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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창’- 보이는 상처보다 더 곪은, 모순적 관계의 정점엔 이것이[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7.02 10:40

[미디어스=이정희] 욕창은 스스로 운신이 쉽지 않은 환자가 몸을 움직이지 않고 오래도록 고정된 상태에 있을 때 살이 무르기 시작하여 급기야 괴사하게 되는 질병이다. 7월 2일 개봉하는 영화 <욕창>은 70대 퇴직 공무원 강창식(강창식 분)의 아내 나길순(전국향 분)이 뇌출혈로 오랫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해 욕창이 생기며 벌어지는 난감한 상황을 다룬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리고자 하는 건 그저 '보이는 상처'만이 아니다. 

외려 영화 속 '욕창'은 상징적이다. 영화 속에서 '오래도록 고정된 상태'에 놓인 건 나길순의 움직일 수 없는 몸만이 아니다. 70 평생 가부장으로 군림해온 아버지, 여전히 지금도 아버지의 200만 원이 넘는 연금과 그의 집이라는 경제적 영향력 아래 놓인 가족들의 부조리한 모습을 어머니 나길순의 욕창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욕창으로 드러난 가족

영화 <욕창> 스틸 이미지

낡았지만 오래된 성곽과 같은 강창식 씨의 집. 그곳에 강창식 씨와 뇌출혈로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내 나길순 씨가 산다. 아니, 그들 부부와 함께 나길순 씨를 '전담 간병'하는 재중동포 유수옥(강애심 분)씨가 산다. 

간병인이라지만 이젠 집안 살림까지 책임지는 강애심 씨. 그녀가 마련한 밥상에 세 사람의 식사가 준비되면 강창식 씨는 자리에 앉아 수저를 든다. 일반적으로 가족이 함께하는 밥상의 모습은 어떨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식구를 기다렸다 모든 식구가 앉으면 그때 비로소 함께 수저를 들지 않을까? 하지만 강창식 씨는 강애심 씨가 아내를 데리고 와서 밥을 먹이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 단편적인 식사 장면이야말로 이 집안에서 강창식 씨가 누리는 권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아내인 나길순 씨의 식사와 집안일 모두를 책임지는 강애심 씨. 그녀의 바지런한 간병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투병을 해온 나길순 씨의 몸에 '욕창'이 생기기 시작한다. 강애심 씨가 이리저리 환자의 위치를 바꿔 보고 약도 발라 보지만 상처는 쉬이 낫지 않는다. 

그러자 강창식 씨는 딸인 지수(김도영 분)에게 연락을 한다. 그에게는 세 명의 자식이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버지는 딸에게 연락한다. 아버지의 성에 차지 않아 매사 반목하는 큰아들, 멀리 떨어져 립서비스만 능한 둘째아들과 달리, 딸은 자신의 형편과 처지와 상관없이 집으로 달려가 '해결사' 역할을 되곤 한다. 

영화 <욕창> 스틸 이미지

점점 심해져 가는 어머니의 욕창. 방문 간호사가 오고 강애심의 노력으로 잦아드는가 싶은 욕창에 변주를 일으키는 건 간병인 강애심이다. 어느덧 '안주인' 자리가 익숙해져 가는 강애심의 위치. 어머니를 위해 사온 과일도, 어머니 옷장 속 머플러도 그 모든 것들이 자연스레 강애심의 것들이 되어가는 상황이지만 몸조차 움직일 수 없는 나길순 씨도,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딸 지수도 전담 간병인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렇다 할 토를 달기 어렵다. 

하지만 강애심이 미묘하게 경계를 오가는 상황에서 기름을 불어넣은 건 결국 강창식의 욕망이다. 어느덧 누워있는 아내를 제쳐두고 그녀에게 집착하기 시작한 강창식은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의 불안정성으로 다른 선택을 하고자 하는 그녀에 대해 '무리한 결정'을 도모한다. 하지만 이는 숨겨져 있던 가족의 깊은 갈등을 건드리며 파국의 끈을 당긴다. 

피해자 여성들 

영화의 시작은 어머니 나길순의 오랜 투병이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어머니로 인해 재중동포 전담 간병인이 함께 살며, 딸인 지수가 뒤치다꺼리를 하는 상황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욕창이 깊어지고, 거기에 아버지의 욕망이 드러나며 보여지는 이 모순적인 관계의 정점엔 자신의 불편이나 불리함을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더 나아가 자신의 욕망에 편승하고자 하는 집요하고도 파렴치한 ‘가부장의 권세’가 있다.

영화 <욕창> 포스터

그리고 결국 그런 '구조'에서 여성들은 피해자가 되고 만다. 욕창으로 점점 더 살이 썩어 문드러져 가는 어머니는 좀 더 나은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조건 대신, 아버지의 편의를 위해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런 어머니를 위해 딸인 지수는 언제나 1분 대기조처럼 달려오곤 한다. 그녀 자신이 말조차 못하는 어머니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 그리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손으로 어머니가 딸의 손을 잡아주는 장면은 모녀의 '난감한' 처지를 비감하게 드러내 보인다. 반면 아들들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핑계로 이 책임에서 자신들을 방기한다. 

강애심이라고 다를까. 아픈 남편, 무능한 아들을 대신하여 손주를 키우기 위해 이곳까지 온 그녀는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사기'의 그물에 취약하고, 강창식 씨의 욕망 앞에 역부족이다. 딸기 한 알의 시큼한 맛으로, 나길순 씨 옷장의 오래된 머플러 한 자락으로 달래지기엔 기구한 운명이다. 

부모 세대가 노인이 되어가면서 불가피하게 맞이하게 되는 <욕창>의 상황들. 하지만 그 상황의 전개는 각 가정이 저마다 역사로서 지녀왔던 모순적 가족 관계를 답습한다. 겉으로 보기엔 아픈 환자의 문제이지만, 결국 그 속에서 곪고 있는 건 해묵은 가족의 지체된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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