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회 사무처가 ‘김영주 의원 인터뷰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KBS 시사직격 제작팀 국회 출입 신청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KBS·MBC·SBS 시사프로그램 PD들이 “국회 출입제한 조치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질문할 권리’를 막은 김영주 의원은 사과하고, 국회 사무처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7일 <KBS 시사직격>은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신한은행 채용 비리 관련 질문을 하기 위해 국회에 출입했다. 당시 <시사직격>은 일시출입증을 발급받으면서 방문목적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문체위 소위원회 회의, 간사선임 및 백브리핑 촬영’이라고 기재했다. <시사직격>은 회의장으로 향하는 김영주 의원에게 질문했고, 김 의원은 “신한은행에 물어봐라”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국회사무처는 <시사직격>이 방문목적을 허위기재하고 김 의원 인터뷰를 반복 시도했다며 2개월 청사 촬영허가 제한 조치를 결정했다.

KBS 시사직격 방송화면 갈무리

이와 관련해 지상파 3사 시사 PD들은 17일 국회 사무처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채용비리와 관련해 ‘불편한’ 질문을 국민 대신 묻고자 하는 취재진을 수차례에 걸쳐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만으로도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면서 “한술 더 떠서 국회에서 미디어담당자와 방호과 직원들을 앞세워 취재진을 몰아낸 후안무치한 행태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시사 PD들은 “국회 미디어담당 직원은 ‘의원 요청 때문에 취재를 막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항의에 ‘공익성 여부, 시설 안전과 질서유지’ 등 다른 이유를 언급했다”면서 “해당 취재진이 시설의 안전을 위협하고 질서 혼란을 일으켰나. 아니면 그동안 PD들이 공익성 여부를 의심해야 할 내용의 취재를 국회 내에서 진행했던 적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PD들은 “특정 의원의 취재 거부로 촉발된 이번 국회 출입제한을 용인할 경우 권력과 관련된 비위 의혹을 언론이 취재할 수 없다는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다”면서 “국회의원의 비리는 언론이 취재할 수 없는 성역이라는 그릇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성역이 국민의 공복이어야 할 ‘국회의원’과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국회’라는 건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PD들은 “PD들은 기자증을 가진 기자와 달리 국회에 들어갈 때마다 취재대상·목적·장소·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만 출입이 허가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회라는 거대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사가 제대로 취재할 수 있겠는가. 기자와 PD 모두 권력을 감시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야 할 ‘언론인’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3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취재진의 ‘질문할 권리’를 막은 김영주 의원은 사과하라 ▲언론인을 퇴청시켜서 ‘언론 자유’를 심대하게 훼손한 국회 해당 부서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PD들이 국회 청사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공무와 관련된 내용을 제약 없이 취재할 수 있도록 현행 국회 규정을 조속히 개정하라 등이다.

이번 공동성명에 참여한 PD는 KBS <시사직격> 홍진표·박융식·이건협·김영선·남진현·정범수·이송은·김문식·이승문·이해돈·최지훈·정승안·박정환·이유심·신민섭·문주은·송찬양, MBC <PD수첩> 유해진·김환균·한학수·박상준·성기연·김동희·조성현·김정민·김호성·김경희·최원준·장호기·임다솔, SBS <그것이 알고싶다> 장경수·김재원·류영우·배정훈·김병길·이동원·이기현·문치영·이현택·김영태 등이다.

이번 성명과 관련해 국회사무처는 “한국뿐 아니라 영국·독일·프랑스 등 해외 의회도 정해진 구역 내에서 사전에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촬영을 허용한다”면서 “시사직격 제작팀은 촬영목적을 허위로 기재하고, 문체위 회의장 부근에 3대의 카메라를 배치해 당사자가 거부하는 인터뷰를 종용했다”고 반박했다. 사무처는 “특정 의원에게 돌발질문을 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라면서 “의도적으로 거짓된 목적으로 청사에 출입하고, 청사 일부를 점유하여 촬영대상자가 명백히 거부한 촬영을 강행함에 있다. 의원뿐 아니라 보좌진·사무처 직원·일반 국민에게도 의사에 반한 인터뷰를 반복적으로 강요했다면 같은 조처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사무처는 “절차를 준수하는 언론사의 촬영은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시사직격 제작팀 같은 촬영 활동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성명서에서 주장하는 ‘자유롭게 촬영하고 질문하는 권리’가 규정을 의도적으로 위반하고 공무 수행을 저해하는 상황에서까지 보호되어야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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