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6월 30일자 조선일보 <현실·꿈 구분 못하는 길 할머니에 유언장 쓰게 한 정의연> 단독보도와 이 기사 주요 정보를 제공한 박성중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해 정정보도와 사과를 촉구했다. 정의연은 길 인권운동가가 정식으로 치매등급을 받은 적 없고, 유언 동영상을 제작해 올린 일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연 전신)가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가끔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정부 보고서를 작성한 시점을 전후해 '저와 관련한 모든 일들을 정리하는 것을 정대협 윤미향 대표에게 맡긴다'는 길 할머니의 유언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6월 30일 <[단독] 현실·꿈 구분 못하는 길 할머니에 유언장 쓰게 한 정의연>

조선일보는 "또 길 할머니가 국민 성금으로 받은 1억원 가운데 50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고, 아프리카에 이른바 '김복동센터' 건립 비용으로 500만원을 기부한 것도 모두 정대협 관리 하에서 치매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이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정대협은 2017~2019년 여성가족부로부터 매년 피해자 쉼터 운영비로 1500만~3000만원을 지원받고, 그에 따른 활동 내역과 할머니들의 건강 상태를 기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최종 결과보고서'를 여성가족부에 제출해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정대협 보고서에 따르면 길 할머니는 2016년 이전부터 치매였다"며 "2017년 보고서에는 길 할머니에 대해 '2016년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았으나 기억력에 자꾸 문제가 생김' '12월 8일 병원 진료 결과 기억력에 조금씩 문제가 생겨 치매 약의 단계를 올림'이라고 적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보고서를 박성중 통합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같은 날 정의연은 입장문을 내어 "명백히 언론의 인권보도준칙을 위반한 행위이자, 생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거짓보도로 정의연(정대협)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청했다.

정의연은 "길 인권운동가는 고령과 지병으로 인하여 기억력 감퇴, 인지능력의 저하 등이 수년에 걸쳐 조금씩 진행된 측면이 있으나 정식으로 치매등급을 받으신 적은 없다"며 "마지막 해외 활동이었던 2019년 미국 평화의 제막식 참석은 여가부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분명히 나와 있듯, 다녀오셔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을 듣고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정의연은 "다만 올해 4월, 신체적 이상으로 8일간 병원에 입원하신 이후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태가 급격히 저하되셨다"며 "거동이 불편하시고 건강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길 인권운동가는 평소의 의지에 따라 인권과 평화를 소망하며 기부활동을 하셨고 유엔을 비롯해 활발한 국내 증언활동을 하셨다"고 했다.

이어 정의연은 "기사에는 길 인권운동가의 유언 동영상을 올린 주체가 정대협이라고 나와있다. 그러나 정의연은 길 인권운동가의 유언을 제작하여 올린 일이 없으므로 명백한 허위사실에 기초한 기사"라며 "기자의 문자 문의에 이미 충분히 설명한 바 있으나 해당 기자는 이를 무시한 채 보도했다. 명백히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위반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정의연은 현행법상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개인건강정보가 박성중 의원과 조선일보에 의해 공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연은 "개인의 건강 정보는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과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의해 보호되어야 하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민감 정보에 해당해 이를 다루는 사람은 인간의 존엄과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정의연은 "그럼에도 박성중 의원은 국회의원 직책을 이용해 여가부로부터 취득한 정보를 언론에 무차별적으로 공개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당사자의 존엄과 사생활에 대한 어떠한 고려도 없이 공개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길 인권운동가의 그간의 활동을 폄훼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날 뉴시스는 <'치매 논란' 길 할머니… 고향 묻자 "76번지" 기억 뚜렷>단독기사에서 "길 할머니의 '치매'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길 할머니가 스스로 장학금 기부 의사를 밝힌 육성 영상을 단독 입수했다"며 "이 영상 속에서는 양아들이 일부 매체를 통해 '심한 치매를 앓고 있어 기부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과 달리, 길 할머니는 비교적 정정한 모습으로 또렷하게 '(어려운 학생을)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뉴시스 6월 30일 <'치매 논란' 길 할머니… 고향 묻자 "76번지" 기억 뚜렷> 보도 중

뉴시스는 이 영상이 2018년 9월 28일 길 인권운동가가 태풍 피해를 입은 재일 조선학교를 돕기 위해 방문한 상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에서 길 인권운동가는 "돈이 없어서 힘든 학생을 두 명만 선택해 달라"며 "제가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뉴시스는 "길 할머니 양아들인 황선희 목사는 지난 2017년 치매를 앓고 있던 할머니가 받은 1억원의 국민성금 중 5000만원을 정의연이 '임의로 셀프기부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 찍힌 해당 영상에서 황 목사의 주장대로라면 중증 치매환자여야 할 길 할머니는 고령의 나이에도 비교적 조리있고 정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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