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가 최근 고인이 된 마포쉼터 손 모 소장과 길원옥 인권운동가 관련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언론보도에 대해 명예훼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의연은 18일 입장문을 내어 "길원옥 할머니의 양아들과 며느리의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고인의 계좌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며 "고인과 길원옥 인권운동가, 정의연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의연은 17~18일 이어진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보도와 사설 등을 문제적 보도로 지목했다. 조선일보 <[단독] "길원옥 할머니 통장서 돈 빠져… 이유 묻자 쉼터소장 무릎 꿇더라">, <"2000만원, 500만원… 치매 길원옥 할머니 통장서 뭉칫돈 나가">, <[사설] '뭉칫돈' 해명요구에 무릎 꿇었다는 쉼터 소장, 너무 썩었다>, 중앙일보 <[단독]길원옥 할머니 가족 "뭉터기로 돈 빠져나갔다" 檢진술> 등이다.

정의기억연대는 18일 입장문을 17~18일 이어진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보도와 사설 등에 대해 "고인과 길원옥 인권운동가, 정의연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보도는 길 할머니의 양아들 황모씨와 며느리 조모씨측 입장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위안부 피해자인 길 할머니가 마포쉼터에 머물면서 받은 정부보조금이 고인과 정의연에 의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조선일보는 "길 할머니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의 송금처 중에는 미디어몽구, 통일뉴스 등 정의연과 관련 있는 매체도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외부로 돈이 빠져나간 시기는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던 시기와 상당 기간 겹친다고 했다. '저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정리하는 것을 정대협 윤미향 대표에게 맡긴다'는 내용의 길 할머니 유언장에 대해서는 정의연이 이 같은 유언장을 길 할머니로부터 받아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황씨 부부가 지난 5월 쉼터에 연락해 '윤미향이 그런 유언장을 받아낸 이유가 뭐냐'고 묻자 손 소장이 윤 의원과의 만남을 약속한 채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황씨부부의 검찰 조사 진술을 전하면서 이들 부부의 딸, 길 할머니 손녀가 중앙일보 기사에 단 댓글을 소개했다. 길 할머니 손녀는 손 소장 사망소식을 전한 7일자 중앙일보 기사에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소장님이 할머니 은행 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을 빼내서 다른 계좌에 보내는 등의 돈세탁을 한 것을 알게 됐다. 금액 쓴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저런 선택을...'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어 '뒷배도 없이 그동안 돈을 빼돌린 것도 아닐테고 뒷배는 윤미향이겠고'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 같은 보도들에 대해 정의연은 "16년간 정성과 헌신으로 피해당사자들을 보살펴왔던 고인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정의연을 비리집단으로 몰며, 인권운동가의 삶을 실천해 오신 길원옥 할머니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몇 가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했다.

정의연은 "길 할머니 양아들의 법적 양자 취득 시기는 아주 최근의 일"이라며 "만약 조선일보 보도대로 할머니가 이미 '치매' 상태라면, 지난 5월 길 할머니의 도장과 주민등록증을 가져가 등록한 양아들의 법적 지위 획득 과정 또한 문제가 된다"고 했다.

이어 정의연은 "양아들은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길 할머니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었다"며 "고인은 물론 쉼터에서 할머니를 함께 보살피던 요양보호사분들의 증언에 따르면, 할머니는 양아들에게 정기적으로, 방문 시, 때론 직접 특별한 요청에 따라 현금을 제공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정의연은 "최근 코로나로 직접 방문이 어려워지자, 고인이 양아들의 은행 계좌로 송금하기도 했다. 6월 1일의 경우 두 차례에 걸쳐 합계 3000만원이 양아들에게 지급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의연은 그간 4명의 요양보호사가 돌아가며 길 할머니를 돌봤다며 매월 정부, 지자체로부터 지급되는 보조금만으로는 모자라 정대협도 추가 보조금을 지원했다고 했다. 2019년에만 1545만원이 정대협 계좌에서 간병비로 지급됐다고 했다.

아울러 정의연은 길 할머니가 2015년 한일합의 이후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에서 지불한 1억원을 거부하고, 2017년 시민성금으로 모인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중 50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는 등 "인권운동가의 삶을 실천해 오셨다"고 강조했다.

정의연은 "할머니의 숭고한 뜻을 받아 '길원옥여성평화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으로 운영되는 '길원옥여성평화상'을 만들어 여성인권평화에 기여한 분들을 매년 선정해 상금을 수여해왔다"며 "길 할머니 기부금은 공시에서 별도로 표시되지 않았을 뿐 기부금 전체 금액에 포함되어 있으며, 정의연 결산서류에 정확히 반영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연은 "일부 언론 보도는 길원옥 인권운동가의 삶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이자, 당사자의 소신과 의지에 따른 여성·인권·평화 활동을 뿌리째 훼손하는 행위"라며 "길원옥 인권운동가의 숭고한 뜻을 받들고자 개인의 삶조차 희생한고 고인과 정의연을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는 명예훼손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을 향해 정의연은 "일방적인 주장에 기초한 악의적 보도를 당장 중단하고, 길 할머니의 명예와 존엄함에 더 이상 상처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길 할머니 가족들에게도 정의연은 "길 할머니의 명예에 누가 되는 일을 하지 말아 달아달라"고 요구했다.

19일 조선일보 <[단독] 길원옥 할머니, 쉼터 떠나며 외쳤다 "이제 우리집 간다!">, 중앙일보 사설 <할머니 지원금까지? 검찰은 철저하고 신속히 수사해달라>

한편, 조선일보는 19일 <[단독] 길원옥 할머니, 쉼터 떠나며 외쳤다 "이제 우리집 간다!"> 기사를 내어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이날 중앙일보는 사설 <할머니 지원금까지? 검찰은 철저하고 신속히 수사해달라>에서 '뭉칫돈 인출이 정말 할머니 뜻인지 의문'이며 '유언장 작성 강요 없었는지도 밝혀져야'한다고 썼다.

'미디어몽구'는 길 할머니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는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 조선일보 기자와 나눈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조선일보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길원옥 할머니의 개인 통장에 들어온 정부 보조금 중 '수백만원'이 미디어몽구에 정기 후원 형태로 입금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미디어몽구'는 "길원옥 할머니께서는 2013년 12월부터 cms를 통해 월 1만원씩 제개 정기 후원을 해왔다. 확인 결과 지금까지 77만원을 후원해주었다. 근데 수백만원이라뇨"라고 답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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