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검찰의 전문수사자문단 회부가 윤석열 검찰총장 독단으로 결정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자문단 회부가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결정됐다'는 대검측 입장과 배치된다.

경향신문은 23일 기사<윤석열 직권 수사자문단 '밀실 운영' 우려>에서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회부 결정은 이 안건을 논의한 대검 부장회의가 파행된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6월 23일 <윤석열 직권 수사자문단 '밀실 운영' 우려>

경향신문은 "검사장 일부는 지난 19일 열린 대검 부장회의에서 자문단 소집에 반대했다"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제3의 의견이 왜 필요하느냐' '수사팀의 사건 처리 방향에 동의하기 때문에 자문단 소집은 불필요하다' '총장이 위촉하는 자문단 결정은 오히려 불신받을 수 있다'는 반대의견을 전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부장회의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추후 회의를 다시 열기로 하고 마쳤지만 윤 총장은 그날 자문단 소집을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총장이 자문단 소집을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로 대검 비공개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 제4장(전문수사자문단)'을 들었다. 경향신문은 이 규정이 "자문단 설치부터 심의, 존속기간에 대한 12개 조항으로 돼 있다"며 "자문단에 대한 총장의 폭넓은 권한을 인정하며 절차를 대부분 비공개로 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예규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심의안건을 정해 자문단을 소집할 수 있고, 자문단 위촉 권한도 가지고 있다. 자문단은 심의결과 보고 전까지 수사팀이나 대검 관계자를 접촉할 수 없다. 자문단은 심의 종료 후 전원이 서명한 심의결과보고서를 총장에게 보고하고 총장은 그 결과를 수사팀에 통보한다. 자문단은 비공개로 운영된다. 경향신문은 "자문단 지침 전체가 비공개 예규로 돼 있어 심의 내용뿐만 아니라 심의 절차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검의 '검언유착' 의혹 전문수사자문단 회부 결정은 사건 당사자인 채널A 기자의 진정을 받아들인 것으로 논란이 일었다. 규정 상 전문수사자문단의 경우 사건 관계인이나 변호인에게 소집을 신청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규정상 전문수사자문단은 일선 수사팀과 대검 소관부서, 관할청 인권수사자문관이 소집을 건의해 검찰총장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

같은날 한겨레는 기사 <대검 5인 부장회의, 윤석열 결정 돕는 보조기구 전락하나>에서 "22일 예정됐던 부장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검-언 유착 의혹 수사 심의를 전문수사자문단에 맡기는 안건이 지난 19일 대검 부장회의에서 결론나지 않아 추가 회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윤 총장이 자문단 소집을 결정하면서 추가 논의가 필요없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 6월 23일 <대검 5인 부장회의, 윤석열 결정 돕는 보조기구 전락하나>

한겨레는 "대검 쪽 설명을 종합하면, 19일 대검 부장회의가 '자문단을 소집하자'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은 명확해 보인다"며 "이날 부장회의에서 자문단 소집 문제를 놓고 만장일치든 다수결이든 별도의 의결 절차는 없었다. 그러나 회의 주재자인 구본선 차장검사가 부장회의 뒤 자문단 소집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윤 총장에게 보고했고 윤 총장은 이를 받아 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자신의 측근 인사가 당사자로 지목돼 있는 만큼 이 사건 수사지휘권을 대검 부장회의에 위임한 바 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윤 총장은 초기부터 대검 감찰부가 진상조사에 착수하자 이를 제지하고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며 "수사팀이 영장 청구를 건의하자 이번엔 대검 부장회의를 통한 집단토론 방식으로 '수사자문단'에 물어보기로 했다. 언제 검찰이 영장 청구를 놓고 이처럼 번잡한 절차를 거친 적이 있었던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알고 보니 부장회의에선 결론을 못 내고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고 한다"며 "수사팀이 그 물증을 확보했다면, 영장을 청구해서 법원의 1차 판단을 받아보면 될 일이다. 그런데 한두 번도 아니고, 고비 때마다 왜 이렇게 수사의 발목을 잡는 조치를 연발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수사팀과 대검이 법률적 관심에 따라 입장이 엇갈렸다고 볼 수 있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만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애초 이 사건이 지난 3월 말 언론 보도로 불거진 지구부터 검찰 내부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윤 총장이 감찰부 대신 인권부에 조사를 맡기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위증교사 의혹을 둘러싸고 법무부와 대검이 갈등을 빚은데 이어 이번엔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이 마찰을 빚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연일 이어지는 갈등의 배경에는 윤 총장의 '내부 인사 비호'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수사와 감찰의 독립성 보장이 필요해 보인다"고 논평했다.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윤 총장이 채널A기자와 검사장의 유착 의혹과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감찰부의 조사에 제동을 걸어 인권부로 관할을 옮긴 것은 감찰 회피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며 "윤 총장은 대검 감찰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19일 대검 부장회의에서 채널A 기자 구속영장 청구가 부정적으로 결론이 나 자문단 회부가 결정됐다고 보도해 온 조선일보·중앙일보 등은 윤 총장을 옹호하는 보도를 이어갔다.

중앙일보는 이날 기사에서 "회의 결과 다수 의견으로 해당 사건을 자문단에 넘기기로 가닥이 잡혔고, 윤 총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며 현재 상황을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간의 갈등으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조국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내준 혐의로 기소된 여권 비례정당 대표는 윤 총장이 채널A 기자 사건을 수사자문단이 검토하도록 한 것에 대해 '뻔한 술수'라고 했고, 조국 법무부 인권국장 출신 당 최고위원은 '본인도 관여돼 있어서 그런 것인가'라고 했다"며 "한 기자의 취재 윤리 문제를 윤 총장이 비리를 덮으려 한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억지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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