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성범죄자에게 대통령, 정치인들이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야 유력 정치인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가 인정돼 3년 6개월 실형을 살고 있다.

조문객을 맞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 (사진=연합뉴스)

정의당은 6일 브리핑에서 “빈소에 여권 정치인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공직과 당직을 걸어 조화와 조기를 보내고 있다”며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판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인이라면 본인의 행동과 메시지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적인, 공당의 메시지라는 것을 분명 알 것”이라며 “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이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안 전 지사의 범죄는 ‘차기 대권주자인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일어난 성폭력 사건’이라며 “이에 정치권력을 가진 이는 모두가 책임을 통감했고 민주당 역시 반성의 의지를 표한 바 있는데, 오늘의 행태는 정말 책임을 통감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2차 가해 앞에 피해자는 여전히 일상에서 힘겨움을 겪고 있다”며 “오늘과 같은 행태가 피해자에게, 한국 사회에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로 비춰지진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같은 날 국회 여성 근로자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페미’는 정의당과 비슷한 우려의 성명을 내며 추모행렬이 안 전 지사의 ‘정치권 복권’으로 연결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회페미는 “안희정 씨는 더이상 충남도지사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이름으로, 정당의 이름으로, 부처의 이름으로 조의를 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안 씨가 휘두른 ‘위력’을 형성하는 데에 결코 책임을 부정할 수 없고, 사회정의를 실현하여 공정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전력할 의무가 있는 정치권은 이번 일이 마치 안 씨의 정치적 복권과 연결되는 것으로 국민이 오해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발언과 행동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페미는 조문 뒤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조문객들에 대해 “직위와 소속을 오용하여 조의를 왜곡시키고, 빈소에서 경솔한 발언을 한 일부 조문자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조화와 조기 설치 비용은 국민의 혈세나 후원금으로 치러졌을 것이라며 정치인들의 개인 비용으로 전환해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수행비서를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지난 4일 모친상을 당한 안 전 지사는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석방됐다.

6일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안 전 지사 모친 빈소에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정세균 국무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내정자, 이인영 통일부장관 내정자에 이어 민주당·통합당 의원들이 빈소를 찾았다.

조문객들은 조문을 마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씨를 걱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내정자는 “우리 아버지도 제가 징역살이할 때 돌아가셔서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 김부겸 전 의원은 “(안 전 지사가)여러 가지로 어려운 사정인데 이런 일까지 당했으니 당연히 와야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안 전 지사가 많이 야위였다”고 했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안 전 지사의) 얼굴 살이 많이 빠졌다”, 윤주경 통합당 의원은 “관장 시절에 많이 도와주신 것을 잊지 않고 있다”며 조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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