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진보진영 시민단체들이 후원금과 일감을 서로 몰아 주고받는 '일감연대'를 구축했다는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방침을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은 12일 입장문을 내어 지난 10일자 중앙일보 <"정의연은 운동권 물주"…재벌 뺨치는 그들만의 일감 몰아주기>기사에 대해 "사실을 왜곡한 해당 기사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고, 언론중재위원회 통해 정정보도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6월 10일 <"정의연은 운동권 물주"…재벌 뺨치는 그들만의 일감 몰아주기>

중앙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정의기억연대, 전태일재단, 한국여성민우회, 정치하는엄마들 등 진보 시민단체가 사업비·홍보비·장학금 등 명목으로 진보단체끼리 '자금 품앗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단체들이 국세청에 신고한 '2019년 기부금지출 명세서'를 보면, '대표 지급처' 상당수가 같은 진영 내 단체나 업체로 나타나 마치 '재벌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와 같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정치하는엄마들에 대해 중앙일보는 시위용품 전문 판매 업체 '연대와전진'을 대표지급처로 기재했다며 이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했다. 중앙일보는 "'연대와전진'은 금속노조 조끼, 민중가요 음반, 장기투쟁용 얼굴 가리게, 깃발, 깃대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으로 2007년 문을 열었다"며 "당시 진보 언론에서 '수익금 전액을 장기투쟁사업장 노조 조합원들의 생계비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라며 '장기투쟁 생계지원단'으로 소개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나 법인세법 시행규칙상 비영리단체 회계규칙 서식은 '대표 지급처'와 '지출 총액'만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중앙일보는 이 점을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기사를 가공하여 수많은 독자를 기만한 것"이라며 '연대와전진' 관련 지출 내역을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 중 중앙일보가 인용한 2019년 10월 내역 (정치하는엄마들)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정치하는엄마들이 2019년 10월 연대와전진 외 57건에 570만6712원을 지급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 내용을 '진보시민단체 기부금, 진보진영으로 재유입'이라는 제목의 표로 작성했다. 이에 대해 정치하는엄마들은 "58건 중 '연대와전진'과 거리한 건수는 단 3건이고, 합계 금액은 37만 4000원에 불과하다"며 중앙일보가 모든 지급처가 진보진영, 진보단체인 것처럼 기사를 악의적으로 가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하는엄마들은 "2019년 총수입은 1억1352만 1670원으로 100% 개인기부자 기부금이며, 기업후원이나 정부지원금은 일체 받지 않고 있다"며 "2019년에는 상근활동가 2명으로 사무국을 운영했고, 올해 1명을 충원하였으며 재정상황은 늘 열악하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적은 규모의 재정이나마 후원금 사용과 회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연대와전진'을 현수막 등 인쇄물 주 거래처로 두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연대와전진'은 시중 가격의 80~90% 수준으로 현수막을 공급한다. 이유는 정치하는엄마들과 같은 비영리공익단체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감안해주기 때문"이라며 "또한 기사에 언급된 대로 '연대와전진'은 회사 수익금을 전액 해고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하기 때문에 정치하는엄마들은 해당 업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이 2019년 10월 '연대와전진'에 지출한 내역 (정치하는엄마들)

또 정치하는엄마들은 "활동가들은 거의 양육자들이다 보니 기자회견을 준비할 때도 돌봄노동을 마치고 새벽까지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연대와전진'은 기자회견 당일 오전 9시에 현수막 시안을 보내도, 11시에 시작하는 기자회견 장소까지 현수막을 인쇄·제작·배송해 준다. 이유는 정치하는엄마들의 비영리공익활동을 지지하고 활동가들이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연대와전진'이 아침 일찍 만들어 준 현수막이 때 맞춰 도착하면 늘 안도감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연대와전진'이 정치하는엄마들의 인쇄물 주거래처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한영익 기자의 눈에는 이것이 '재벌 뺨치는 일감 몰아주기'인지 모르나, 정치하는엄마들은 중앙일보가 아닌 시민들로부터 평가 받고 싶다"면서 "위 기사로 인해 무고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명예가 훼손되었고, 2천여 회원들에게 걱정과 우려를 끼쳤으며, 무엇보다 정치하는엄마들을 재벌에 비유한 것 자체가 비영리공익활동과 활동가들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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