용산구가 해당 부지를 사들이려고 했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고승덕 변호사 때문에 이촌파출소가 폐쇄됐다는 얘기다.

이데일리 단독보도 이후 연합뉴스 보도가 나갔다. 조선일보·중앙일보·서울신문·국민일보 등 다수 언론은 연합뉴스 보도를 참조해 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최근 해당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들의 정정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3월 12일 자 보도 상당 부분이 오보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촌파출소 관련 정정보도 (사진=네이버 뉴스화면 갈무리)

용산구와 마켓데이 간 임대차 계약은 결렬된 바 없다. 마켓데이가 지난해 4월 용산경찰서와 이촌파출소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임대료 인상 없이 2029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이촌파출소 폐쇄’는 마켓데이가 아닌 용산구 결정사항이었다. 현행 공원녹지법에 따르면 파출소는 공원 내 위치할 수 없다. 용산구는 부지 개발을 허가하지 않고 파출소를 폐쇄하기로 했다.

언론사들은 정정보도문에서 “(이촌파출소)건물을 산 것은 고 변호사 부부가 아니라 마켓데이”라면서 “용산구가 마켓데이에게 매수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하거나 매매 협상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 사실과 다른 부분을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현재 관련 보도를 한 대부분 언론사가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검증 없는 경찰발 보도·타 언론사 인용 보도가 무더기 정정보도를 만들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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