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북측 관련 오보와 관련해 “언론과 전문가집단의 오보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언론은 검증되지 않은 전문가 말을 인용해 기사를 작성하고, 북을 절대 악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언론사가 북한 전문기자를 키워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17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대북관계 개선 언론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참석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측 관련 오보의 원인으로 ▲북한 전문가 부재 ▲언론의 취재 노력 부족 ▲북을 ‘절대 악’으로 보는 시각 등을 꼽았다.

(사진=JTBC 방송화면 갈무리)

이종석 전 장관은 “북한 보도의 특징은 언론과 전문가집단 사이 오보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점”이라면서 “언론은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데, 사이비 북한 전문가가 양산되고 있다. 김정은 사망을 주장한 인사들을 보면 탈북자가 많은데, 북한 살다 오면 ‘북한 전문가’인가”라고 꼬집었다. 이 전 장관은 “언론은 시대변화를 생각하지 않고 ‘북한에 살다 왔으니 전문가다’라고 평가한다”면서 “또 북한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한 게 아니라 서방에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경우의 수를 읊는 전문가도 있다. 그래서 엉터리 보도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언론이 부지런하지 않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 타고 하노이에 갔다”면서 “다수 언론은 ‘김정은이 1958년 할아버지(김일성)가 갔던 길을 간다’고 보도했는데, 1958년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일성은 비행기도 탔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결과적으로 언론이 (노동신문) 하나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라면서 “최근 김정은 유고설의 경우 언론의 잘못이 있다. 북한 정치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CNN 보도가 가짜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2013년 리설주가 잠적했던 적 있다”면서 “각종 루머가 확산됐는데, 그해 리설주가 놀이기구에 탑승하지 않은 적 있다. 상식적으로 임신 징조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리설주 숙청설을 생각하기 전 임신부터 의심해봤어야 했다”면서 “언론은 북한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내지르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의 리설주 관련 보도 갈무리

이종석 전 장관은 “한국언론은 북한을 절대 악으로 상정하니 ‘내가 상대방에게 도발을 유발한 건 없는가’에 대해 생각 안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걸 극복해야 한다. 언론은 객관적 보도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북한을 절대적 악으로 보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전문기자가 언론사마다 한두 명씩 있어야 한다”면서 “북한 전문기자는 여러 언론에서 실패한 적 있지만,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북한 정보 팩트체크와 관련해 기자의 고충도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지 않는다. 언론사 내부적으로 기자들의 견제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표언구 SBS 남북교류협력단장은 “오보 카르텔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가짜뉴스가 아니라 오보다. 북한 취재에 대한 불확실성·어려움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표 단장은 “북한 문제에 있어, 어떤 기자나 전문가는 정치권보다 확증편향이 심하다”면서 “북한학 박사과정에 입학했는데, 논문을 쓸 때도 객관성 없이 자기 입장에서 쓰는 경우가 있다. 확증편향을 버리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점은 맞다”고 말했다.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은 정부의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이 소장은 “김정은 유고설이 돌았을 때 왜 국정원·정부·통일부는 언론사 편집국장을 불러서 정리를 안 해주는가”라면서 “모든 짐을 언론에 맡겨놨다”고 주장했다.

대북관계 개선 언론토론회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이번 <대북관계 개선 언론토론회>는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토론회를 주관하고,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언론회의’가 주최를 맡았다. 발제자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토론자는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팀장·표언구 SBS 남북교류협력단장·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맹찬형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부소장·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신준영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 등이다. 좌장은 김현경 MBC 북한전문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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