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등 정부 관련 위원회 여야 추천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 교섭단체가 다당제에서 양당제로 구도로 전환되었고, 176석 여당과 103석 야당이 이전과 같은 비율로 정부위원을 추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로 좁혀보면 이는 방통위설치법 개정 사안이며 5기 방통위 구성과 관련해 여야가 방통위원 후보자 공모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언론시민사회의 요구인 방통위원 추천권 행사의 다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민주당 역시 야당 시절 양당제 하에서 의석수와 관계 없이 야당 몫으로 2명의 방통위원 후보자 추천권을 행사했다.

2008년 방통위 출범과 함께 방통위 설치법이 시행된 이래로 총선 결과와 연동지어 여야 추천 비율 관련 조항이 변경된 적 없다. 21대 국회 이후인 지난 9일까지도 국회는 관련 법조항의 일부 사소한 법률용어만을 정비하는 개정을 했을 뿐 여야 추천 비율 내용을 그대로 두었다. 오히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여야 추천 비율을 사실상 동등하게 조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로고,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미디어스)

28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방통위원 인선을 한달여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국회 20석 이상 원내 교섭단체가 민주당, 미래통합당, 국민의당 등 3개에서 민주당, 통합당 등 2개로 줄었기 때문에 정부위원 추천 몫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방통위 구성은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1명은 여당, 2명은 야당이 추천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방통위 설치법에 따른 구성이다. 그런데 여당 추천 허욱 위원과 국민의당 추천 표철수 위원의 임기가 종료되는 가운데 민주당의 위원 재분배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설치법 제5조는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한다. 이 경우 국회는 위원을 추천할 때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8년 첫 법률 시행부터 현재까지 해당 조항의 주요 내용이 변경된 적은 없다. 때문에 정권, 정당 의석수 등과 무관하게 방통위원 여야 비율은 유지돼 왔고, 민주당 역시 보수정권 시절 양당체제 안에서도 야당 몫 방통위원 2명을 추천해 왔다. 예를 들어 2008년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전신인 통합민주당은 81석이라는 참패를 기록했지만 2명의 2기 방통위원을 추천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사진=연합뉴스)

또 19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의원 명의로 방통위원 구성을 여야 동수로 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2013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기존 대통령 지명 몫을 배제하고 여당에서 추천한 2인과 야당에서 추천한 2인, 여야가 합의해 추천한 1인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는 내용의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배기운, 우원식, 이상직, 윤관석, 남인순, 최원식, 유성엽, 신경민, 윤호중, 오병윤, 유승희, 김성곤, 전순옥, 장하나, 김승남 의원 등이 공동 발의했다.

당시 최 의원은 "방통위원장이 장관처럼 활동하다보니 KBS, MBC, EBS 이사 및 사장의 추천 또는 선임 등에서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게 된다"며 "합의제 기능이 무력화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여론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방송통신의 공공성과 공익성 증진이라는 방통위 본래 설립목적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는 실정"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2014년 민주당 공정언론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신경민 의원은 방통심의위원 여야 추천 비율을 기존 6대3에서 5대4로 변경하고, 방통위와 방통심의위 위원장이 여당 추천 인사인 경우 부위원장을 야당 추천 인사로 선정하는 내용의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김성곤, 배기운, 배재정, 정성호, 윤후덕, 추미애, 장하나, 임수경, 한명숙, 유은혜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이번 민주당의 검토는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미디어규제기구 개편 초안의 내용과도 크게 어긋난다. 2007년 참여정부는 미디어규제기구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방통위원 추천 방식을 국가청렴위원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등과 같이 사회 각계각층의 추천을 받아 구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후 국회 논의가 이뤄지면서 정치권이 추천하는 선임방식이 결정돼 현재에 이르게 됐다.

한편, 민주당과 통합당은 각각 후임 방통위원 선정을 위해 공모·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김현 전 민주당 의원, 홍지만 전 새누리당 의원,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의 유력설이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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