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연합뉴스 창사 4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연합뉴스를 향한 쓴소리가 나왔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연합뉴스가 다른 언론사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며 일반적인 언론사가 가진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적책무 제고·타 언론사와의 협업·저널리즘 연구소 설립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연합뉴스와 한국언론학회는 25일 서울 중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창사 40주년 기념 <뉴스통신사의 역할과 미래> 세미나를 열었다. 박영흠 협성대 교수는 “공적기금을 받는 연합뉴스가 뉴스 소매시장에 뛰어들어 다른 언론사와 경쟁하는 모습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진=미디어스)

박영흠 교수는 “2018년 연합뉴스 공적기능 평가모델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면서 “당시 50여 명의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는데, 70%가 연합뉴스 공적기능 수행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전문가들은 ‘연합뉴스가 다른 언론과 차별화되지 않은 뉴스를 서비스해 전체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연합뉴스가 다른 언론사와 경쟁하기보다 뉴스 인프라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시장 논리에 맡기면 출고되기 어려운 공익적 부분의 뉴스를 다수 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영흠 교수는 연합뉴스 내부 구성원의 자성을 촉구했다. 박 교수는 “연합뉴스 내부 구성원은 ‘공영뉴스통신사’라는 정체성보다 기자 개인으로의 정체성이 더 강한 것 같다”면서 “연합뉴스 기자들이 ‘다른 언론사를 꺾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보다는 국가기간 통신사의 소임을 자각하고 정체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흠 교수는 연합뉴스가 다른 언론사와 경쟁하기보다 협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연합뉴스가 다른 언론사와 협업하며 언론을 선도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연합뉴스는 역량이 뛰어나고 광고 의존도가 낮다. 다른 언론사와 협업을 주도할 수 있는 도덕적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해당 조사에서 연합뉴스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이 나온 것은 사실”이라면서 “연합뉴스가 자신의 책무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나연 성신여대 교수는 연합뉴스가 뉴스 소매시장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연합뉴스가 여느 언론사와 다르지 않은 가치만 추구한다면 ‘정부 보조금을 받는 연합뉴스가 미디어 시장에 개입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연합뉴스는 기존 언론사가 할 수 없는 해외·외국어·통일·재난 뉴스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규 동국대 교수는 연합뉴스의 북한뉴스 관행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연합뉴스는 누구의 관점에서 북한 뉴스를 작성하는가”라면서 “연합뉴스는 정확한 북한뉴스로 한반도 평화공존에 기여하고 통일시대를 선도해야 하는 공적 책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연합뉴스가 이를 잘 지키고 있냐”라고 했다.

이호규 교수는 “최근 연합뉴스가 평양종합병원 준공식 관련 기사를 냈는데 ‘북한이 선전대를 동원해 준공 작업을 했다’고 썼다”면서 “북한이 건축에 선전대를 동원하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북한의 실상인데, 어떻게 이렇게 보도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 교수는 “만약 북한이 ‘서울역 홈리스 실태’를 마치 특별한 문제처럼 보도하면 우리는 어떻게 느끼겠나”라면서 “연합뉴스의 보도를 보고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이호규 교수는 “연합뉴스 기자들이 북한뉴스에 대한 뚜렷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북한뉴스는 여러 가지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기에 기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가 북한 관련 뉴스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면서 “연구소가 북한 정보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관련 정보에 대한 크로스체크를 실시해야 한다. 또 연합뉴스가 북한 관련 오보를 냈을 때 꼭 정정보도를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연합뉴스가 저널리즘 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은 “연구소가 공적책무 실현방안을 뉴스룸에 제공해야 한다”면서 “연구소를 통해 신뢰도 조사, 공적 책무 수행 정도, 재해재난 등 이슈 분석, 뉴스 생산 전력 등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운희 엔씨소프트 실장은 “과거 5년 동안 연합뉴스에 근무할 때 3번의 사장 교체가 있었다”면서 “사장이 바뀌면 정책이 새로 수립되고 임원·국장·부장이 교체된다. 이러한 상황에선 연속성이 없기에, 저널리즘 연구소를 통해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뉴스통신사의 역할과 미래> 세미나 전경 (사진=미디어스)

조성부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은 “연합뉴스는 나름대로 한다고 해왔는데, 방향성을 제대로 갖췄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겠다”면서 “저널리즘연구소 설립은 진지하게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번 <뉴스통신사의 역할과 미래>는 한국언론학회·연합뉴스 주최로 열렸다. 사회는 최영재 한림대 교수, 발제는 이호규 동국대 교수·김선호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오종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는 김종우 연합뉴스 부장·박영흠 협성대 교수·오세욱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이나연 성신여대 교수·한운희 엔씨소프트 실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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