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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 이승만 다큐에 미온적 대응…KBS 겁내나?"[인터뷰] 광복회 막내 회원 정종국씨
곽상아 기자 | 승인 2011.07.19 18:48

KBS가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달 15일부터 이승만 특집 다큐를 예정대로 방송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KBS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를 균형있게 다루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승만 다큐 세부 기획안을 들여다 보면 '균형' 보다는 '미화'로 볼 소지가 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KBS가 역사범죄의 재구성에 동원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대 독립운동 단체인 광복회도 사안의 중대성을 의식한 듯 지난 15일 KBS를 항의방문했으며 "만약 KBS가 이승만의 공과를 균형있게 다루지 않으면 건국 훈장 반납 등 극한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6월 말 KBS의 백선엽 미화 다큐 방영을 앞두고 광복회가 KBS측에 보낸 공문에서 "이승만 찬양 프로그램도 방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던 것에서 분명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대위는 12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친일파 찬양방송 사과없는 KBS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언론노보 이기범

광복회 막내 회원인 정종국씨(54세)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분노해야 할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광복회 현 집행부가 이승만 다큐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광복회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국민들에게 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광범위하게 알려졌을 텐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정씨는 12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개최된 '친일파 찬양방송 사과없는 KBS규탄 결의대회'에 참석해 "집행부 측에 오늘 결의대회에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못 나오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광복회가 관변단체냐. 존경받는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하고 개별적으로 참석했다"며 "광복회를 대신해 사과드린다"고 공개발언한 바 있다.

정씨는 "그동안 집행부 측에 '공영방송이 독재자를 미화하는 방송을 하겠다는데 광복회가 넋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광복회는 죽은 조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여전히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국가보훈처로부터 연간 15~20억의 지원 받더니 관변단체로 전락해서 이런 방송을 막으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광복회 복지팀장으로 재직한 바 있는 정종국씨는 "광복회 내부에서 개혁해 보고자 했었는데, 두 손 들고 나왔다"며 "이제 외부에서 개혁을 시도할 생각이다. 친일파, 독재자 미화 다큐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 집행부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나중화 광복회 사무총장은 "KBS 다큐는 KBS 경영진과의 만남을 통해서 풀어야 할 일이지 무조건 피켓 들고 가서 시위할 일이 아니다"라며 "KBS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를 똑같이 다루면 만족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나 총장은 광복회 회원인 정종국씨의 주장에 대해 "개인이 나가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광복회 집행부가 의욕이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하면 집행부의 활동을 방해하는 게 된다. 광복회를 팔아먹는 행동"이라며 "데려다가 징계해야 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스>는 광복회 측에 이승만 다큐와 관련해 인터뷰를 수 차례 요청했으나, 광복회 측은 "14일 오전 이사회 결과를 지켜보자"(11일 요청에 대한 응답) "15일 오후 KBS와의 미팅 결과를 지켜보자"(15일 오전 요청에 대한 응답)며 차일피일 미뤘다.

나중화 사무총장 역시 19일 <미디어스>의 인터뷰 요청에 "내달 15일 KBS가 이승만의 공만 방송한다면 그때 고려해 보겠다"며 미뤘다. KBS 이승만 미화 다큐와 관련해 광복회가 과연 최대 독립운동단체의 위상에 걸맞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판단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긴다.

<미디어스>는 정종국씨와의 인터뷰를 약 일주일 전인 13일 진행했으나, 이사회ㆍ항의방문 등으로 이어지는 광복회 집행부의 대응을 추가로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해 19일에야 내보내게 됐다. 다음은 정씨와의 일문일답이다.

"광복회, 관변단체로 전락…가만히 있지 않겠다"
  
- 12일 결의대회에서 "현재 광복회가 이승만 다큐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공개발언한 바 있는데.

"실은 백선엽 다큐가 방송되기 일주일 전부터 광복회 집행부 측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공영방송에서 친일파 찬양 방송을 한다는데, 광복회가 넋 놓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KBS앞에서 기자회견이라도 열어야 한다'고도 했는데, 못하겠다고 하더라. 어제도 결의대회 앞두고 집행부 측에 '지금도 늦지 않았다. KBS 앞으로 가자'고 했는데, 집행부 중 한 사람이 '친일ㆍ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대위에 우리하고 성향이 안 맞는 단체들이 포함돼 있어 가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

최대 독립운동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광복회가 나섰다면 국민들에게 더 많이 알려질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또, 우리는 광복회장 명의로 KBS 측에 공문을 보냈으나 KBS는 무슨 팀장 명의로 답변을 했더라. 내가 볼 때는 광복회 집행부가 KBS한테 농락당한 거다. 너무 화가 나서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인데 백선엽 다큐 등으로 '친일파 부활의 달'이 됐고, 이를 막지 못한 광복회장과 임원진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유인물을 만들어서 광복회 회원들에게 돌렸다. 회원으로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현재의 집행부는 의지 자체가 없다. KBS를 겁내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현 집행부는 부재중'이라고 많은 회원들이 말한다. 그래서 제가 어제 KBS 규탄대회에서 광복회를 대신해서 사과드린 것이다."

- 광복회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어떤 것이라 판단하는가? 

"국가보훈처로 연간 15~20억 받는다. 여의도 광복회관 건물도 광복회 것이라 임대 수익이 쏠쏠하다. 관변단체로 전락해 버린 것 같다. 광복회 내부를 개혁해 보고자 복지팀장으로 들어가서 일하기도 했었는데, 결국 사표 던지고 나왔다. 수십년 동안 그런 식으로 길들여진 조직이기 때문에 쉽지 않더라. 이제는 외부에서 개혁해 보려고 한다. 여튼 저는 친일파, 독재자 찬양방송도 막지 못하는 광복회 현 집행부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 광복회 집행부는 15일 KBS를 항의방문했고, '공과에 대해 균형있게 다루지 않는다면 훈장반납 등 극한투쟁하겠다'고 밝혔다.(19일 보충 질문)

"당장 막겠다는 게 아니라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 아니냐. 웃기는 거다. 이승만은 해방 이후 친일파를 등용해서 민족정기를 회복하지 못한 인물이다. 광복회는 이승만 다큐를 원천적으로 저지해야 한다."

"공과를 균형있게 다룬다는 말, 못 믿어"

- KBS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인물들의 족적을 취재해 그 의미를 알아보는 2011년 KBS 10대 기획의 하나로서,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제1공화국'은 그 첫 아이템일 뿐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려는 단일 기획이 아니다. 인물의 공과를 모두 다루는 객관적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공과를 균형있게 다룬다고? 그걸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 일단 이승만을 8ㆍ15 특집으로 다룬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그 사람 때문에 뒤틀린 역사가 시작된 건데 어찌…."

- 이승만 다큐를 만드는 제작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지하라. 단재 신채호 선생, 도산 안창호 선생 등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다. 애국심 함양을 위해서는 공영방송이 이승만이 아니라 이런 이들을 방송해야 한다. 이승만이 친일파를 대거 기용했다는 것이 이승만 다큐에 포함될 수 있겠느냐? 절대 그렇지 못할 것이다."

- 만약 이승만 다큐 강행시 어떤 행동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그렇게 된다면 KBS 규탄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해야 할 것 같지 않다."

"백선엽 다큐 방영 전부터 KBS 아예 안 봤다"

- KBS의 백선엽 다큐는 보았는가?

"2부작 모두 봤다. 그런데 백선엽만 6ㆍ25 전쟁에 참여한 게 아니지 않나. 아직도 수많은 전쟁 참전 용사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그런 이들이야말로 전쟁영웅 아닌가. 어디 미화할 사람이 없어서 친일파를 전쟁영웅이라고 치켜세우나. 과거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그 프로그램만 보고 백선엽이 전쟁영웅이라고 생각할 것 같더라.

1부는 과, 2부는 공을 보도했으면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았을 테지만 완전히 일방적이었다. 그 다큐를 보면서 KBS의 단독 플레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라이트 세력들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만드려는 사회 전체적인 맥락과 함께 진행되는 것 같다.

역사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해야 하지 않나. 여전히 친일파가 이 사회의 주류이기 때문에…친일파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더구나 공영방송까지 나서서 친일파를 미화하고 국민들을 호도하다니…답답한 노릇이다. 우리 독립유공자들은 '북한처럼 친일파를 확실히 정리했다면 우리가 이런 설움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많이 하곤 한다. "

- 현 정부 출범 이후 KBS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공영방송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백선엽 다큐 방영 전부터, 너무 일방적으로 방송하니까 '저렇게 방송하면 안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KBS를 아예 안 봤었다. 국민들을 바보로 만드려는 것 같았다. 예전에 정연주씨가 사장으로 있었을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에 남는 대표적 불공정 보도 사례가 무엇이냐고 묻자) 너무 많아서 뭘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하."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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