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씨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의 멘토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인 사람이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이 가장 강조되는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되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그는 방송통신위원장의 자격을 상실한다.

여론조사회사, 한국갤럽 회장 출신이다. 한국갤럽이 뭐 하는 곳인가? 정치관련 여론조사의 경우 단순히 지지율 조사만 하는 것이 조사회사의 일이 아니다. ‘왜 특정인물을 국민들은 지지하는가? 국민들이 생각하는 특정인물의 약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등을 여론조사를 통해 밝혀내고 그 약점을 보완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또 본래의 인물에서 전혀 다른 ‘배우’를 발명해 내는 작업도 하는 곳이 조사회사가 하는 주요한 일 중 하나다.

▲ 조선일보 2월27일자 8면.
즉 조사전문가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선전전문가에 다름 아니다. 선전의 전문가를 부정적으로 풀어보면 여론조작을 위한 자극장치를 개발하고 자극장치를 실행하며 그 자극장치가 여론의 동향을 어떻게 바꿔나가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종국에 국민들이 겉만 보고 좋아하는 인물로 포장해 가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포장을 잘하면 조사회사는 부를 축적하는 것이고, 포장을 못하면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시중씨는 스스로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조사전문가로 자처해 왔다.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송. 언론으로서의 방송, 방송으로서의 언론은 민의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대변하며 그 민의를 통해서 정책을 바꾸고 나라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다. 소위 말해서 환경감시기능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정치권력이든 자본권력이 헛발질 하거나 자기 권력의 강화를 위해서 다수의 약자를 짓밟는 행위를 한다면 준열히 권력을 향해 비판하고 민의가 왜곡되었거나 무시당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언제든지 알려야 하는 기능이 핵심기능이라는 의미다.

이런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방송에 선전전문가 또는 여론조사전문가가 등장하여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에 앉는다고 생각해 봐라.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KBS 이사와 사장을 임명 추천하는 자리다. MBC 사장과 지역MBC경영진을 임명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임명하는 자리다. EBS 사장과 이사를 임명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 찰 것인지 너무나 뚜렷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들이 방송통신위원장의 한 마디 한 마디를 해석하고 알아서 기는 상황에 직면하면 한국의 언론 특히 방송으로서 언론의 기능은 ‘제의 땡전 뉴스’시절으로 회귀하는 사태를 우리 국민들은 아주 고통스럽게 지켜 봐야 할 것이다.

▲ 경향신문 3월3일자 24면.
백번 양보해서 최시중씨가 아주 지각 있는 분이라고 한다고 해도, 권력의 속성은 여론을 유리하게 만들어가려는 태생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핵심권력인 대통령이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한 것은 바로 여론조작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함이요, 이를 최시중씨가 거스를 수 없는 인간관계를 갖고 있다면 한국의 방송이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바와 다를 바 없다.

이명박 정부가 각료로 내정한 이후 벌써 3명이 낙마했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적 비리 또는 의심되는 재산형성과정에 의한 낙마와 민주주의, 여론다양성, 민심의 경향을 왜곡할 수 있는 전문가의 등장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민주당은 이제 스스로 권력에 방송을 넘겼던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노무현정부가 방송위원회를 무소속독립행정기구에서 대통령직속기구로 추진하며 방송정책은 정부 고유의 권한이라는 망발로 인해서 방송독립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었던 지난날을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 반성의 출발은 여론조사전문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청문회 거부를 통한 내정자 교체를 이명박 정부에게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민주당이 진정 민주주의의 보루인 방송의 독립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청문회 거부’를 결단해야한다. 우리는 최시중씨의 임명정지가처분신청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법률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방송독립의 장례식을 치를 것인지 아니면 방송독립의 새로운 진전을 이명박정부를 통해서 확인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우리는 섰다. 이명박정부가 할 일이 뭔지, 통합민주당이 해야 할 몫이 뭔지, 그리고 시민사회가 어떤 길을 갈 것인지를 두루 고민하며 결단해야 할 시기가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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