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금융당국 수사·재판 과정에서 '자본금 편법충당 의혹' 공소사실 일체를 인정한 MBN에 대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4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다. 해당 의혹이 불거진 지 10개월, 방통위가 MBN을 방송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고 제제 검토에 착수한 지는 7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MBN은 2011년 종편 출범 당시 최소 자본금 3000억원을 충당하기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은행에서 600억원 가량을 임직원 명의로, 즉 차명으로 대출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31일 방통위는 MBN을 방송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MBN이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또 MBN 최초승인과 2014년·2017년 재승인 과정에서 차명주주 여부 등을 조사해 행정처분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MBN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MBN을 재판에 넘겼고 지난 2월 열린 2차 공판에서 MBN측은 '자본금 편법충당 의혹' 공소사실 일체를 인정했다. 방송법 위반 고발 건에 대한 재판이 열린 것은 아니지만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가 전부 드러나게 됐다.

그간 방통위는 MBN에 불거진 의혹이 올해 11월 예정된 MBN 재승인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와 별개로 사실여부에 따라 행정처분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MBN측이 공소사실 일체를 인정한 만큼 방통위에는 행정처분의 명분이 갖춰진 셈이다.

복수의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위는 MBN에 대한 행정처분과 관련해 사무처 차원의 법적 검토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마친 상태다. 방통위 상임위원 간 논의가 MBN 행정처분 시점과 수위 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 3월 19일 KBS라디오 '라이브 비대위'에 출연해 MBN 관련 의혹에 대해 "재승인 과정에서 그 부분도 면밀히 볼 거고, 수사 결과에 따라 차명 보유한 것이 해당 법규에 일관돼서 취소할 사유인지 아니면 영업을 몇 개월 정지시킬 사유인지 이런 부분에 대해 면밀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법 18조는 방송사업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승인을 얻는 경우 ▲등록취소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광고중단 ▲허가·승인 유효기간 단축 등을 방통위가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언론시민사회는 방통위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리를 해야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미희 사무처장은 "별다른 검토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행정처분이 지연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행정조치라는 것은 신속하게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더군다나 종편의 자본문제 같은 경우는 법적 검토가 이루어졌다면 빨리 조치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신 사무처장은 "특별한 사유 없이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 이는 '지연'이다. 방통위의 책임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4기 방통위에서 차기로 책임을 이월한다면 상임위원들이 다시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등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모든 내용과 절차를 잘 알고 있는 4기 방통위가 마무리 짓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행정처분과 재승인 심사 반영은 별개의 건"이라고 덧붙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방통위의 행정처분 시점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방송법상 허가·승인제도의 취지와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엄중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김 사무처장은 "방통위가 사업자 등록 시 주주명부 등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제재수단이 '허위제출하면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인데, 허위로 자료를 제출한 게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제재할 수 없다면 그 부분마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방송법상 소유지분제한 등 여러 기본 틀이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법·제도적 안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중하게 다루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방통위가 행정처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MBN 노동권·시청권 문제에 대한 방안 등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MBN의 선제적 자구 노력이 없다는 점을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MBN이 적극적으로 차명주주 문제를 해소하고, 내·외적 문제들에 대해 개선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며 "권위적인 상하구조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발생한 문제로, 대주주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행된 일이다. 그런 문제에 대해 완전히 탈바꿈 할 조치들이 (사측에서)나와야 하는데 그런 게 없으니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MBN 사측은 재판과정에서 자본금 편법충당 의혹을 모두 인정했음에도 방통위 행정처분, 재승인 등을 앞두고 선제적인 개선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MBN 내에서는 사측이 재판에서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기 위한 노력만을 기울일 뿐, 사실상 개혁의지가 전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TV조선·채널A에 대한 방통위 조건부 재승인 결정이 내려졌던 지난 4월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는 성명을 내어 회사에 공정성 제고를 촉구했다. "우리가 두 종편의 심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번 재승인이 MBN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MBN지부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회사가 취한 조치는 장대환 MBN 회장 사퇴가 유일하다고 비판하면서 방송의 공정성, 소유·경영의 분리, 방송 투명성을 위한 사외이사 선임 등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성명발표 이후에도 현재까지 MBN 사측의 개혁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MBN지부측 반응이다. 나석채 언론노조 MBN지부장은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회사가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노조가 제시하는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면서 "사측에 지속적으로 개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선제조치들을 미리 이행하면 방통위가 더 많은 조치들을 요구할 것이라며 묵묵부답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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