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연합뉴스
최근 계속해서 인구에 회자되는 '문재인 대망론'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일반적인 감정은 매우 복잡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실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에는 그가 가진 불안요소가 속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노그룹 일각에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대선후보로 하여 정권교체를 이루려는 기획이 존재하는 듯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은 문재인 대망론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겠다.

'문재인'이라는 캐릭터가 대통령 선거 후보로서 갖는 메리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노무현의 '친구'로 '영원한 비서실장'이라 불릴 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여론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다. '선비'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덕에 개혁적인 정치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과거 특전사의 수중폭파요원으로 복무했던 경험으로 보수세력 일각의 거부감을 희석시킬 수 있는 요소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좌우 동시공략이 가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요소를 모두 주변적인 것으로 만들만한 문재인 이사장의 가장 큰 장점은 그의 고향이 'PK'라는 것이다. 동남권신공항 문제와 저축은행사태 등으로 PK민심이 흔들리는 이 때에 이 지역이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면 3당합당 이전의 구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민주당 전체에 퍼져 있다. 이러한 과업을 완수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캐릭터가 문재인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문재인 대망론', 좌우 동시공략이 모두 가능한 조건 그러나...

하지만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망론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 번째 산은 그가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을 제치고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며, 두 번째 산은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범야권의 단일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고, 세 번째 산은 결국은 박근혜에게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이사장이 이러한 산을 어떻게 넘을 수 있겠는가? 이를 생각하기 위해 우리는 잠시 민주당 내외의 최근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은 최근 화제가 되었던 뉴시스-모노리서치의 차기 여야 대권후보 지지도에 관한 여론조사이다. 이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이사장은 11.8%의 지지를 얻어 11.3%를 얻은 손학규 대표를 눌렀다. 내 생각에 이 여론조사 결과는 문재인 이사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큰 힘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여론조사의 핵심은 문재인 이사장이 손학규 대표를 오차범위 내인 0.5%차이로 눌렀다는 데에만 있지 않다.

보다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호남에서의 여론 변화다. 호남에서 문재인 이사장은 지난 조사에 비해 17% 상승한 지지율을 얻었다. 반면 손학규의 호남에서의 지지율은 21.4% 하락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영남은 늘 영남의 편이지만 호남은 호남이 아니라 민주당의 편이었다. 호남의 의식 있는 유권자들은 대선과 관련하여 실제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만한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는 행태를 보여 왔다. 이것은 그들의 역사적 경험과도 관련이 있는데, 이것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드러난 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경우였다. 만약 문재인 이사장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어떤 확신을 주기만 하면 호남은 손학규 대표 대신 그를 선택할 수 있고 호남이 문재인 이사장을 선택하는 순간 문재인 이사장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관건은 역시 '야권연대', 손학규와의 양자택일 상황와야

그렇다면 이러한 확신은 어디에서 주어지는가? 결국 이 답은 성공적으로 '야권연대'를 성사시킬 수 있느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야권연대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민주당 외곽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와 같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들은 물론 민주당 대선후보라면 누구든 지지할 것이지만 손학규냐 문재인이냐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문재인을 이야기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이것은 물론 국민참여당을 포함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들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타당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이 정치무대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문재인 이사장에게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 야권연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결국은 총선에서 어떤 그림을 만드느냐의 문제이고 이것은 연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의 당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벌써 김부겸 의원, 박지원 의원, 박주선 의원 등이 당권도전의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앞서고 있는 것은 원내대표를 지내며 대여 전투력을 보여주었던 박지원 의원이라는 평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발언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정세균 전 대표가 19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로, '통합과 연대의 성과가 없다'면서 '지도부의 일원으로 야권연대에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받아들이면 이것은 손학규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그런데 이 날의 발언은 뭔가 심상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동안 정세균 전 대표가 집에서 잠만 자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박지원 의원이 당대표가 되는 것에 대한 일각의 불안을 감안하면 이러한 발언의 진의를 캐는 데 성공할 수도 있다. 몇몇 보도를 참고하면 호남색이 강하고 나이가 많은 박지원 의원이 대표가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하여 정세균 전 대표가 대권에서 당권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주장이 실제로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대한 정세균 전 대표의 대답은 대권을 향한 자신의 행보에는 흔들림이 없으며 문희상 의원 정도가 당대표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향후 민주당 당권이 향배 가를 수 있다

그런데 19일에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기사가 나왔다. 문희상 의원과 모 저축은행과의 관계에 대한 신동아의 보도에 대해 문희상 의원 측이 제기한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이다. 지금 거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민감한 문제인 저축은행 문제에 문희상 의원이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결국 정세균 전 대표의 발언은 '당권 선회'의 신호로 읽을 수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만일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사실상 친노와 486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세균 의원의 처지를 고려할 때 공천과 대선후보 경선 과정 자체를 친노와 486그룹이 좌지우지하게 될 가능성도 점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손학규냐 문재인이냐 만을 놓고 보았을 때 문재인 이사장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물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이렇게 넘겨짚기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렇게 문재인 이사장이 대선 후보가 되는 과정을 짚어보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일정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문재인 이사장은 출마 자체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고, 그럴 경우 여전히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일 것이며,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의 어떤 사람들은 지금 이 점을 고려해서 행보를 결정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관점이 필요하고 '문재인 대망론'에 대한 고찰은 이런 점에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