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관련 배당 문제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1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해당 논란이 이어지자 추미애 장관은 "대검 검찰부에서 다루던 사건이 다른 부서로 재배당되는 과정을 별도로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회 법사위원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MBC라디오<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같이 밝히며 “만약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리면 윤 총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 재배당 논란으로 옮겨간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은 지난 4월 재소자 최 모 씨가 법무부에 낸 진정에서 시작됐다. 한 전 총리 정치자금 공여자인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2018년 사망)의 구치소 동료였던 한 모 씨와 비슷한 주장이 담긴 이 진정건은 대검으로 이첩됐다.

한동수 감찰부장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갈등은 진정건 처리 과정에서 벌어졌다. 한 부장은 조사에 착수한 지 한 달여 만인 5월 28일 윤 총장에게 보고했고, 윤 총장은 검사의 피조사자 인권침해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대검 인권부로 배당, 이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송됐다. 이에 한 감찰부장은 반발했고, 대검은 3년의 징계시효가 끝나 수사 기능이 없으며 재배당은 검찰총장의 권한 범위 내의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추 장관은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박주민 위원은 “검찰총장의 사건 재배당이 적법한 것인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어제 법사위에서 추미애 장관에게 확인하고 과거 기사들을 찾아보니 감찰부가 수사를 한 사례들이 있다”며 “추 장관도 어제 법사위 현장에서 감찰부가 수사할 수 있다고 확인해줬다”며 대검의 주장을 반박했다. 단순히 징계시효가 끝났다고 해서 감찰부의 권한이 종료된 것이 아니며, 한동수 감찰부장이 자신의 SNS에 적은 ‘수사도 가능하다 우리(감찰부)는’이라는 주장이 맞다는 해석이다.

또한 박 위원은 검찰총장이 사건 배당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대검의 주장에 “감찰부 감찰은 검찰총장에게 보고만 하면 바로 개시되고, 개시된 뒤에는 결과를 보고할 때까지 어떤 지시나 통제도 받지 않는다”며 “감찰이 이미 시작된 후에 사건을 배당하거나 재배당하는 것조차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장관 역시 법사위에서 “명백한 감찰 사안이므로 감찰부가 하는 게 맞다”며 “마치 인권 문제인 것처럼 검찰의 비위 또는 검사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 감찰하는 게 아니라 피의자, 또는 수사를 받는 쪽의 인권 문제로 변질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윤 총장과 한 부장 사이의 재배당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 사건 이후 두 번째다. 한 부장이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감찰 개시를 통보했지만, 윤 총장은 사건을 대검 인권부로 보냈다. 당시에도 ‘감찰부장이 (총장에게) 보고만 하면 된다’는 해석과 ‘검찰총장에게 (사건 배당) 권한이 있다’라는 주장이 맞붙었다.

박 위원은 “윤 총장이 법과 훈령의 체계에 의해 규정된 감찰부의 독립성과 업무 방법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총장이 검찰 사무를 총괄하는 게 맞지만, 이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하위 규정을 지켜야 하는데, 하위 규정에는 감찰본부를 어떻게 설치하고 운영할지 명시돼있다. 박 위원은 “훈령에 ‘감찰부장이 (사건을) 개시만 하면 감찰은 개시된 걸로 본다’고 나와있다”며 “검찰총장은 훈령과 예규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박 위원은 “감찰부장은 판사 출신으로 굉장히 독립적·중립적으로 사건을 볼 가능성이 있지만, 인권감독관은 검사로 윤 총장과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감찰보다는 검찰식구라고 할 수 있는 인권감독관에 의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의심이 든다”고 했다. 대검 감찰부 한동수 부장은 감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모 형태로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판사 출신이다.

현재 윤 총장은 사건 재배당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향신문은 18일 ‘윤 총장이 재배당 절차를 건너뛰고 진정서 사본을 만들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시킨 사실이 확인됐다’고 단독보도했다. 박 위원은 “절차위반 등 재배당 관련 논란을 두고 추 장관은 어제 법사위에 출석해 감찰부에 갔다가 다른 부서로 재배당되는 과정에 대해 독자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만약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리면 윤 총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추 장관이 최종적으로 대검 감찰부에서 사건을 다루도록 지시했지만, 윤 총장이 불응할 경우에 대해 박 위원은 “과연 지시, 지시의 절차가 적법했는지 여부, 윤 총장이 지시에 불응할 수 있느냐 등을 두고 다툼이 있을 것 같지만 원칙적으로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에게 지시할 수 있게 돼 있으니 이를 따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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