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 강압수사 의혹과 관련, 대검찰청 감찰부가 사실상 한 달 넘게 '감찰'을 진행해 왔음에도 대검이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실에 배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향신문은 17일 <윤석열, '한명숙 수사 의혹' 조사… 감찰부 패싱> 단독기사에서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 강압수사 의혹'에 대해 이미 한 달 넘게 사실상 감찰을 진행한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의 '반대' 의견에도 대검이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 과정이 강행 처리되면서 하나의 진정 사건을 대검 감찰부와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모두 맡게 됐다"며 "한 부장은 사건을 맡은 인권감독관실에 항의성 공문도 보냈다"고 했다.

경향신문 6월 17일 <대검 '감찰부 패싱'>

앞서 경향신문은 지난 15일 <이번엔 '한명숙 사건'… 검찰총장이 감찰부장 또 제동> 단독기사에서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 수사팀 감찰에 착수했으나 제동이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 감찰3과는 지난달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섰던 한만호씨의 동료 수감자 최모씨의 고위 검사 진정 사건을 법무부로부터 받았다. 법무부는 당시 '참조' 의견으로 감찰3과를 특정해 진정 사건을 넘겼고, 감찰부는 즉각 감찰에 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대검이 해당 진정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하면서 감찰 작업이 중단됐다는 게 보도의 요지다. 대검은 법무부가 진정 사건을 보낼 때 특정과를 지정할 권한이 없고, 사건의 징계시효가 지나 감찰 대상도 아니라고 봤다.

대검은 이날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한명숙 사건과 관련, 최근 언론 등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징계시효가 도과된 사안이므로 원칙적으로 감찰부의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은 "검찰공무원의 수사 관련 인권침해 의혹 사건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새로 설치된 대검 인권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인권침해 의혹 사건의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가 필요한 사안은 감찰부로, 형사처벌이 필요한 사안은 수사 부서로 배당된다. 참고로, 진정인도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 6월 15일 <이번엔 '한명숙 사건'… 검찰총장이 감찰부장 또 제동>

17일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가 최모씨의 진정서를 대검 감찰부에 보낸 것은 지난 4월 17일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16일 경향신문에 "통상 진정서가 검사 비위 관련이면 감찰부에 보낸다"고 말했다. 한 부장은 진정서 접수 직후부터 '한명숙 사건' 당시 수사팀 검사들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해당 진정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보낸 날은 5월 29일이다. 한 부장은 이미 조사가 한 달 이상 진행된 점을 들어 '사건을 줄 수 없다'는 의견을 냈고, 서울중앙지검 임권감독실에도 '감찰부가 사건을 맡고 있다'는 항의성 공문을 보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사실상 감찰중단이라는 의견과 지시불이행이라는 의견이 맞선다고 전해진다. 경향신문에 이 사건을 아는 한 검찰 관계자는 "감찰부 조사는 사실상 강제로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고, 대검 관계자는 "한 부장이 배당을 따르지 않았다면 지시 불이행"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인권감독관 배당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은 조사 과정을 소속 검사장과 대검 인권부에 보고해야 하고, 감찰을 진행한 감찰3과의 전신 특별감찰단의 역할은 '고검 검사급 이상 검찰 간부의 비위 정보 수집 및 감찰 수사'이기 때문이다.

또 경향신문은 조사 대상인 모 부장검사는 윤 총장이 지난 1월 검찰 인사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대검에 남겨달라고 요청했던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진정 사건 조사를 맡는 이용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은 2006~2007년 대검 중수부에서 당시 검찰연구관이었던 윤 총장과 함께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TV, 한동수 감찰부장 페이스북)

한편, 경향신문 보도 전인 13일, 한 부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찰부장으로서 담당, 처리 중인 채널A 사건, 한명숙 전 총리 민원 사건과 관련한 여러 사실과 기록이 모아지고 있다"며 "한 전 총리 사건은 이미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이 되어 진상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주요 언론에서는 한 부장이 '정치적 언사'를 하고 있다는 검찰·법조계 비판 목소리를 주요하게 전했다.

13일 조선일보는 <법조계 "이미 진상조사팀 활동 중인데… 오히려 감찰부장이 정치적 언사">기사에서 "검찰 안팎에선 '이미 검찰 내 진상 조사팀이 꾸려져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대검 감찰부장 '한명숙 사건' 언급에… "비공개 공개한 셈" 비판> 기사에서 "검찰 안팎에서는 이같이 현재 조사·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 부장이 SNS에 공개적으로 이와 관련된 의견을 밝힌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검찰 간부가 공개적으로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밝힌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5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지면에는 각각 <대검 감찰부장이 페북에… "한명숙 수사, 진상조사해야">, <대검 감찰부장이 SNS에 "한명숙 사건 진상조사 불가피">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검찰·법조계 비판에 더해 한 부장의 성향을 문제 삼았다.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팔면봉' 코너에서 "대검 감찰부장, '전 정권 때 사건'을 감찰하겠다고 '페이스북'으로 시사. 문주주의(文主主義) 시대 이상적 공무원 모습"이라고 썼다.

6월 15일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지면 갈무리

지난 4월 채널A-검사장 유착 의혹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 부장의 감찰 통보를 반려하자 주요 보수언론은 한 부장이 윤 총장에 '항명'한 것이라는 검찰측 비판을 주요하게 전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검찰 안팎의 비판을 전하며 한 부장이 '추미애 법무부'를 대변한다고 보는 기류가 있고,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며, 선거 국면에서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한다고 했다.

반면 당시 윤 총장이 해당 사건의 감찰을 반려하고 대검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한 한겨레는 "윤 총장이 대검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은 강제수사권이 있는 대검 감찰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검찰 비위 조사 전담기구인 감찰본부를 놔두고 인권부에 조사를 맡기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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