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3일 KBS <뉴스9> '실험결과 쉬쉬'의 한 장면.
3월3일 KBS <뉴스9> ‘실험결과 쉬쉬’ 리포트의 한 장면이다. 리포트의 핵심내용을 추리면 이렇다.

“노트북 배터리 사고가 잇따랐던 LG전자가 배터리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자체 안전 실험 결과를 감춰왔다. 자체 실험에서 노트북 전원을 끄지 않고 가방에 넣어두면 섭씨 75도까지 과열돼 위험한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이를 쉬쉬하고 있었다.” 뭐 이런 내용이다.

KBS가 이날 리포트에서도 지적했지만 지난 1월8일 발생한 노트북 배터리 폭발 사건 이후 LG전자는 이를 단발성 사고라고만 해명해왔다. 하지만 LG측이 전기연구원과 함께 수행한 배터리 안전성 검증 실험 결과는 이 같은 해명과는 거리가 있다.

KBS 보도를 좀더 살펴보자.

“사고 기종의 노트북을 전원을 끄지 않은 채 가방 안에 장시간 넣어두면 섭씨 75도까지 과열된다” “섭씨 75도까지 올라가면 배터리 안에 가스가 차오르고, 90도에서는 불이 붙는다” “배터리가 섭씨 120도로 과열된 상태에서 9킬로그램짜리 추를 5~15센티미터 높이에서 떨어뜨릴 경우 폭발한다.”

잠시 중간정리를 하자. 위에서 언급한 KBS 리포트는 배터리 폭발 사고 이후의 실험결과를 대략 요약한 것이다. 배터리 폭발 원인을 두고 여러 추측들이 제기됐었는데, 이 실험결과는 ‘주변 환경’에 따라 배터리가 폭발할 수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LG 측이 자체 실험에서 동영상까지 찍어놓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일까.

▲ 3월3일 KBS <뉴스9>.
“사고 원인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했으나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LG측의 해명은 좀 궁색하다. 위의 실험결과만을 바탕으로 배터리 폭발원인을 정확히 가려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이를테면 배터리 상태에 따른 외부충격)에 따라 얼마든지(?) 폭발할 수도 있다는 거 아닌가.

그런데 좀 상황이 웃기는 건, 이날 KBS의 단독보도만으로 이 문제가 ‘상황종료’ 됐다는 사실이다. 오늘자(4일) 신문지면(전국단위종합일간지와 경제지 포함)은 물론이고, 인터넷과 포털 등에서도 이 사안은 전혀 언급되질 않고 있다. <아이뉴스24>가 오늘자에서 KBS 보도를 인용, 이 소식을 전하고 있을 뿐이다.

LG노트북 사용하는 인구가 한 둘이 아닐진대 소비자 안전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언론이라면 이 문제 관심 가져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데 정말 LG와 모든 언론들이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노트북 배터리 폭발 실험결과’는 쏙 들어가 버렸다. 실험결과에 대해 LG가 ‘쉬쉬’하더니 이 사안 자체를 두고 대다수 언론이 ‘쉬쉬’하는 모양새다. 폭발한 노트북 배터리 가운데 ‘언론인’이 사용한 것도 있는데 말이다.

언론인 자신들은 물론이고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데 왜 대다수 언론은 침묵하는 걸까. LG의 ‘힘’인가.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