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면봉] 눈치가 빠른 건지 없는 건지…
KBS이사회, 대통령 후보시절 언론고문을 사장후보로 결정해 시끌. 눈치가 빠른 건지 없는 건지….

조선일보 팔면봉이 2003년 3월23일 보도한 내용이다.

[사설] 대통령의 사람을 다시 KBS 사장으로?
KBS 이사회가 신임 사장으로 임명 제청키로 의결한 서동구씨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언론고문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임자가 아니다. 후보 시절 언론 분야를 조언했던 인사를 대통령이 된 후 KBS 사장에 임명한다면 KBS는 대통령의 언론관을 홍보하고 시행하는 시범관이 될 우려가 있다.

....‘대통령의 사람’이 KBS사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KBS는 한국 최대 언론기관으로 KBS의 정체성(正體性)은 미디어 차원 이상의 정치·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KBS 사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막강한 힘이 국민을 위해 쓰이느냐 아니면 정권에 이용되느냐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론 고문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려는 것은 현 정권 역시 방송을 전리품(戰利品)쯤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방송을 국정의 도구화하려는 의도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 방송의 주인은 국민인 만큼 공영방송은 국민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2003년 3월24일 조선일보 사설이다.

▲ 조선일보 2003년 4월5일자 사설(오프라인 기준)
[사설] KBS 사장은 公正性지킬 인물을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서동구 KBS사장의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집권 후 첫 인사파동은 일단락됐다....이번 인사를 그르친 것은 임명권자인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론특보였던 서씨를 추천하는 무리수를 두어 자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KBS는 국가 기간방송이고 국민이 주인이어야 한다. 이번처럼 권력이 직접적으로 사장 인선에 개입하면 정권의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한국 최대 공영방송을 이끌 KBS사장은 대통령과 ‘코드’가 맞다는 식으로 개혁성만 앞세울 게 아니라 전문성과 경륜을 중시해야 한다. 그 사람이라면 다른 것은 몰라도 공정성은 지키겠다는 인물을 뽑아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기록된 2003년 4월4일자(오프라인 4월5일) 사설이다.

구구절절이 맞다. 구구절절이 옳다. 구구절절이 바르다. 조선일보도 이런 보도를 한 적이 있다. 그 의도야 뭐건 간에 조선일보도 이런 사설을 한 때 쓸 수 알았다는 사실이 유물 발굴 현장에 느끼는 기쁨이 이런 것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저들의 대국민 사기행각은 워낙 상습적이라서 그 기쁨은 잠시 접어두고 기어이 또 다시 국민들을 속이며 우롱한 작태를 고발할 수밖에 없는 아픔은 너나 없을 것 같다. 일단 지난 2월27자 조선닷컴에서 보도한 내용을 살펴보자.

방통위 초대위원장에 내정된 최시중
李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멘토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대학 친구·이재오 前최고위원도 '형님' 대접

▲ 조선일보 2월27일자 8면.
신설되는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내정된 최시중(71) 대통령 취임준비 자문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mentor·정신적 후견인)라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 고문 중의 고문'으로 불린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최 내정자는 정치부장, 논설위원, 부국장을 지낸 뒤 1994년부터 여론조사회사인 한국갤럽 회장을 지냈다. 이 대통령과 같은 경북 포항 출신이다.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서울대 57학번 동기생이며 이 대통령의 대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이다....이 대통령도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할 때면 늘 그를 찾았다. 선거기간 내내 '6인회의'로 불리는 이명박 캠프 최고의사결정기구에서 조정자 역할을 했다.

당내 경선과 대선 당시 최 내정자는...여론조사팀을 관리했다. 이명박 후보의 전략과 홍보는 사실상 최 내정자가 좌우했다....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그 뒤 최 내정자를 '형님'으로 모시고 있다...오랜 기자 생활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사회 전반에 인맥(人脈)도 다양하다.

이런 그의 경력을 고려할 때 정치판을 읽는 눈이나 여론을 파악하는 능력은 이미 검증이 됐다 할 수 있다.

5년 전, “서동구씨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언론고문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임자가 아니다. 후보 시절 언론 분야를 조언했던 인사를 대통령이 된 후 KBS 사장에 임명한다면 KBS는 대통령의 언론관을 홍보하고 시행하는 시범관이 될 우려가 있다...‘대통령의 사람’이 KBS사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론 고문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려는 것은 현 정권 역시 방송을 전리품(戰利品)쯤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방송을 국정의 도구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던 조선일보.

그런 조선일보가 대통령과 대통령의 측근실세와 친밀한 관계가 사실상 ‘장점’으로 채색시키는 5년 후의 보도 앞에 ‘아무리 사기에 능한 집단이라도 이럴 수는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조선일보에 잘 못 보인 노무현의 말로와 잘 보인 이명박의 출발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심지어 최시중씨가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통령과 호흡을 함께하는 많은 동지적 멤버의 한 사람으로 생각해 달라’며 아예 대 놓고 정치적 독립성을 포기하는 발언에 대해서도 조선일보의 3월4일 보도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최소한의 정치적 교감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는 친절한 해설을 덧 붙여 포장할 뿐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 "편파적운영 하지 않을 것"

신설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에 내정된 최시중 후보자는 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생명을 걸 정도로 노력한 것은 사실이나 그 때문에 위원회 운영을 편파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정치부장, 논설위원 출신으로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 회장을 지낸 최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책사(策士)이자 멘토(mentor·정신적 후견인)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최 후보자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측근이고, 동지적 의식이 중요하다"며 "저 역시 대통령과 호흡을 함께 하는 많은 동지적 멤버의 한 사람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 말은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대통령과 최소한의 정치적 교감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 후보자는 "방통위는 엄격한 중립을 지키도록 시스템이 돼 있고 그것을 충분히 활용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몰상식한 조선일보에게 상식을 들먹이는 것은 실례다. 하지만 상식 선에서 ‘대통령과 호흡하는 동지적 멤버’가 어떻게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초등학교 논술 시간에서도 지적받을 만한 주장을 방통위원장 내정자라는 자가 발언하고 이를 포장해서 보도하는 조선일보의 작태야 말로 한국사회를 병들게 하는 주범이며, 국민들을 시시때때로 속이는 사기꾼이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최소한 사기꾼의 혐의를 뒤집어 쓰지 않으려면 좀 더 솔직하게 ‘노무현은 미웠다. 그런데 이명박은 이쁘다’고 고백하고 이런 글을 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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